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월정사를 품에 안다.

-자연을 만끽하다.

by 최명진



여행엔 두 가지의 여행이 있다.

하나는 불쑥 떠나고파 떠나는 여행,

또 하나는 계획에 의한 계획 여행~~!!

우리의 여행은 계획된 여행보다 '한 번 떠나 보자'가

더 많은 것 같다.

주어진 시간 역시도 그렇다.

딱히 휴가라는 것을 보내본 적이 거의 없으니

휴가여서 간다고 붙일 것도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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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즐기는 남편이 우연히 본 프로에서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보았고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우린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에

오대산 월정사를 향해 떠났을 뿐이다.

유일한 동기 부여는 새벽의 전나무숲길을 걷는 것이었다.

감성쟁이들의 여행 패턴이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니 때론 여행이 생각보다

즐겁거나 유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자체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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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은 밤을 헤치고 가다가 어느 순간 눈 앞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은

이번 여행의 또 다른 묘미였다.

자연의 힘 이전엔 라이트의 힘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다가

서서의 여명이 밝아오면서 우리의 시야도 밝아지고

자연의 힘에 의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도심의 밤보다 산이 많은 곳의 밤이 기온차가 현격히 남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자연의 오묘함을 경험하고픈 자는 무조건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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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전나무숲길을 생각보다 짧았다.

그렇지만 그 신새벽을 여유롭게 산책하며 즐길 수 있었기에 감사하다.

스치는 스님들과 한 일행을 만났을 뿐이다.

찌뿌둥 하던 하늘이 세수를 해서 얼룩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햇살을 볼까 했는데 상큼한 아침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도 경이였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아들과 법당에 들어가 백팔배를 했다.

땀이 눈으로 스며들어 눈조차 뜨기 어렵다.

백팔배를 하고 돌아나오니 뜨거운 햇살 아래 한 줌 바람이 어루만져준다.

손수건으로 땀을 찍어내고 주변을 보니 이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시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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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길의 물안개와 좋은 공기를 충전하고 백팔배 까지 마치고 나니

급습하는 허기...

인근의 음식점에서 산채백반으로 식도의 허전함을 충전했다.

그리고 다시 월정사로 향했다.

아침의 신선함과 선선한 공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면에서 올라오는 습기와 따가운 햇살이 합작해 만들어낸 고온다습한 열기가

우리의 열정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길을 막을 순 없지....

대전에서 이곳까지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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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제안한 선재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한 가족이 내려오기에 물으니 선재길이 다 이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출발할 때 비가 많이 와서 길이 끊겼을 수도 있으니 큰 길을 따라가라 했는데

그 말인가 싶었다.

큰 길을 따라 걷는 것은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문득 백담사 가는 길을 물집이 잡히도록 걸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냥 차로 가봅시다. 가다가 쉬어감도 좋을 듯하네... 이미 너무 더워서..."

더위를 무서워하는 나의 제안에 주춤한 남편이 수용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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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보니 선재길이란 이정표가 보였다.

큰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보이다가 섶다리도 보이고, 선재길을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아쉽다... 그러나 어쩔꼬... 더위가 무섭다.

아쉬운 마음에 주차가 가능한 곳에 잠시 주차를 하고 주변을 탐색하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삭이기로 했다.

상원사에 이르니 발 아래로 산이 있다.

아침의 찌뿌둥 하던 하늘은 이미 없다. 쨍하게 맑은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법당에 들러 삼배를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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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계획 있게 떠난 여행길을 아니었지만 새벽의 전나무숲길을 만난 것,

월정사에서 백팔배를 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진 것,

선재길을 온전히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상원사까지 만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돌아왔다.

어둠을 뚫고 달렸던 여행은 어둠을 헤치고 돌아오는 것으로 끝났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

수고했다, 오늘도.

그 긴 시간을 안전 운전해준 남편과 함께해준 두 아들에게 감사로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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