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살고 싶다.

-이응노 미술관 소장품전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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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로 대롱대롱 물방울이 맺히는 일요일 오후,

종일 집에 있기가 미안해 아들과 갈 곳을 궁리했다.

날은 춥고 비마저 내리니 밖을 도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홀연 떠오른 미술관~~!!

상시적으로 열고 있는 미술관을 생각했다.

이응노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좋다... 그렇게 가면 되겠다.

내 감성의 지수도 높일 겸 아들과의 데이트 장소로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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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悠悠自適)~!!!

제목부터가 너무 맘에 들었다.

그래, 나도 유유자적하며 살고 싶다.

현실적으로 그리 되지 않는다 하여도 마음만으로도

그 마음을 가지면 삶이 궁핍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조차도 유유자적해본다.

우산을 쓰고 가는 아들 뒤로

비에 젖은 바닥이 비추는 풍경을 담아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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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행복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묵향을 날리며 무언가를

그려내고픈 마음이 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동양화를 배우며 평생을 이렇게 그리며 살고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의 꿈이 떠올라 한 자리에 멈춰 서서 멍하니 그림에 빠져보기도 했다.

정말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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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나를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아들을 살짝 불러 기다려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러면 감사하게도 아들은 내 주변을 맴돌며

그렇게 기다려준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난 아들에게 벽에 붙어있는 작품 해설을 편안하게 읽어주며

아들도 이런 감성을 공유하길 바라며 그 시간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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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어둠이 비에 젖은 바닥으로 스미고 있었다.

가로등이 켜졌고

비에 젖어 은은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미술관에 들어갈 때보다 더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기다 조용히 기다려주는 아들,

차창으로 몽글몽글 맺힌 빗방울과 가로등 불빛,

차도를 물들이는 자동차들의 불빛...

나는 잠시 여유를 낚는 어부가 된 느낌이었다.

이 맘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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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40422_01.jpg 인터넷에서 발췌한 그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