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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보리암에서의 백팔배
-발길 닿는 곳마다 마음을 남기다.
by
최명진
Mar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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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쌓아놓은 어설픈 돌탑에도 발길이 멈춘다.
간절함을 담아 숨을 고르며 쌓아 놓았을 돌탑.
나는 가만 숨을 고르며 그들을 담는다.
누군가의 마음만큼 내 마음 또한 그러함을...
갓 피어난 생강나무의 꽃조차도 경이로움을...
보리암~~!!
어머님 살아계셨을 적 함께 오려다가
너무 많은 인파로 다음을 기약했었는데...
십여 년이 훌쩍 뛰어넘은 시간에 오니
어머님은 소천하신지 벌써 4년이 되었고,
코흘리개 울 아이들은 장정이 되어버렸다.
시간의 흐름만큼 무심한 것이 있을까?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리암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리도록 아름답다.
비탈진 길을 따라 올라가니
우리를 반기는 것은 온몸이 까만 까마귀.
어렸을 때 같으면 '나쁜 소식을 가져온다'며 퉤퉤 침이라도 뱉었을 텐데...
어느 순간 길조로 알려진 까치보다 까마귀가 더 귀해 보임은
청정지역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과 안팎이 같다는 것.... ㅎ
이 역시도 세월이 주는 앎의 단면일까?
사람들 따라 들어간 법당에서
아들과 정성으로 백팔배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집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백팔배를 했을 텐데
이리 좋은 곳에 왔으니 마음을 풀기로 했다.
어느 순간 머릿속으로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
내 마음인 양 감사하다.
함께 오지 못한 고3의 내 아들을 마음으로 품어보았다.
다른 때는 무념무상으로 백팔배를 했었는데...
역시 난 엄마인가 보다...
어쩌다 보니 해수관음상으로 유명한 곳은 다 와본 셈이 되었다.
낙산사, 여수 향일암과 남해 보리암까지...
내가 살던 가까운 곳에 있었던 서산의 간월암도 떠오른다.
해수관음상은 없었지만 밀물과 썰물에 의해 섬 하나를 온전히
채웠던 간월암의 풍경이 영상처럼 스쳤다.
좋은 곳에 오니 좋은 풍경 덕분에 내 마음조차 향기롭다.
태조 이성계가 기도를 드렸다는 선은전~~!!!
화살표 따라 내려갔다가 후덜후덜 다리가 떨렸다.
이렇게 엄청난 경사가 있던가....
내친김에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으로 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니
마음만큼 그 거리는 가까워졌다.
깊은 심호흡하며 주변의 경치를 살피니 폐부조차 향기로움을...
이런 맛에 찾아오나 싶다.
구불구불 경사로 따라 마을버스가 진저리를 치며
우리 차가 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올랐던 보리암이 참으로 멀기도 하다.
어머님 살아계실 제 맺지 못한 인연을 이렇게 다시 맺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느 곳에서 백팔배를 한들 향기롭지 않겠는가.
귀한 인연으로 찾은 보리암에 한 배 한 배 마음을 수놓았던 백팔배.
그 향긋한 백팔배의 인연으로 다음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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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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