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침의 싱그런 산책

-상소동 산림욕장에서...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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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가 떠난 자리를 여유롭게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마음은 빨리 출발을 외쳤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설거지를 마치고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 후 출발.

약속에 늦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다른 날보다 분주한 아침을 열었다.

운이 좋으면 공기 좋은 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 희망이 분주함 속에서도 희망과 기대를 가지게 했다.


장애자녀를 키우는 엄마들과의 만남.

어찌 보면 같은 입장이라 가장 편할 수도 있지만,

같은 입장에서 누군가에게 교육을 한다는 것은 많이 조심스럽다.

가르치려들지 않고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우리의 역할을 되짚는 일.

내가 진정으로 하고픈 일이다.

아는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좀 더 경험을 했다는 이유가 강점이 되어

장애자녀를 키우는 우리의 역할을 돌아보고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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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감사하게도 길이 막히지 않았다.

차를 달리다가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가능하다...!!!

길옆으로 차를 주차하고 싱그러운 아침 속으로 들어갔다.

처음 대전에 이사 온 후 내 최적의 힐링 장소가 되었던 상소동 산림욕장~!!

이제는 오토캠핑장까지 열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내게는 역시 초심의 마음으로 그 산책로 길이 최고의 장소이다.


예전 산림욕장 입구에서 만난 다래~!!!

그 덩굴도 싱싱하게 뻗어있었지만 그 사이로 빼꼼 보이는 다래 열매~

어쩜 이리도 어여쁠꼬.

새침한 아이의 미소 같은 다래 열매에 나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의 피부에 보송보송 돋아 오른 듯한 솜털이 참으로 앙증맞다.

다순 햇살 받고 무럭무럭 자라날 다래를 보면서 그들의 건강한 성장을

마음으로 빌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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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보니 살짝 걸어도 되겠다.

다래의 덩굴이 뻗은 돌담 아래로는 담쟁이가 열심히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그들의 장악력을 보면 정말 '불굴의 의지'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심오하기도 하고 때론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박이 느껴지기도 한다.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제 아름다운 한철을 보낸 꽃이 지고 있었다.

바랜 듯 퇴색된 연분홍이 뒤늦은 나를 반기는 것 같은 느낌...

초록이 사이로 누군가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아~~

'너를 이리 만나니 반가움에 담아보지만 여전히 무섭구나.

너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고 그냥 즐기고만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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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살짝 들으니 눈에 보이는 보리수.

지난번 한밭수목원에 갔을 때 그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제대로 담아보고팠는데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제대로 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싱그러운 아침에 그들을 다시 만나다니...

역시 나는 행운아다.

그들을 숨을 고르며 담아본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탐스러운 그들을 땄다... 고 떫은맛을 느끼고 싶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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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하기로 약속된 장소 가까이로 가니 다리를 지나기 전에 보이는 저 붉은빛.

차를 주차하고 다시 그곳으로 다가갔다.

소담스럽게 열리지는 않았지만 넘 사랑스러운 앵두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랑스러움을 있는 그대로 담을까.

다시 심호흡을 하면서 흘낏흘낏 내 곁을 스치는 어르신께 목례를 하고

그들을 담아보았다.

오늘은 이 자체로 성공이다.

아쉬움에 다시 담고팠던 보리수와 앵두를 담다니...

감사하고 고마운 아침의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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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땄던 보리수 열매를 교육안 위에 살포시 놓았다.

그리고 그들을 각도를 달리해서 담아본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음은 어우러짐이 아니던가.

이상하게도 교안 위로 자유롭게 놓인 보리수 열매가 참으로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이와 같이 어우러져 살면 되지 않을까.

교육 때문에 서둘렀던 아침이 싱그러움을 물씬 담고 시작한 이유가 되었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아침을 열어준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래, 보리수, 앵두, 송충이...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에 평화와 여유를 안겨준 싱그러운 초록이들.

나의 아침이 늘 이와 같다면 좋겠다는 생각.

감사와 사랑, 소통과 경청의 하루는 이렇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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