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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유유자적(
悠悠自適
)하며 살고 싶다.
-이응노 미술관 소장품전
by
최명진
Jan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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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로 대롱대롱 물방울이 맺히는 일요일 오후,
종일 집에 있기가 미안해 아들과 갈 곳을 궁리했다.
날은 춥고 비마저 내리니 밖을 도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홀연 떠오른 미술관~~!!
상시적으로 열고 있는 미술관을 생각했다.
이응노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좋다... 그렇게 가면 되겠다.
내 감성의 지수도 높일 겸 아들과의 데이트 장소로 좋겠다 싶었다.
유유자적(悠悠自適)~!!!
제목부터가 너무 맘에 들었다.
그래, 나도 유유자적하며 살고 싶다.
현실적으로 그리 되지 않는다 하여도 마음만으로도
그 마음을 가지면 삶이 궁핍하지는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조차도 유유자적해본다.
우산을 쓰고 가는 아들 뒤로
비에 젖은 바닥이 비추는 풍경을 담아보기도 한다.
참으로 행복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묵향을 날리며 무언가를
그려내고픈 마음이 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동양화를 배우며 평생을 이렇게 그리며 살고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의 꿈이 떠올라 한 자리에 멈춰 서서 멍하니 그림에 빠져보기도 했다.
정말 행복한 시간...
아들은 나를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아들을 살짝 불러 기다려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러면 감사하게도 아들은 내 주변을 맴돌며
그렇게 기다려준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난 아들에게 벽에 붙어있는 작품 해설을 편안하게 읽어주며
아들도 이런 감성을 공유하길 바라며 그 시간을 나누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어둠이 비에 젖은 바닥으로 스미고 있었다.
가로등이 켜졌고
비에 젖어 은은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미술관에 들어갈 때보다 더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기다 조용히 기다려주는 아들,
차창으로 몽글몽글 맺힌 빗방울과 가로등 불빛,
차도를 물들이는 자동차들의 불빛...
나는 잠시 여유를 낚는 어부가 된 느낌이었다.
이 맘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보자.
인터넷에서 발췌한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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