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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희망이다.

-깊은 밤의 사색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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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주변의 사람들 발자욱 소리도 잦아들고

유난히 내 발자욱 소리만 도드라진 시간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터벅터벅 길을 걸었다.

차를 찾아갔지만 이미 문은 닫혀 있고...


천천히 다시 오던 길을 되돌려 걸었다.

옅은 안개가 끼이는가 싶더니 제법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 사이를 비추는 가로등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잘려 몸뚱이만

유난히 도드라진 나무가 의지하듯 서 있었다.


오늘의 내 맘인 것 같아 그들을 담아보았다.

안개가 주는 운치와 베일의 미학...

그 뒤로 느껴지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내게 함께 하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면서 늘 좋은 날만 있기는 어렵겠지...

그럼에도 가끔 오는 실망감과 안타까움은 나를 주눅 들게 한다.

멍하니 서서 다시 가로등과 나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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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걷다가 내 눈에 들어온 시,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마치 내 마음을 읽은냥 나를 다독였다.

희망찬 사람, 참 좋은 사람, 길을 찾는 사람...

피식 웃음이 났다.


시인이 그린 저 사람들 중에 나는 누구인가?

시인은 내게 말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라고....

비록 그들이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고

때론 주저앉게 하지만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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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3_234955.jpg 가로등과 달~~!!



무거웠던 마음에 빛이 스민다.

비록 안개에 가려 환하고 강한 빛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스미는 빛 사이로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사람만이 희망이다...!!!


오늘 나를 화나게 했던 사람,

오늘 나를 웃게 했던 사람,

오늘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사람,

내일의 숙제를 준 사람...

모두 사람이다.

그들이 희망이다...


문제를 인식하게 만든 사람들이 바로 희망이다.

아~~!!!

내 희망을 어떻게 이어갈까?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어울림...

그들이 희망이라면 난 그 희망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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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켜져 있는 아파트의 불빛...

누군가를 위해 밝혀진 가로등...

그리고 나,

사람만이 희망이다...!!!



사람 속에 들어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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