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소년의 슬픈 현실

-트라우마를 극복했으면...

by 최명진

드디어 해바라기를 만났다.


아들의 진한 해바라기 사랑은 나를 해바라기 마니아로 만들어 버렸다.

아들의 매의 눈만큼 빠르게 스캔하지는 못하지만

작은 해바라기라도 볼라치면 환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픈 엄마의 본능이리라.

아들에게 행복을 주고픈 마음을 담았던 나의 글들...

문득 수 년 전 [좋은 생각]에 실렸던 나의 시가 생각난다.





해바라기 사랑



최명진


베란다 한 켠의 해바라기

주말 농장의 채소밭 한 켠의 해바라기


그 해바라기 곁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나의 아들

그 아들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나

아들은 알까

이 엄마의 마음을


해바라기에게 주는 사랑을

엄마에게, 아빠에게, 형에게

온 마음으로 주길 바라는 엄마 마음


해를 바라보는 해바라기

해바라기를 보는 나의 아들

그 아들을 바라보는 나


나는

어느새

해바라기가 되어 서 있네!





안녕, 안녕~~ 나의 해바라기야~~!!!


아들에게 해바라기를 얘기하자 눈길을 돌린다.

어린 시절 울 아들의 눈맟춤을 위해 무엇보다 유용했던 해바라기였다.

아들이 도로 저편으로 뛰면 도로 저편에 있는 해바라기 때문이었을 정도였다.

그 커다란 해바라기를 고개를 최대한 꺾어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녀석을 보면서 난 질투를 하곤 했다.

그 흐뭇한 미소 내게 보여주면 안 되나?

그 행복한 눈길 내게 주면 안 되나?

어느 순간 나의 질투는 업그레이드된 소통으로 나타났다.

아들이 사랑하는 해바라기를 나도 사랑하자.

미친 듯이 사랑하자.

아들과 나는 그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면 해바라기에게 다가갔다.





아~~ 이 엄청난 트라우마여~~!!!



노오란 해바라기들이 예전 같지 않고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를 반겨 맞아줬다.

(이 역시도 사람들의 이기심이 만든 눈높이지만...)

해바라기가 반가워 달려간 이들이 비단 우리 뿐이라.

아들이 신나게 해바라기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

"윙~~ 윙~~~"

귓전을 울리는 소리.

순간 아들이 얼음이 되어 버렸다.

"앗, 벌이예요. 벌. 벌이 무서워요..."

저만치 달아나 버린 나의 아들~~!!

아들에겐 자기 얼굴만큼이나 큰 해바라기보다

손톱만 한 벌 한 마리가 비행기처럼 크게 보였던 게다.

아아악~~!!!







아들의 벌에 대한 트라우마~~!!!


재작년이었던가.

해마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추석을 앞두고

우린 가족이 함께 산소의 벌초를 하러 가곤 했다.

그 해도 마찬가지였다.

예초기를 메고 가는 남편 뒤를 따라 쫄랑쫄랑 가는 우리.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즐기자'

가 내 인생의 방향이기에 그 시간을 소풍처럼 즐기곤 했다.

문제는 미처 벌집을 발견하지 못한 남편이

벌집을 건드리면서 시작되었다.

남편이 '악' 소리와 함께 뛰었고

남편을 따라온 벌의 무차별 폭격이 우리에게도 가해졌다.

그렇게 우린 벌의 희생양이 되었다.

미식거림과 어지러움으로 우린 인근 병원의

응급실에서 응급조치를 받아야 했다....!!!









해바라기 사랑을 방해하는 훼방꾼 벌


정말 그때를 나조차도 떠올리고 싶지 않다.

얼마나 놀랐던지...

뉴스나 방송을 통해 벌초하라 갔다가 벌에 물려 응급실 가는 소식을 접하며

내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남의 일인 줄 알았었는데,

우리 앞에서 일어난 것이다.

가장 많이 물린 남편과 머리 쪽에 물린 아들이 걱정이 되었다.

응급실에 갔지만 주사를 무서워해하니

그들도 주사를 포기하고 아들은 아프다고 한 없이 울었다.

겨우 약을 타 와서 먹고 벌초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뒤로 난 벌초에 동행하지 않는다.

그 엄청난 트라우마를 울 아들은 몇 배로 겪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꽃을 보면 벌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곤 한다...ㅠㅠㅠ

아들의 해바라기 사랑을 막는 훼방꾼, 벌....

널 미워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지.

우리가 너희 집을 건드렸으니...

이런 악연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으련만.

안타깝고 안타깝다.





그래도 해바라기는 나의 꽃



겨우 아들을 수습해 해바라기에게로 다가갔고

아들은 해바라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난 그 순간을 잊지 않고 담았다.

왜?

난 아들 덕분에 순간포착을 하는 사랑의 찍사가 되었으니까.

그러나 아들의 귓전에 울린 벌의 소리는

여름의 납량특집만큼이나 으스스한 것이리니...

아들에게 해바라기 사진을 보여주니 환한 미소를 짓는다.

언제, 어떤 연유로 아들이 해바라기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어린 시절 해바라기만 보면 달려가

사랑스럽게 보듬는 녀석 덕분에 나도 마니아가 되었다는 것.

아들 덕분에 인연을 맺은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 싶다.



고맙고 사랑해... 해바라기야~~!!!




부여 서동연꽃축제장에서 만난 해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