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애로운 백제의 미소를 만나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 삼존상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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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다음날,

남편은 어디를 갈까 고민을 했다.

적적할 친정부모님을 위한 우리의 대안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크니 시골집에 와도 오래 머물지 않고 가는 상황.

남자 형제들은 명절날 처가로 가고,

여자 형제들은 명절을 보내고 명절 저녁에 모이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다.

이번에도 막내는 오지 못하고 언니네와 우리가 친정집에 모였다.

아이들이 그토록 보고파했던 형과 누나는 오지 못한 상황이어서

우리 아이들도 적적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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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뭔가 검색을 하더니 '서산 마애여래 삼존상'을 만나러 가자고 제안했다.

날다람쥐 같은 아버지와는 달리 걷기에 어려움이 있는 친정엄마가 계시기에

어딜 가려면 그것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괜찮을 것 같다는 남편의 말에 우리는 그렇게 출발을 했다.

아직 바람은 차가웠지만 차창으로 스미는 햇살은

이미 봄을 맞기에 충분히 따뜻한 날이었다.

게다가 하늘이 높고 맑아서 기분이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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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아들은 해미읍성을 지날 때 '해미읍성'이라고 말하며

내게 가리켰다.

작년 설 때 부모님을 모시고 왔던 곳이었는데 아들은 제법 기억을 해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연을 함께 날렸던 기억도 떠올렸다.

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추억 만들기를 위해 열심히 돌아다닌 보람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차를 달려가다 보니 어느새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 삼존상'이라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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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아담한 곳이었다.

더구나 거리도 차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되기에

엄마에게도 천천히 가보자고 제안을 했다.

그렇게 우린 국보 48호인 '마애여래 삼존상'을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애로운 삼존상을 만나다니...

커다란 바위를 처마 삼아 그 아래로 햇살이 잘 드는 곳에

마애여래 삼존상이 우리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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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합장을 하고 설명서에 맞춰 각도를 달리하며 삼존상을 바라보았다.

미소가 참으로 자애로웠다.

절로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맑은 하늘에 흰구름은 두둥실,

바위틈 사이에서 자라난 소나무 한 그루가 마치 그들을

호위하는 무사처럼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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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서산 마애여래 삼존상~!!

당시 백제인의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는 마애여래 삼존상~!!!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다르게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단다.

중앙에 현세불을 의미하는 여래입상,

좌측에는 과거불을 의미하는 제화갈라보살입상,

우측에는 미래불을 의미하는 반가사유상이 새겨져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만큼은 커다란 여유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혹여 법당이 있다면 내친김에 백팔배까지 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을 안고 돌아섰다.

삼존상을 만나고 돌아서며 다시 삼존상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유난히 햇살이 따습게 내리고 있었다.

마치 삼존상의 자애로운 미소가 그곳에 햇살로 내리는 느낌이랄까.

명절 끝에 만난 소중한 미소...

내내 간직하며 힘들 때 꺼내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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