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암에서의 백팔배

-발길 닿는 곳마다 마음을 남기다.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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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쌓아놓은 어설픈 돌탑에도 발길이 멈춘다.

간절함을 담아 숨을 고르며 쌓아 놓았을 돌탑.

나는 가만 숨을 고르며 그들을 담는다.

누군가의 마음만큼 내 마음 또한 그러함을...

갓 피어난 생강나무의 꽃조차도 경이로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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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

어머님 살아계셨을 적 함께 오려다가

너무 많은 인파로 다음을 기약했었는데...

십여 년이 훌쩍 뛰어넘은 시간에 오니

어머님은 소천하신지 벌써 4년이 되었고,

코흘리개 울 아이들은 장정이 되어버렸다.

시간의 흐름만큼 무심한 것이 있을까?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리암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리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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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길을 따라 올라가니

우리를 반기는 것은 온몸이 까만 까마귀.

어렸을 때 같으면 '나쁜 소식을 가져온다'며 퉤퉤 침이라도 뱉었을 텐데...

어느 순간 길조로 알려진 까치보다 까마귀가 더 귀해 보임은

청정지역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과 안팎이 같다는 것.... ㅎ

이 역시도 세월이 주는 앎의 단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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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따라 들어간 법당에서

아들과 정성으로 백팔배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집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백팔배를 했을 텐데

이리 좋은 곳에 왔으니 마음을 풀기로 했다.

어느 순간 머릿속으로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

내 마음인 양 감사하다.

함께 오지 못한 고3의 내 아들을 마음으로 품어보았다.

다른 때는 무념무상으로 백팔배를 했었는데...

역시 난 엄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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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해수관음상으로 유명한 곳은 다 와본 셈이 되었다.

낙산사, 여수 향일암과 남해 보리암까지...

내가 살던 가까운 곳에 있었던 서산의 간월암도 떠오른다.

해수관음상은 없었지만 밀물과 썰물에 의해 섬 하나를 온전히

채웠던 간월암의 풍경이 영상처럼 스쳤다.

좋은 곳에 오니 좋은 풍경 덕분에 내 마음조차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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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가 기도를 드렸다는 선은전~~!!!

화살표 따라 내려갔다가 후덜후덜 다리가 떨렸다.

이렇게 엄청난 경사가 있던가....

내친김에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으로 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니

마음만큼 그 거리는 가까워졌다.

깊은 심호흡하며 주변의 경치를 살피니 폐부조차 향기로움을...

이런 맛에 찾아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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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경사로 따라 마을버스가 진저리를 치며

우리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올랐던 보리암이 참으로 멀기도 하다.

어머님 살아계실 제 맺지 못한 인연을 이렇게 다시 맺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느 곳에서 백팔배를 한들 향기롭지 않겠는가.

귀한 인연으로 찾은 보리암에 한 배 한 배 마음을 수놓았던 백팔배.

그 향긋한 백팔배의 인연으로 다음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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