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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
-다른 이의 삶의 터전에서 나를 만나다
by
최명진
Mar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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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
때론 그들의 삶이 과연 지금의 나와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면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음을 느끼곤 한다.
내 사는 좁은 우물 안에서의 생각과 떨치고 나아가 만난 세상을 통해
배우는 생각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천 다랭이 마을은 내겐 큰 스승과 같은 곳이었다.
이미 몇 번을 매체를 통해서 보았지만 발품을 팔며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만남이란 설렘과 동시에 가슴을 훅 끼쳐드는 삶의 터전, 그 냄새....
직접 오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느낌 이리라.
어둠이 어스름 내려오는 시간에 그들을 만났기에 더욱 상념이 깊어진지도 모르겠다.
다랭이란 말이 어쩜 그리도 정겹게 다가오는지...
더불어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삶의 터전을 잘 지켜오신 알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경외감까지...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시골의 풍경이 늘 감성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지만
그 분주함을 몸으로 경험했기에 아릿한 삶의 냄새를 나도 모르게 수집하곤 한다.
내 고향은 바다를 볼 수 없는 곳이지만 가슴 한편에 키워둔 바다에 대한 흠모는
늘 그 바다를 끼고 살고 있기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급박한 경사를 따라 내려가는 발걸음은 참으로 조심스럽다.
장애 쪽 일을 하다 보니 문득 드는 '편의시설'이란 단어도
경사를 따라 데구루루 굴러간다.
그럼에도 삶의 터전은 누군가의 관심과 열정으로 닦이고 닦이여
정갈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분들의 얼굴을 거의 볼 수 없었기에
이방인의 방문에 다소 불편함이 많겠구나 싶은 마음까지 안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다랭이 마을만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급경사를 따라 내려간 곳에 펼쳐진 바다에 나는 그만 멈춰버렸다.
또 다른 보물을 만난 느낌이랄까....
무지의 선물이랄까....
다랭이마을만 생각했지 그 앞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지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의외의 커다란 선물이었다.
봄바람맞은 아지매는 자신의 나이를 잊고 경박하지 않게
그러나 그 기쁨을 차마 떨칠 수 없어 흥얼거리며 바다를 만나러 갔다.
이렇게 찾아오는 내겐 이 바다가 아름다움만으로 보이지만
생활의 터전인 분들에겐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미 바다와 바닷바람에 흠뻑 빠진 아들과 남편이 내게 뒷모습을 보이며
바다와 조우할 즈음 난 그들의 모습을 담으며 '감사'란 단어를 새기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그냥 시골의 풍경이겠지만
누군가에겐 그 풍경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사색과 성찰의 장소가 아닐까.
가만있고자 해도 장난꾸러기처럼 머리칼을 어루만지는 바람 덕분에
어수선한 자세로 바다를 만났다.
그래도 너무 좋았다.
바람조차도 내 존재를 확인시켜준다는 생각이었으니까.
너무도 큰 선물을 가슴에 담고 조심스럽게 내려왔던 경사로를
심호흡하며 올라가는 길.
어둠이 침착한 계단이 내 삶을 돌아보게 하고 있었다.
화려한 꽃이 없어도 마냥 아름답고 감성 충만하게 하는 곳,
그곳이 바로 가천 다랭이 마을이 아닐까 싶다.
문득 내 삶에 물음표 달고 싶고, 무얼까를 자문하는 날이 온다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록이 되는 곳이었다.
"한 사람이 있었지.
철학가도 아니고 더욱 탐구하는 사람도 아닌
그냥 한 사람이 있었지.
굽이굽이 층층의 삶의 터전을 보며
절로 사색가가 되는 사람.
다른 이의 삶의 역동 장소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사람....
그래서 한 점이 되어버린 사람이 있었지...."
명진 생각~!!!
다랭이 마을에서 담아온 바다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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