하루의 시작과 끝은 화장실

by 앤틱

씻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행위인가.

씻는 과정을 즐겁게 해 보려는 시도를 얼마나 해봤지?

예상대로 그런 시도는 거의 없다. 늘 해오던 관성대로 지낼 뿐이었다.


5일간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피로를 풀기 위해 다음 날인 토요일, 개운하지 않은 휴식을 취했다.

무언가 해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명확했다. 바로 '씻지 않은 상태'.

기름 진 머리, 까끌까끌한 수염, 찝찝한 몸, 그리고 씻지 않음과 인공눈물의 부재로 건조한 눈.

이 요소들이 나의 휴식을 망쳤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한 의식이랄까. 금요일에 여행을 다녀와서 씻지 않고 잠에 들었고, 그 상태가 토요일 하루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그렇게 토요일은 시작도, 끝도 없었다. 그 덕에 피곤하며 무기력한 상태가 이어졌다.


오늘의 아침이 밝았다. 찝찝한 상태로 일어나기 싫은 상황(어쩌면 일어나지 못하는). 또 어느 때와 같이 알람을 미루며 자고 있었는데, 알바 지원을 해놨던 곳에서의 점장님이 문자를 보내셨다. 그 문자가 나를 일으켰다. 알바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그 문자는 나를 일으킨 버튼이 되었다. 바로 양치, 세수, 면도, 샤워까지 이어졌다. 하고 나니 너무나 개운했다. 개운한 상태가 의지력을 회복시켰다. 바로 옷을 입고 짐을 챙겨 집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나는 씻는다는 행위가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잠들기 전의 그 순간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그냥 잠에 들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의식인데. 하루의 시작과 끝이니까.

같은 8시간의 수면이라도, 개운한 상태로 잠에 드는 것과 아닌 것은 수면의 질이 너무나도 다르다.

계속해서 씻기 귀찮다는 순간의 유혹에 빠져들다 보니, 습관이 되었다. 여행에서도 귀찮았지만 개운하게 자기 위해서 씻고 잠에 들었다. 그 덕에 얼마나 푹 잤는지.


아침의 그 씻기 싫음을 견디고 화장실에 들어가 칫솔을 잡고 이와 혀를 닦다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은 '씻고 자길 잘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침대에서 일어나 칫솔을 들기를 잘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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