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도 따스한 그곳
-[옛터]에서의 향기로운 시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띵동' 소리에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하니
오늘이 생일이라며 축하해달라는 카스의 문자...!!
맞다. 오늘이랬지...
워낙 바쁘시고 좋은 분들이 주변에 많으니 내겐 기회도 없겠지 싶었다.
잊기 전에 축하 문자를 넣고 톡으로 오늘 일정을 물었다.
혹 시간이 되신다면 연락 달라는 문자를 넣었다.
기회가 되면 분위기 있게 커피 한 잔을 해도 좋겠다 싶은 마음...
기대하지 않았는데 답장이 왔다.
하루 종일 서로 바쁜 일정을 끝내고 저녁에 만나자는 문자로
시간을 보낸 후 우린 그렇게 만났다.
어찌하여 내게까지 순서가 왔는지 묻자
가장 먼저 문자를 보낸 덕이라고 하셨다. ㅎㅎㅎ
이어진 전화에 선약이 있다며 다음으로 미루셨다는...
일로 인해 만났지만 만남이 늘 좋은 분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척박한 사회적 기업의 현실을 부단히 안고 열심히 뛰시는 분.
내겐 나름 모델링이 되어주시는 분...
비싼 돈을 들여 고급진 곳을 잘 가지는 못하지만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안내를 맡기신 분께
분위기 좋고, 무엇보다도 정갈함이 마음을 끈 옛터를 안내했었다.
다행히 그분도 맘에 들어했고 우린 그렇게 분위기에 무르익어 맛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이번에도 어딜 갈 거냐는 말씀에 다시 옛터를 말씀드렸다.
그분도 좋다고 하셔서 우린 그렇게 다시 그곳을 찾았다.
여름으로 가는 문턱에도 여전히 모닥불이 있었고, 초롱이 있는 곳...
사실 분위기 좋고, 누군가가 멀리서 찾아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긴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이 아니라 늘 커피만을 마시곤 했었기에
한식과 양식이 있는 곳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반쪽이 애호가가 바로 나였다.
미식가인 그분 덕분에 지난번 만남에서 처음으로 한식당을 이용했었다.
이번엔 서로 가본 적이 없는 양식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가족끼리는 쉽게 결정하지 않은 곳이지만 그분과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숍도, 한식당도, 양식당도 모두 옛터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은은한 등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기분 좋은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
어둠이 내려 드디어 등불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시간이 왔다.
청사초롱이 불을 밝히고, 붉은 양초등이 초여름밤을 수놓고 있었다.
여전히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나도 모르게 찰칵찰칵 사진을 담는 습관이 나왔다.
더구나 사시사철을 밝혀주는 모닥불이 어쩜 이리도 어여쁜지...
더위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대로 분위기를 내주고 있었다.
아무 걱정 없이 온몸을 태워 숯을 만들어 내는 그들이 참 아름다웠다.
저리 곱게 온몸을 불사르고 깨끗한 숯을 남기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분과 만나면 시간이 축지법을 쓰는 것 같다.
어쩜 이리도 빠르게 내 곁을 스치는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길.
그렇게 수다를 떨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진정한 수다쟁이여서일까.
아님 그만큼 마음이 잘 통해서일까?
고지식하게 원칙을 지켜 일을 하는 모습도 좋고,
그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분의 모습이 좋아서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와 같이 살아가고픈 사람이기에...
웬만한 집의 거실만큼이나 정갈한 화장실~!!
그 화장실을 보면 더욱더 오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그만큼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물씬 묻어나는 곳이 또한
화장실이 아닌가 싶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지난번에 등이 어여뻤던 곳이 떠올라 살짝 돌아보니
역시나 은은한 색색의 한지등이 밤을 어여쁘게 밝히고 있었다.
어찌하면 그들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이렇게 저렇게 궁리를 하며 담아보았다. 성공이다...!!!
좋은 인연은 한 여름에도 따스함이 싫지 않다.
좋은 인연은 여러 번 만남을 가져도 싫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아쉬움을 남긴다.
좋은 인연은 같은 곳을 가도 또 다른 새로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여러 많은 복 중에 내가 최고의 복으로 일컫는 복이 바로 인복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하니 그 시간이 참으로 보석처럼 아름답다.
한 여름조차도 따스함이 싫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좋은 인연, 좋은 만남, 서로에게 힘이 되는 좋은 사람으로 그렇게 남고 싶다.
사계절을 밝혀도 아름답고 가슴 뛰게 하는 저 등과 모닥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