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엄마야]~~!!!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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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하교를 할 즈음 난 한 센터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문자로 전화한 이유를 알려다라고 하니

아들이 집에 없다는 것이다. 시간을 보니 하교하여 다시 복지관에

치료를 받으러 갈 시간이었다. 난 치료 갈 시간이라고 다시 답을 남겼다.

그런데도 남편의 전화가 다시 울려서 받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온 활보 쌤의 문자... 아들이 집에 없다는 것이다.

난 용수철처럼 자리를 박차고 조용히 회의 장소를 빠져나왔다.


갑자기 머리가 백지처럼 하얗게 되었다.

이 시간이면 녀석은 분명 집에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녀석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란 말인가. 과연 집에 오긴 한 것일까? 아님.....???

급하게 학교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다급해서 학교에 전화를 하여 실무원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개인정보라서 알려주기 어렵다고.... 상황을 설명하고 겨우 연락처를 받았다.

학교 일정이 끝나고 지하철 타러 가는 것을 보고 돌아왔단다.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 달 사이 벌써 세 번째다.

이젠 간이 졸고 졸아서 제 역할을 할까 싶다.

언제까지 나는 이렇게 아들의 부재에 대해서 간을 졸이며 살아야 할까?

그러면서도 아들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란 텔레파시와 기원으로

분주한 현실을 뛰어다니는 나.

내 속으로 난 자식이지만 그 자식의 속을 알 수가 없다.

표현이 부족하다 보니 가끔 나도 미치도록 녀석의 속이 알고파 환장하겠다...

내가 이렇다면 정작 그 녀석의 속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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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술술 읽어 내려갔던 책이 떠올랐다.

그 책 속에 나처럼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열여섯 명의 엄마들의 이야기는

나와 별다르지 않은 이야기였다.

공감이 가기에 술술 넘겨지기도 했지만 그러기에 먹먹함이 더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감을 잠시 접어둔 사람들.


'발달장에 자녀의 변화와 성장을 중심에 둔 이야기가 아니라, 어머니가 겪은

변화와 갈등을 드러내면서 이 여성들을 고유하고 존엄한 존재로서 세상에

드러내고 싶다는 큰 포부를 키웠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어머니라는 굴레는 상상 이상으로 막강한 것이었다.

어머니란 존재는 한국 사회에서 신화화되어 있다.'


'포기도 섣부른 희망도 아닌, 그 사이를 진동하는 삶의 기록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그래, 엄마야]란 책의 서두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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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6_173635.jpg 오월드 플라워랜드의 풍경~~!!


아이를 낳았는데 단지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경험해야 했던 많은 장벽.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장애'란 단어에 자신도 어찌할 줄 몰라하며

세상의 편견에 맞서야 했던 엄마들.

아들이 장애가 아닌가 물음표를 다는 순간부터 '장애구나'라는 생각이

현실로 느껴지기까지의 그 암울함이 다시 떠올라 숨조차도 쉬기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엄마이기에 아이와 함께 척박한 사회에서 몸부림을 친 엄마들의

이야기가 날카로운 비수에 베인 것처럼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며 도구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권 법칙은 학교에서부터 뭉개집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일이 '선생님 잘 만나서' 혹은

'운이 좋아서'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려면 누군가 요행으로 누린 것들이

모두를 위한 제도와 정책이 돼야 한다.'


'그는 운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 사회 시스템에 대한

것이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이 '운'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이야기는

결국 그들을 지원할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설계,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기댈 언덕은 "공적으로 제도화된 연대로서의 복지"이자 사회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사회 시스템과 함께 작동할 때, 모든 사회

구성원들과 사회가 생명은 물론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발달장애인의 행동특성으로 '돌발행동'이 많이 거론된다.

'돌발'이라는 말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실 이 단어는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쓰는 말이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발달장애인의 '다른'행동은 맥락도 의미도 없이

튀어나오는 이상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은 마치 풍선을 부풀리듯 이 단어 안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한 행동을

가득 채워 넣는다.'


'기회를 만드는 것은 그 '어떤'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키워야 할 힘이다.'


'일상생활이 안 된다고 할지라도 삶은 멈추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고 찾아 나선다.'


'엄마와 발달장애인 자녀는 갈 곳이 정해져 있어서 발걸음을 떼는 것이 아니다.

발걸음을 떼야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걷는다.'


[그래, 엄마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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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급하게 신고를 하고 아들이 갈 곳을 생각하며 발을 동동 거리고 있을 때

꿈결처럼 아들이 부서진 우산을 들고 아파트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아들의 얼굴엔 두려움이나 무서움이 아닌 피곤함이 서려있었다.

아들은 경찰과 엄마의 표정을 스치듯 보더니

"잘 할게요."

하고 부서진 우산이 내내 신경 쓰였는지 우산을 고쳐달라고 짜증 나는 목소리로

말하곤 내게 주었다.

"아들이 돌아왔네요."

경찰에게 말하자 그들은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내게 얻어서 긴장이 감돌았던

장소를 홀연히 떠났다.


난 아들의 표정을 살피며 최대한 편안하게 아들의 행적을 물었다.

지하철을 타고 마지막 종착역까지 갔다가 되돌아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고, 아들은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다.

아~~ 아들은 이만큼 성장해 있었구나...

그러나 정작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아들을 보며

난 온 애간장을 다 녹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 돌아와서 감사하고 이만큼 성장해서 감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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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7_151658.jpg 승상골 벽화마을의 풍경~~~


아들이 얼마큼 성장할지 나는 모른다.

책에 나온 말처럼 길이 있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길을 찾기 위해

나는 오늘도 발걸음을 떼고 있다.

혹여나 혼자의 시간 동안 다친 곳은 없는지, 혹여 다른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는지

아들의 행동을 멀찍이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

감사하게도 아들은 평소처럼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있다.


아들은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란 책을 읽고 자신의 맘에 드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표현을 다 하진 못하지만 아들에게 나는 분명 존재하고 있다.

간이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떤 엄마의 얼굴을 보며 잘 하겠다는 말을

남기는 아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면 되고, 길이 잘못되었다면 고치면 되지...

[그래, 엄마야]란 책의 내용은 이 땅의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의

모습이다. 그들 중에 내가 있다.

상처에 머물러 아픔을 호소하기보다 그 상처를 보듬고 앞으로 나가는 내가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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