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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이응노의 집에
가다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
by
최명진
Feb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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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마애여래 삼존상을 만나고 내친김에 수덕사로 달렸다.
서산과 예산이 서로 잇닿아있음을 예전에 미쳐 알지 못했던 것처럼
그렇게 도로를 따라 달렸다.
차창으로 스미는 햇살이 어찌나 좋은지 그냥 어디론가 마냥 달리고픈 마음이었다.
수덕사에 들려 부모님이 좋아하는 산채비빔밥을 먹고 나오다가 만난 이정표~!!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
이정표를 보니 그리 멀지 않음이 나를 당겼다.
"내친김에 가까이에 있는 이응노 생가 기념관도 가지요..."
여유롭게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곳...
그냥 찾으려 관심을 두지 않으면 지나칠 곳...
그냥 반가웠다.
일전에 아들과 함께 대전의 이응노미술관에서 만난 '유유자적'이 떠올랐다.
비가 내렸던 그날은 운치 있게 작품을 만났는데
시골의 생가 기념관은 다순 햇살에 절로 발길이 가벼워졌다.
고암 이응노의 작품을 만나려면 당연 대전의 이응노미술관에 가야겠지...
친정엄마도 예전에 갔던 운보의 집이 떠올랐는지 별로 볼 것이 없을 거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다.
그래도 몇 해 전에 갔던 운보 김기창의 집을 기억하는 엄마가 고마웠다.
내가 좋아하는 운보 김기창과 고암 이응노가 충청도 출신임을 다시 떠올리며
그 인연에 감사했다.
훌륭한 화가가 탄생한 곳을 그냥 거니는 것 자체가 의미롭지 않을까 싶었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버지도 여유롭게 전시된 작품을 만나셨다.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이 참 감사했다.
아들과 작품들을 보면서 천천히 돌다 보니
부모님과 남편, 작은 아들은 돌에 앉아 이른 봄의 햇살을 맞고 있었다.
기념관을 나와 조성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응노 생가에 갔다.
널따란 툇마루에 햇살이 가득 들어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마치 그곳의 주인인 양 햇살을 맞고 계셨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시간만 나면 그림을 그리시던 예술혼 충만하셨던
아버지의 그 모습이 왜 그다지 내 눈에 박히던지...
이젠 그림을 그리지 않으신다는 울 아버지...
엄마도 늘 말씀하신다.
달밤에 대나무 숲에서 나오는 호랑이를 너무도 멋지게 그리셨던 아버지를...
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는 머리 딴 처자의 뒷모습을 잘 그리셨던 아버지를...
가을산의 울긋불긋 단풍을 멋지게 그리셨던 아버지를...
이제 팔순의 아버지는 예전처럼 그림을 그리시지 않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관람을 하시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예술혼을 잃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도닥여주고픈 딸...
생가에서 나오니 눈 앞으로 보이는 산은 아마도 용봉산?
고사목에 꽃처럼 매달린 흰구름과 파아란 하늘,
그 하늘 뒤로 묵묵히 받쳐주는 산의 위용.
공연히 마음이 가벼워진다.
꽃피는 봄에 오면 주변을 맘껏 거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것 같은 풍경.
다음엔 좀 더 색채가 환할 때 와야겠다.
내 부모님이 걸으실 수 있을 때 더 맘껏 다니고픈 마음이 절로 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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