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렌즈에 담은 심상
사람의 몸짓에 홀리다.
-백조의 호수 공연
by
최명진
Apr 19. 2016
아래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 일상에 늘 함께 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라디오다.
어느 순간 시청각을 모두 빼앗아버리는 텔레비전보다 일을 하면서
귀를 열며 들을 수 있는 라디오에 빠져버렸다.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인다는 팝송의 가사를 가끔 음미하면서
반드시 그렇지만을 않음을 느낀다.
인공지능 알파고 조차도 인간과의 한계는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을 사람이 아닌 기계에 의존하다 보면 우리 스스로의
존재의 가치를 잃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까지...
라디오를 들으면서 디제이들이 하는 언어와 전달하는 방식을 듣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자 귀한 정보이다.
예전엔 차 안에서도 좋아하는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었는데 이젠 차에서 조차도
라디오를 늘 벗하는 내게 있어 라디오는 어쩌면 최고의 친구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어느 순간 무심한 듯 보낸 문자에 공연 티켓이라도 당첨되는 날은
날개가 달려 날아가는 것 같은 희열을 느끼곤 한다.
편지가 아닌 문자이다 보니 긴 기다림이 아닌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에
받을 수 있는 선물이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등극했다.
내가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늘 익숙한 것들을 반복하다 보니 다른 이들에겐 당연한 일상이 내겐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음을 경험했던 날이 며칠 전에 있었다.
클래식 프로에서 발레 공연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에 문자를 보냈고
그것이 당첨이 되어 드디어 나도 발레 공연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것이다.
천안 예술의 전당 이니 드라이브 겸 차를 달려가면 되니 얼마나 좋은가.
좋은 벗에게 함께 가기를 청하니 흔쾌히 응했다.
촉촉이 비가 내리는 오후....
조금 일찍 도착한 곳에서 만난 화려하기 그지없는 꽃, 홍도화~~!
금산의 남일면에서 있었던 홍도화축제가 떠올랐다.
게다가 살짝 내린 빗방울이 함초롱 맺혀있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가 볼 발레에 대해서 사전예고를 한 듯 곱고 아름다워 잠시 머물며
그들을 담고 우리의 추억을 담았다.
이렇게 촉촉한 주말을 함께 좋은 공연을 볼 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이
행복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낯선 공연에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을 살짝 했는데
문훈숙 단장이 공연 전에 발레에 대해서, 공연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 설명을 듣고 시작된 발레 공연을 보는데 순간 숨이 멈칫했다.
사람의 몸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을...
단장이 설명을 하면서 간간이 보여주는 몸짓에도 눈을 뗄 수 없었지만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난 완전히 매료되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안치환의 노래에도 있듯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면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몸짓을 눈으로 담고 마음으로는 꾸물꾸물 몸을 움직여
그들을 따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우아한 백조의 몸놀림이 무지한 나를 백조의 호수로 이끌어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백조의 호수를 이렇게 볼 수 있음도 꿈같았고,
얼굴 표정, 흐트러짐이 없는 우아한 백조의 몸짓을 표현하는 그들이 천사 같았다.
화려한 의상보다는 부시도록 흰 발레복이 더 눈에 들어왔다.
특히 백조의 군무는 단연 내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마치 한 몸인 듯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그들에게 미친 듯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어쩜 나는 한동안 발레 앓이를 할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아름다운 공연을 나만 본 것이 미안해 계속 떠오르는 내 아들들...
공연이 끝난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길 기다리며 관람객을 살펴보았다.
제법 어린 나이의 아이들도 이렇게 공연을 보는데
나는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초대권으로 겨우 관람을 했다.
어쩌면 이도 하지 못했으면 평생 발레에 대해서 경험에 넣지 못하고 살 수도 있으리.
나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문화 소외'....!!!
사실 대전에 이사 오면서 나름 많은 공연 관람을 꿈꿨었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이 모든 것은 시간과 여력이 있어야 했다.
물론 발품만 팔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제치고 관람을 했었다.
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발레나 연극은 아직 어려운 숙제이다.
호흡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곳에서의 긴장감은 배우들 뿐 아니라
관람객에게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언제쯤이면 아들에게 이런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까?
객석을 돌아보며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을 보러 들어갔을 때는 한적한 오후였는데
공연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비는 더욱 축축이 내리고 있었고
어둠이 꽃그늘 아래로 물들고 있었다.
문화의 경외감....!!!
사람이 살아가는데 문화가 주는 힘을 떠오르게 하는 좋은 공연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난 얼마나 보고 알고 있을까?
벅찬 감동을 풀어낼 만큼 발레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는
그냥 그 벅찬 감동을 이렇게 넋두리로 풀어본다.
툭 떨어진 한 송이 홍도화에 맺힌 물방울을 바라본다.
꽃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곳에 맺힌 물방울조차도 진한 아름다움이다.
발레가 주는 아름다움 역시도 그런 것 같다.
독무도 아름답고 우아했지만 더불어 함께 하는 군무가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은
함께 만들어낸 아름다움이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동도 하지 않고 우아하게 서서 독무를 아름답게 해주는 그들이 아름다웠고
여럿이 한 몸처럼 우아한 군무를 선보이는 그들이 또한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 하나 가슴에 담고 내 삶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싶다.
keyword
공연
백조의호수
라디오
3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최명진
취미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포토그래퍼
해바라기를 사랑하는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의 세상 만나기
팔로워
1,060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풍경따라 유유자적
추억 언저리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