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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봄맞이 나갔다가 만난 상념
-한밭수목원과 집 주변
by
최명진
Mar 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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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견디고 핀 팬지
부지런한 봄의 전령사 홍매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포근해 보여서
오후에 아들과 문밖으로 나갔다.
문밖의 봄은 어디만큼 왔을까?
한 번도 외출을 하지 않은 날은 없지만
봄은 스미는 물처럼 소리 소문 없이 곁에 와있곤 했으니까...
오늘의 외출은 온전히 봄을 만나러 가는 길.
설렘이 봄바람 타고 후욱 가슴으로 스몄다.
봄을 느끼기 좋은 곳으로 꼽은 곳은 한밭수목원....
늘 봄을 느끼고 싶을 때 먼저 찾았던 곳이다.
그곳이 좌표가 되어 난 봄맞이 가는 날짜를 계획하곤 했다.
올해도 어김없으리라는 생각...
역시 부지런한 홍매화가 눈에 띄었다.
출입을 금하니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어 줌을 하여 그들을 담았다.
그리고 백매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고고고.
가는 길에 아들과 같이 곰두리 영어학교(장애학생을 위한 영어교실)에서
만났던 아이와 엄마를 만났다.
초등학교 때 만났는데 이젠 중. 고등학생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엄마 역시도 아들의 성인기를 걱정하는 공통점을 안고 있었다.
봄볕에 엄마 주변을 돌며 봄 풍경을 찍는 아들 덕분에
우린 짧지만 진지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산수유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다시 돌아나오는 길,
산수유를 담지 못한 아쉬움을 알기라도 하는 듯
주차장 주변의 볕이 좋은 곳에 산수유가 봉오리를 열고 있었다.
참 어여쁘다.
그들을 심호흡하며 담다 보니 문득 가슴이 에인다.
우리 아이들도 이와 같았음을...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칠새라 담았었는데...
오는 봄을 단 한 순간도 놓치기 싫어 이렇게 바지런을 떨듯
아이들의 발전에 숨죽여 한 컷 한 컷 담던 시절이 떠오른다.
장애가 있든 없든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성장이 신비로웠던 아이들의 어린 시절.
남들 보기엔 거기가 거기인듯한데도 엄마의 눈엔 늘 새로웠던 시절이었다.
어쩜 이 봄을 여는 전령사들처럼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순간이
바로 어린시절이 아니었던가?
지금의 나는 어떤가....
멀뚱 서서 저만치 앞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몸은 어엿한 성인의 몸이 되었으되 마음만큼은 해맑기 그지없는 나의 아들.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물고 마냥 행복해하는 아들.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해 아이스크림 값을 계산하기 위해 선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는 순간...
아들의 성장은 봄의 전령사만큼 이젠 신비롭지도 않고 하루가 다르지도 않으니...
가슴 한편에 묵직한 돌이 얹힌 느낌이다.
아파트 양지쪽에 핀 매화
작년의 열매와 새롭게 핀 꽃... 삶도 이와 같으리라....
그래도 차마 오는 봄을 거부할 수 없음처럼
나의 아들의 성장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장할 뿐이다.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한밭수목원에서 만난 매화들을 떠올리며
양지바른 곳에 있는 아파트 매화나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매화~~!!
양지바른 곳에 곱게 피어 벌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아~~ 봄이다. 해맑은 내 아들의 미소가 스친다...
명자나무의 꽃봉오리
수선화
원추리
다시 떠오르는 하나의 시 제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내 아들이 장애로 인해 겪었던 많은 상념들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떠오른 이상화의 시~!!!
장애이기 이전에 사람임에도 장애 이전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나의 아들...
장애가 있는 나의 아들에게도 봄볕은 스미는데...
아들의 진정한 봄은 과연 오고 있는가?
2년 후면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나의 아들에게 과연 봄은 오는가...
다순 봄볕 아래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순간.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벌과 그 벌을 맞는 꽃을 보면서
나를 다잡는다.
아들에게 그 봄을 만들어주자...
성인이 된 내 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수목원에서 만났던 엄마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부지런히 봄을 만나러 나온 것처럼 그렇게
부지런 떨며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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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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