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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온고지신(
溫故知新
)을 생각하며...
-옛 충남도지사공관을 돌아보다.
by
최명진
Feb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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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거실로 스며드는 오후~!!
그냥 집에 있기엔 그들의 손길이 너무 따스해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근에 갈 곳을 물으니 남편이 가까이 있는 [옛 충남도지사 공관]에 가보잖다.
이번 겨울에 대전역사박물관, 한밭교육박물관을 돌아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졌던 터라 절로 호기심이 돌았다.
가까이 있다니 바람도 쐴 겸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렇게 길을 나섰다.
1932년 9월에 준공되어 2013년 충남도청이 이전할 때까지 역대 충남도지사들이
사용했던 관사란다. 충남도청사가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해오면서 함께 지어진
건물이란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겁고,
그 시대를 생각하자니 울컥함이 일었다.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내 부모님도 그 시기를 사셨고,
그 시대의 역사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어 더욱 중압감이 자리를 했다.
일제강점기 대전의 명소 중의 하나였던 후지산(지금의 테미공원) 동쪽 자락에
건립되었다는 도지사 공관~!!!
테미공원의 흐드러진 벚꽃을 구경하러 여러 번 왔었지만 이곳에 올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제법 넓은 공간을 할애한 정원을 거닐자니 이곳을 왜 비원(비밀스러운 정원)
이라 칭했는지를 알 것 같은 느낌.
그러면서 몇 해 전에 다녀왔던 군산의 일식가옥이 오버랩되면서 울컥함이 다시 올랐다.
마냥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는 마음은 비단 나뿐일까?
2월의 정원이 이 정도면 꽃피는 봄엔 참으로 화려할 듯하다.
스미는 햇살조차도 내 마음을 위로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부를 돌면서 다시 울컥함이 치밀어 올랐던 곳은 2층의 회의실이었다.
일식 냄새가 물씬 풍기는 회의실...
그 창으로 스미는 햇살조차도 울컥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만의 느낌인지...
문화해설사님의 설명으로 우리가 돌았던 곳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어쩌면 우리나라에 대해서 우리보다 일본이 잘 알 수도 있다는 말에
다시 한 번 전율이 일었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 얼마큼 알고 얼마큼 다음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마음으로 공관을 나와 주변을 돌아보았다.
도지사 공관만 개방했을 뿐 관사촌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햇살이 따습게 스미는 거리에 사람의 발소리조차도 낯선 거리...
문득 떠오른 온고지신(溫故知新)~~!!
과거 없이 현재가 어찌 있겠는가?
옛 것을 통해 현재를 반추하고 돌아보며 새롭게 알아가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여전히 한일관계는 무엇보다 복잡하고 미묘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돌아보고 잘못된 것을 다잡아야 하는 현실이다.
역사의 산증인들이 하나 둘 떠나는 이 시기에
옛 충남 도지사공관을 만난 것은 내게 어쩌면 현실적 과제를 준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미약한 존재이지만 잘못에 대해 인식하고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는 또한 그다지 밝지 않겠지...
문화해설사님의 설명 중에 나왔던 도산서원~~!!
내친김에 그렇게 차를 달려 만나러 갔으나 정보 없이 오니 꽉 닫힌 문.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나 보다.
아쉬움에 뒷산에 올라 조금 일찍 온 봄햇살을 맞으며 걸었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랑하는 나의 남편과 아들...
그들 등으로 스미는 햇살이 참으로 감사하다.
돌아오면서 내내 내 머릿속엔 '온고지신'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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