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축구연습을 하며 느낀 것들

by 앤틱

초등학교 시절.

게임에 푹 빠져 있었던 나는, 단짝친구와 함께 캐치볼을 하며 점차 야구에 빠져 들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야구파, 축구파로 나뉘었다. 그러나 중학교로 올라가니 상황이 달라졌다.

야구의 특성상 일반인이 하기에는 제약이 워낙 많은 스포츠라, 축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공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운동신경 덕에, 축구에 낄 수는 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자연스레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손흥민의 영향으로 해외축구를 보기 시작하면서 나의 스포츠 영역에 축구가 선두에 섰다.

축구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혼자 연습하진 않았다. 열정이 그만큼 없기도 했겠지만, 워낙 남의 시선을 신경 쓰던 때라 혼자 공을 가지고 놀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냥 체육 시간에 인원 채우기용으로 끼는 정도에 만족했다.


고등학교를 거쳐 성인이 되고는 공은 간간히 차는 정도가 되었다.


군생활을 하게 되면서 풋살에 빠졌다. 잘하진 못했지만, 축구라는 것에 재미를 느끼며 나름 혼자 연습하기도 했다. 그때 공과 접촉을 많이 했다.

가장 큰 성과는, 공을 '띄울 수' 있었다는 것. 나에겐 엄청난 성장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기본기는 하기 싫었다.

기본기에 중요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기본은 재미가 없다.

하지만 기본은 정말 기본이다.

귀찮아서 다른 지름길을 찾더라도 기본을 무시한다면 결국 돌아가는 길일 것이다.

공부든 스포츠든, 알바든, 뭐든 다 통용되는 진리인 듯하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기에 기본기는 무시한 채로 실력을 어떻게 늘릴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전역 후에도 여러 번 공을 차긴 했으나 시간이 없다, 공간이 없다 등.. 여러 핑계를 대며 늘 기본기 숙달은 피해왔다. 사람들과 공을 찬 뒤에, 혼자 재미로 피드백할 때마다 느낀 건 기본기의 부재였다.




그렇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서, 반대로 행동 없이 살아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최근 2주 정도 혼자 짧지만 '매일' 30분 공을 차고 있다.

요즘에 영어도 그렇고, 최대한 내 욕심을 버리고 '매일 조금씩'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그 힘의 대단함을 점차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딱히 성과는 아직 없지만, 확신은 생겼다.


오늘 아침에 혼자 공을 차며 느낀 것은 결국 '횟수'다. 많이 공을 차야 한다. 그게 가장 우선순위다.

시간에 대한 강박도 버려야 한다. 가장 맨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은 어떻게 일상에 녹이느냐다.

그러니까, '매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조금씩'의 힘을 믿어야 한다.

나는 그 조금씩의 기준을 20분으로 삼았다.


개인기라든지, 슈팅, 롱킥 등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버려서

나는 결국 기본 중의 기본인 리프팅에 집중하기로 했다.

2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느낀 점은, 왜 이제야 리프팅을 했을까 싶다.

하면 할수록 내가 감각이 정말 제로에 가까웠구나 생각이 들면서, 내가 피부로 느끼게 기본기가 늘어감을 느낀다. 이게 정말 재밌다.

어제 쉬면서 오랜만에 게임을 켰는데, 게임에 미쳤었던 나는 어디로 사라지고 게임이 재미가 없었다. 오히려 무언가의 압박감이 들었다.

요즘에는 축구나, 영어,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 더 재밌다.

내 인생을 게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을 그렇게나 차 오면서, 단 몇 시간 만에 '발등을 핀다'라는 감각을 얻었다. 정말 많이 돌고도 돌아왔다.

점차 다음 레벨의 스킬을 얻으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많은 힘듦이 있겠지만..

이제야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


공을 계속 터치해 봐야, 자신감이 늘면서 감각이 는다. 물론 그저 매일 터치만 해서는 안된다.

스스로 피드백을 남기고, 그 피드백을 다음에 적용해 봐야 나아지는 듯하다.

그러나 항상 시작에 있어서 던져야 할 질문은 '매일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이다.


리프팅을 위한 리프팅보다는 그보다는 본질적으로 '발등을 핀다'는 감각에 집중했다.

[왜 이번에는 공이 똑바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 아, 발등을 핀 줄 알았는데 펴지 못했구나 -> 공이 이래저래 튈 때는 결국 발등을 피지 않았던 관성으로 돌아가서 그랬구나 -> 발등을 피자.. 발등을 피자..]

이런 메커니즘이었다.


리프팅을 하며 공과 친해지다 보니 왼발을 잘 쓰고 싶었다. 오른발잡이라, 왼발은 죽어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냥 왼발로 리프팅을 해보고, 또 벽에 인사이드 패스를 해보다 보니 시간으로 따지면 5시간 채 넘지 않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혼자 사용하게 된다.

어색함에서 멀어졌다.

경기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과는 아직 거리가 멀겠지만, 적어도 혼자 있을 때 감각을 익혔다.


(뒤꿈치 들기, 가벼운 스텝, 인사이드 패스 시 디딤발 보다 공이 조금 더 앞쪽, 발등은 디딤발이랑 동일선상이나 안쪽, 디딤발이 중요, 발목 피기&발목 고정은 무의식으로 되어야 하고 공을 차는 순간에는 디딤발 위치를 의식하며 시선이 향해야 함, 선수들이나 공을 어느 정도 차는 사람들의 시선을 보면 공을 차는 순간에는 눈이 공으로 가 있음.)


이것이 내가 20~30분 공 차고 스스로 남긴 피드백이다. 이 과정이 재밌다. 축구 선수가 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게임보다 재밌다. 약간의 지식 -> 행동 -> 피드백 -> 피드백 수용 행동 ->.. 반복


이렇게 추운 날씨에 공을 차며 재미를 느끼고 땀을 흘렸다. 그리고 정말 자연스럽게 러닝이나 웨이트운동이 하고 싶어 졌고, 그렇게 행동이 옮겨졌다.



계속해서 '매일' '조금씩' 의 힘을 믿고, 여러 영역에 적용해 나가야겠다. 이때까지 나의 시선은 그릇에 맞지 않게 멀리 있었다. 10년 뒤, 5년 뒤, 3년 뒤, 1년 뒤, 6개월 뒤, 1개월 뒤 ..


이제는 그 시선의 범위를 줄이고자 한다.

일주일, 내일, 오늘, 그리고 당장의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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