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씨와 '덕분에'씨~!!!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by 최명진


밤이 깊었네...

어둠이 짙어지니 무심했던 귀가 열리고

밤의 정적을 깨는 소리들이 뇌를 흔드네.

가만, 이것은 왜일까?

그래, 낮엔 눈으로 보이는 많은 것들을 눈이 열심히 보아주니

귀는 조금 소홀해도 되었던 거야.

그런데 밤엔 눈이 볼 수 있는 것들이 한정이 되니

드디어 귀가 열심히 들어주는 거야.

눈 '때문에' 귀가 조금 무디어도 괜찮았다면

이것은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가 아니겠어?

이들의 상생은 이렇게 시작되었대...





어느 몸이 있었지.

아니 엄밀히 말하면 한 사람이 있었지.

그다지 유쾌하지도 열정적이지도 않았던 그녀에게

'때문에'씨가 찾아온 것은 생각지 못한 인연의 끈 때문이었대.

바로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들이 '자폐성 장애'란 얘길 들은 직후였지.

물론 그 전에도 '때문에'씨와 '덕분에'씨는 그녀의 주변에

머물길 했지만 그녀의 뇌리에 주축은 아니었었지.

근데 말이야...

그녀가 아들의 장애를 직면하는 순간 모든 것은 뒤집힌 거야.

그 이야기 들어볼래?





그녀는 한동안 '때문에'씨의 기에 눌려 중심을 잃었어.

그녀가 하는 어떤 일도 '때문에'씨가 개입하는 순간 무기력해졌거든.

그는 그녀 몸의 일부가 아니면서도 마치 그녀 몸의 일부인냥

그녀를 자기 멋대로 흔들었대.

그녀의 뇌가 '때문에'씨의 지배를 받자 몸은 순한 양처럼 순종을 했다네....

생각도 습관처럼 '때문에'씨를 따라다녔구.

그녀는 점점 눈의 초점도 흐려지고 생각의 총기도 흐려졌대.

아들의 자폐성향적 행동을 보면서 자신의 생의 전부가 마치 아들 인냥

아들의 상황에 따라 흔들리고 쓰러지고 분노하면서 살았대.

정작 아들을 사랑한다 생각했는데

진정 아들을 사랑하기나 했었나 할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더라구.





'때문에'씨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에게 침투해

그동안 그녀가 믿었던 사랑과 행복, 웃음을 그렇게 빼앗기 시작한 거야.

유체이탈을 한 듯 초점이 흐려졌던 그녀가 다시 '때문에'씨와 다른 몸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대.

아들의 행동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행복해했던 행동을

어느 순간 최악의 행동으로 치부하는 자신을 발견하였던 거지.

그녀의 아들이 가지고 있는 나름 특별한 능력...

(이를테면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영어, 한글을 읽는....)

아들은 그대로인데 그녀 자신이 변했던 것을 인식한 거지.




그 순간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어.

그녀를 쥐고 흔들던 '때문에'씨에게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난 거지.

이름 하여 '덕분에'씨~~!!

'때문에'씨 때문에 절망하고 눈물을 흘리던 그녀가 '덕분에'씨를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거야.

비록 아들의 장애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슬픔은 있었지만

소중한 아들과 난관을 헤쳐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덕분에'씨의 힘이 세어져 그녀는 다시 중심을 잡아 간 거지.

장애가 있지만 건강하다는 것, 알려주지 않은 글자를 터득한 것 등.

아들의 가능한 것들을 찾으려고 생각하고 나니 아들 덕분에 우쭐했던 것도

기억이 난 거야. 물론 덧 없지만...




여전히 그녀의 주변엔 '때문에'씨가 찾아와 횡포를 부리는 날도 있고,

'덕분에'씨가 찾아와 그녀에게 환한 웃음을 줄 때도 있지.

조금 달라졌다면 그녀는 이제 아들의 장애로 인해 '때문에'씨만 찾지 않는다는 거지.

비록 장애는 있지만 아들 덕분에 소소한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던가....

아무튼 그녀에게 '덕분에'씨가 찾아오면서 그녀는 미소를 되찾았고

가끔 불쑥 찾아와 심하게 횡포를 놓는 '때문에'씨에게 덜 휘둘리게 되었대.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다니다가

자신 안에 있는 '파랑새'를 만났다고나 할까.






밤 하늘을 밝히는 불꽃들을 봐.

그들이 낮 하늘에 터진다면 그들은 아름다울까?

깜깜한 밤 하늘에 순간에 열정을 다해 터지니까 아름다운 거야.

우리들이 두려워하는 어둠을 밝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거야.

우리가 두려워하는 어둠은 역으로 생각하면

다른 것들을 덮어주는 귀한 능력을 가졌거든.

어둠 덕분에 우린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귀로 세상을 볼 수도 있잖아.

참 이율배반적이지 않아?

'때문에'씨와 '덕분에'씨의 상생이 말이야.




오늘도 그녀에겐 여지 없이 '때문에'씨가 찾아오기도 하고

'덕분에'씨가 찾아오기도 했대.

그러나 그녀는 이제 그들을 친구처럼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

아들의 장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어느 날보다

더 많이 아들 덕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 이즈음을 보면서

그녀는 '때문에'씨가 준 절박함 덕분에 '덕분에'씨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

참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인 것 같아.




밤의 정적을 깨는 소리를 들어 봐.

어둠 속에서 찬란히 아름답게 하늘을 수 놓는 불꽃들을 봐.

'때문에'는 좁게 보고 사람을 머물게 하지만

'덕분에'는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다음을 기약하게 만들어.

오늘 그녀는 바로 이 순간에 글을 쓰고 있잖아.

그녀의 생을 온통 사로잡은 '때문에'씨 덕분에 그녀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거든.

알쏭달쏭한 세상... 우리 파이팅하자고...!!!






부여 서동연꽃축제 마지막날 폐회식 때 담은 불꽃놀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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