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 현암사에서

-발아래 풍경을 가슴으로 담다.

by 최명진
20160514_152332.jpg
20160514_152158.jpg


사월초파일~~!!!

날씨도 좋으니 어느 곳을 간들 부처님의 자비가 없을까.

아들에게 어느 절을 가고프냐고 물으니 구룡산 현암사를 말한다.

사실 나도 공주 영평사가 아니면 구룡산 현암사를 생각했었다.

아들의 발걸음이 가볍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은 늘 성공적이다.

스스로 선택한 것을 즐기는 우리들이 아니던가.

아들의 제안을 받들어(?) 우린 그렇게 대청호의 시원함을 가르지르며

현암사로 향했다.


20160514_152447.jpg
20160514_152609.jpg



맨 처음 현암사를 밟았던 때가 떠오른다.

늘 대청호를 중심으로 다녔던 내게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온 현암사.

대청호에서 바라보면 구룡산의 현암사는 산 중턱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저곳에 오르지 싶었다. 특히 겨울엔...

호기심이 현실로 이어지며 맨 처음 그곳에 갔을 땐 얼마나 헐떡였던지.

철계단도 이색적이었지만 깎아지른듯한 경사가 위협으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경험이 최고의 선생이라고 이젠 그 길이 정겹다.

통통 경쾌한 소리를 내는 철계단도 좋고,

사람들의 발품이 늘면서 반질반질 닦여진 돌계단도 좋다.

더구나 경사를 밟고 오르면 오를수록 조감도처럼 대청호가 눈 안으로

들어올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석가탄신일이 신록이 무르익을 무렵이어서 그 풍경 자체가

에너지 충전과 더불어 심리적 안정감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지 않은가.



20160514_152724.jpg
20160514_152841.jpg



올해는 비가 잦아서 그런지 대청호의 갈증은 조금 채워진 듯하다.

작년엔 대청호를 보면서 내 시름도 깊었는데 올해는 다행이다.

다만 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니 우리 연리지 장애가족 사회적 협동조합의 세차사업에는

약간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도 있음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문제와 이상이 충돌하는 시점이다.ㅋ

나는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발걸음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떼면서

주변의 풍경을 눈으로 담고 그중의 풍경을 폰에 담으며 그 신록을 즐겼다.

어쩜 이리도 고울 수 있단 말인가...



20160514_153502.jpg
20160514_153000.jpg


영평사에 갔으면 맛난 국수를 먹었을까?

조금 늦게 가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현암사에 도착하니

비빔밥을 제공하고 계셨다.

백팔배를 하고 먹을 계획이었지만 시간상 애매해서 먼저 먹고 하기로 했다.

계단을 오른 후유증으로 난 비빔밥을 먹는 내내 손수건으로

머릿속부터 타고 내려온 땀을 닦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를 땐 몰랐는데 멈추고 앉으니 밀렸던 땀들이 기회를 틈타 사정없이 흘러내리는

것이다. 늘 내 우아함은 삐질삐질 흐르는 땀으로 씻기곤 한다...

그래도 입 속으로 들어가는 비빔밥과 산사의 김치는 어찌 그리도 맛깔스러운지...


20160514_155010(0).jpg
20160514_155206.jpg



아들과 잠시 숨을 고르며 소화도 시킬 겸 주변을 돌았다.

남편은 우리가 백팔배를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짐을 들어주고

아들과 나는 법당에 들어가 백팔배를 했다.

이렇게 상쾌한 백팔배가 있을까?

회를 거듭할수록 머릿속으로부터 생성된 땀방울이 눈으로

직행하기 전에 바람이 날려주니 얼마나 상쾌하던지...

백팔배를 이렇게 가볍고 상쾌하게 하기도 드문데 감사하다.

부처님이 주신 환경의 은공으로 생각해본다.ㅎㅎ



20160514_155058.jpg
20160514_162905.jpg



내친김에 고3이라 함께 하지 못한 아들을 위한 마음도 새길 겸

연등 하나를 달았다.

이 연등이 뭔가를 실현시켜주길 바라는 것보단 그 마음을 새기고팠을 뿐이다.

아들은 아들의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고,

나는 부모로서 그 마음을 오롯이 정갈하게 담아 엄마의 마음을 새길뿐.

그래도 이렇게 백팔배를 하고 연등까지 달고나니 기분이 가뿐하다.

숙제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짐을 살짝 내려놓은 느낌이랄까.




20160514_163131.jpg
20160514_163136.jpg



꽃은 피되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불두화가 청초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올라갈 땐 크게 보이지 않았는데 돌아서 내려오는데 불두화가 어쩜 그리도

소담스럽고 청초하게 보이는지...

향도 그리 진하지 않아서 미혹할 것도 없고,

색이 화사하지 않으니 누군가의 넋을 뺄 것도 없으나

그냥 바라봄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얻는 느낌이었다.

사찰에서 보는 불두화는 그렇게 늘 나를 평화롭게 하곤 한다.



20160514_164058.jpg
20160514_164439.jpg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산사의 오후.

여유롭게 내려오면서 신록의 풍경도 담고,

나무 사이로, 발아래로 펼쳐진 대청호의 풍경을 보니 절로 흥이 났다.

초파일이 아니어도 언제든 마음이 당기면 오는 곳이긴 하지만

유난히 더 설레고 감사함이 느껴지는 것은 마음들이 보인 까닭일까.

바위틈 사이로 강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운 돌나물 꽃을 보니

참으로 기특하기도 하고 생명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왔던 마지막 풍경은 바로 이것....!!!

초파일을 산사에서 보내고자 하나 다리가 좋지 않아 오르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운행되는 레일....

지금껏 현암사에 다녔지만 이 풍경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도 불자들의 욕구에 의해 새롭게 도입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려오면서 한 발자욱 옮기시고 심호흡을 하시던 어르신이 내내 눈에 밟혔는데

이런 방법도 있구나....

나도 모르게 합장을 하게 된다.


소중하고 감사한 초파일의 오후는 이렇게 현암사에서 내려다본

대청호의 풍경과 신록,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기쁘게 보낼 수 있었다.

이 나눔이 일상에서도 이어져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길 바라본다.



20160514_163452.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