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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기지개를 켜다
-산청 동의보감촌
by
최명진
Dec 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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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서 기지개를 시원하게 켰던 적이 언제인가?
어느 순간 그조차도 귀차니즘에 빠져 생략을 하지는 않았는가?
도대체 귀차니즘의 끝은 어디일까?
발끝으로 전해지는 한기에 움츠러든 몸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그 와중에도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눈은 습관적으로
풍경을 스켄하고 그 즐거움을 즐길 수 있으니
나서는 게으름만 이겨낸다면 또 다른 하루를 즐겨 맞을 것이다.
눈을 떴을 때 웅크려 째깍째깍 지나가는 초침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다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 기지개를 켜보자...!!!
전국장애인가족지원센터 일꾼워크숍이 있어서 가게 된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
남녘이니 다숩겠다는 기대감은 도착하면서 이내 깨졌지만
발아래 펼쳐진 풍경에 아쉬움은 접어두기로 했다.
제법 큰 규모에 정갈한 건물...
주어진 일정에 맞춰 열심히 시간을 보냈다.
'사랑받는 리더가 되는 법'이라는 특강은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과연 사랑받을만한 리더 일까엔 물음표를 달았지만
강사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면서 돌아봄도 좋았다.
더불어 고전에서 배우는 리더십의 지혜로 강의가 이어지니
잊었던 꿈을 만나는 듯...
배움이 싫지는 않다.
단지 얼마큼의 동기부여가 되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배우는 입장에서 배우고픈 마음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좋은 강의라도 배움이 그렇게 가슴에 다가서지 않을 테니까.
조금 더 젊었을 때 배움의 즐거움을 알았더라면 지금보단 현명하게 살았을 텐데...
그러나 과거로 가고픈 마음은 없다.
지금의 절박함을 그땐 또 느끼지 못할 테니까.
동의보감촌이 이토록 컸는지를 알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일정 마지막에 문화해설사를 통해 간단하게 라운딩 하면서
이곳의 웅장함과 멋을 알게 되었다.
구성지고 맛깔 난 문화해설사님의 언변 덕분에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칼 같은 차가운 기운 속에서도 즐겁게 라운딩 할 수 있음은
순전히 그분의 언변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떠올린 것이 바로
'나는 기지개를 얼마나 켜고 살았나?'
였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불속에서 꼼지락이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기지개마저도 생략하고 산 것이 아닌가 돌아보았던 것이다.
귀감석, 석경 등을 돌아보면서
나의 건강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얼마나 더 절박함을 느껴야 내 몸을 돌볼 수 있으려나.
너무 무기력하게 게을러진 나를 돌아보며
호흡 하나도, 기지개 하나도 모두 건강을 위한 방법이 있음에도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자꾸 다음으로 미루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 다하니
나도 귀감석에 잠시 몸을 기대어 간절한 소망을 기원해보았다.
그 짧은 시간의 간절함이 내 일상으로 이어져
좀 더 노력하는 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러 소원을 빌었을까?
그 절절함만큼 현실에선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높은 곳에 위치한 까닭인지 바람은 코를 베일 듯 날카로웠고
내 몸은 제법 붙은 피하지방의 역할도 잊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돌아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동의보감촌에 다녀왔다는 말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대상에 맞는 언어 기법으로 멋지게 안내를 해준 해설사님께 다시 감사를 드린다.
어쩌다 보니 나도 다른 사람 앞에 서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분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를 돌아보았다.
멀고도 멀다...!!!
배움이 어디 강의실에만 있던가?
문을 열고 나서는 모든 곳이 삶의 강의실인데...
좀 더 노력해보자.!!!
오늘 아침엔 일어나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보았다.
시원했다.
그 짧은 시간에 잠들었던 몸이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
기지개 하나에 마음이 여유롭고 하루 일정을 돌아볼 수 있으니 참 좋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소중한 내 삶을 기지개를 켜는 여유로 조율하며 현명하게 살아야겠다.
오늘 내게 주어진 한날을 소중하게 엮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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