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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풍경따라 유유자적
-영동 월류봉의 석양을 담다
by
최명진
Apr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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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아들 덕분에 나는 나를 찾는데 나름 도움을 받았다.
나의 취향, 나의 길, 나의 취미, 나의 망중한 즐기기...
현실의 삶을 토끼의 간처럼 떼어놓을 수 없으니
함께 하며 즐길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 많은 노력을 했고,
이젠 어느 정도를 즐길 줄 아는 나름의 마니아가 되었다.
그 삶이 주는 즐거움을 감히 '행복'이라 말하며
뚜벅뚜벅 나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달을 좋아한다.
해처럼 너무 뜨겁고 열정적인 것은 내겐 언제나 두려움과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달은 은은하고 여유로우며 억지로 재촉하는 느낌이 적다.
호기심은 많으나 두려움이 많은 내겐 달의 성향이 취향저격 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새겨진 곳이 있으니 영동의 월류봉이다.
제대로 즐기려면 달이 휘영청 떠올랐을 때
그 맛을 온전히 즐기고 싶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아
아쉬운 대로 시간이 날 때 들리곤 하는 곳이다.
어둠의 그림자가 내리는 반야사에서 자연스럽게 길을 돌려 나온 곳이
월류봉이다. 누군가에게 가까이 마음을 놓고 사색하기 좋은 곳을 물었을 때
월류봉과 반야사를 추천받았었다.
월류봉에 가던 날은 날씨가 화창하게 좋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게으름 탓인지 햇살 쨍쨍한 한낮이 아닌 어스름 저녁때가 주로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석양을 담을 수 있는 기회는 처음이었다.
화면이 화사하거나 깔끔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어둠이 스멀 스민 조금은 거친듯한 한 컷이 주는 묘미도 나쁘지 않았다.
유난히 월류봉이 가슴에 더 새겨진 것은 작년 이맘때 대청호 미술관에서 만난
#
우은정
_화가의 작품을 만난 인연 덕분이었다.
푸른빛이 그토록 신비롭고 처연하며 밑도 끝도 없는 사색을 자아낼 수 있음을
그분의 작품을 통해 확인하고 절감하였었기 때문이었다.
보따리 하나 어깨에 걸러 매고 거리낌 없이 떠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삶에서 조금은 벗어나 관조자의 자세로 머물고 싶을 때
나는
#
우은정 작가의 작품을 떠올리게 되었다.
인연이 주는 오묘함과 위대한 힘이 아닐까 싶다.
때 맞춰 곱게 피어준 복숭아꽃이 조금은 칙칙한 풍경을 거들어 주고 있었다.
거기에 곧 떨어질 듯 말듯한 석양이 감성쟁이 아지매를 끌어당겼다.
좋은 렌즈로 저들을 담고도 싶지만 커다란 욕심은 없다.
내가 담고자 하는 최고의 렌즈는 역시 내 심상을 담아내는 눈이니까.
투박하면 어떠랴.
그 한 컷 사진으로 많은 사색을 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을.
이렇게 기회를 맞아 담을 수 있음만도 충분한 행복이었다.
아~~ 아름다운 어울림~~!!!
한 컷을 담을 땐 심호흡을 하고,
구도를 잡을 땐 최대한 머리 속으로 각도를 재며
그렇게 풍경을 담았다.
이렇게 풍경을 담을 때의 내 모습을 직접 볼 순 없지만
나름 깊이를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이런 엄마 옆에서 엄마의 옛 폰으로 자신의 세상을 담는 아들.
그 아들의 모습조차도 너무 사랑스럽다.
학창 시절에 배운 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까지는 아니지만
그 심상으로 월류봉의 풍경을 담고 그 주변을 배회해본다.
어찌 보면 사진이 주는 허구가 더 많을 수도 있는 곳...
그럼에도 월류봉을 중심으로 내 심상의 각도를 맘껏 조절할 수 있음이
이곳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한밤의 월류봉의 고즈넉함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그 소망의 반에 반쯤을 담은듯한 석양... 감사하다.
아들의 자연스러운 컷에 나도 모르게 감동으로 심쿵했다....
내 심상을 온통 채운 우은정 화가의 작품-2015년에 만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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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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