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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진 Sep 16. 2015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작은 행동도 감동으로 온다...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른 날~~

가만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시인, 천상병~~

아주 오래전 인사동의 '귀천'이란 카페에 갔었다.

이미 그분은 귀천하신 후였지만, 목순옥 여사님은 만날 수 있었던 추억~

아이를 유난히 좋아하셨던 그분의 시집 제목 중 하나가 바로

[요놈! 요놈! 요 이쁜 놈!]이 있다.

그 제목이 어찌나 끌리고 좋던지... 나도 모르게 따라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 출판사에서 나왔던 책~  덕분에 난 그즈음에 천상병 시인에 대한

연극도 보았었다.. 어찌나  가슴속 깊이 다가오던지...    

나의 독특하고도 개성이 많은, 에너자이저 성현이 덕분에 며칠 전에

다시 그 시집을 꺼내서 읽게 되었다.

아이 좋아하던 내게 하늘은 이런 독특하고 한시도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아이를 선물로 줬다... 가끔 버겁지만 그 녀석 덕분에 웃을 때도 많으니

이 역시도 나의 복이 아닌가 한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언제 어떤 감정 폭발을 할지 모르는

감성주의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선 대단한 감각이 있어 낯선

곳에서도 단방에 찾아가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 내게 있다.

가끔 그 녀석 때문에 엄청나게 울고, 화를 내면서도 나는 그 녀석의

볼을 잡아당기며 말한다.'요놈, 요놈, 요 이쁜 노~~옴~!!!'    



그다지 가진 것 없는 우리가, 특수교육의 사각지대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 녀석의 치료를 위해 동분서주한지 벌써 8년~~

덕분에 연년의 형은 또한 교육의 사각지대에서 그렇게 세월을 보냈다.

남들 흔히 하는 학습지,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는 큰아들~~

그래서일까? 장애가 있는 녀석은 장애가 있어서, 장애 형제를 둔 비장애

형은 아무런 교육적 지원을 해줄 수 없어서 늘 손끝이 아려왔다.

그런데 이번에 비장애 형제 학습지원 프로그램이 나왔다 해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 아무런 학습지원을 받지 못하는 정현이에게 이런 기회가

왔기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남들은 너무 익숙한 가정방문 선생님을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만나는

큰아들~~    

월요일에 선생님이 처음으로 오셨다. 큰아들보다 더 좋아서 방방 뛰는 성현~

함께 공부하겠다는 녀석을 겨우 꼬셔서 데리고 나왔었다.

선생님 드시라고 요거트를 꺼내니 얼른 쟁반을 들고 들어가는 성현이~

그렇게 성현이는 어떻게라도 형이 공부하는 공간에 끼어들고 싶어 했었다.

선생님의 존재를 느꼈던 것일까?



다시 수요일~~ 선생님이 오시는 날이라 하니 성현이가 더 난리다.

선생님과 공부하겠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영어책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으니...

정현이가 

"성현아, 내 선생님이거든... 너는 엄마랑 책 보고 있어~"

듣는 둥 마는 둥...ㅎㅎㅎ    

드뎌 그토록 기다리던 선생님이 오셨고 성현이도 기다림만큼 어여쁘게

선생님께 인사를 했다. 따라 들어가려는 녀석을 잡아 당기니 녀석이 

흔쾌히 나를 따라오는가 했는데...



녀석이 주방으로 직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싱크대를 밟고 올라서는 게 

아닌가? 나는 궁금해하며 녀석을 살폈다. 녀석이 싱크대를 밟고 올라가

서랍에서 꺼낸 것은 일회용 커피 믹스와 코코아 통~

"성현아, 뭐 하려고?"

"커피는 선생님 꺼, 코코아는 형 꺼~~ 타줄 거예요."

순간의 감동에 나는 그 녀석을 최대한 꼬옥 껴안아주었다.

세상에, 세상에.... 울 아들 녀석이 나는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을 혼자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아들, 잠깐만~~ 엄마가 성현이 너무 이뻐서 한 번  뽀뽀해줄 테니까

잠시 후에 준비하자~~ 쪼오옥~~~!"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는다. 그리고 답례의 뽀뽀까지...    

전기주전자에 물을 담고 끓이고....

쟁반을 꺼내어 두 개의 잔을 올려 신나서 형의 방으로 향하는 녀석~~

"성현, 그냥 드시라고 하고 너는 나오는 거야."

"네~~"

대답과는 전혀 상관없는 녀석의 행동, 다시 얼른 앉아버린다.

겨우 아이를 데리고 나와 우린 각자의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형의 수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성현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베란다

문을 향해 가더니 문을 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성현아, 추워. 문 닫아야지....?"

순간 느낌이 왔다....'이 녀석이....'

아니나 다를까?

"성현아, 아직 형 안 끝났어 나가 있어"

곧바로 들려오는 정현이 목소리~~

내가 형 방문을 못 열게 하니 녀석이 순간 머리를 쓴 것이다. ㅎㅎㅎ 

베란다를 통해 형의 방으로 쏘옥 들어간 녀석~~!!


   

나는 성현이를 통해 작을 기쁨과 행복을 배웠다.

다른 사람에겐 전혀 웃음을 줄 수 없는 작은 행동 하나, 말 하나에

나는 바보엄마처럼 활짝, 그것도 너무 행복하게 과장되게 웃게 되었다.

성현이의 이런 작은 행동이 내게 있어선 얼마나 큰 행복인지...

녀석이 다른 사람을 기다리고, 그 사람을 위해 뭔가를 준비할 줄 안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발전이리라.

워낙 사과나 과일 같은 것을 깎아 가족에게 잘 대접하는 녀석이지만...

형의 선생님을 기다리고 먼저 알아서 준비를 하는 녀석~~

넘 사랑스럽다.

난 또 어쩔 수 없이 고 녀석을 끌어안고 말한다.

"요놈, 요놈, 요 이쁜 노~~옴~!!!"

녀석은 답례로 내 목을 꼭 끌어안고 말한다.

"I love you, mom~~"    



2010. 10 .29





************생각해보면 울 큰아들에겐 참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아들에게 첫번째 선생님이 생긴 것이다.

아쉽게도 지원이 3개월 정도에서 끊겨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울 큰아들 3개월 동안 많이 행복해 했다.

성현이도 선생님을 목 빼고 기다렸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다하는 일,

내가 가장 감동하는 부분이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그런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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