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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사랑은 사랑으로 이어지고...
by
최명진
Jun 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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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사월과 오월
당신에게선 꽃내음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 못 이룬 나를 재우고 가네요
어여쁜 꽃송이 가슴에 꽂으면
동화 속 왕자가 부럽지 않아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만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순정만화 몇 권은 보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야간자습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밤 11시~!!!
순정만화 한 컷을 그리고 채색하는 것이 내 휴식이자
취미였던 때가 있었다.
300원 하는 스프링 무선 연습장을 사서
마치 소중한 보물 하나 얹듯 그렇게 그림을 그렸었다.
망중한의 희열을 난 그때 알아버렸던 것일까?
유난히 장미를 좋아하는 아버지는 당신의 꽃밭에
다른 꽃을 들이는 것을 거부하셨었다.
장미로 그득한 꽃밭을 보면서 아버지는 늘 잔잔한 미소를 짓곤 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통해 장미를 그리는 법을 우연히 배웠다.
중앙을 중심으로 겹겹의 꽃잎을 그려나가는 모습이
처음엔 어찌 그리도 신기하던지...
가난한 삶에 아버지께 꽃과 서예, 그림이 없었다면
아버지는 그 지난한 세월을 어찌 보내셨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런 아버지 덕분이었는지 나는 일찍 아버지를 통해
서예를 배웠고 그림에 대한 감성을 쌓았던 것 같다.
오빠가 쓰다가 굳어져버려 버려진 물감으로
당신이 그림을 완성하는 모습은 내게 있어서 위대한 화가처럼 보였다.
당신의 손끝으로 완성되는 그림과,
당신의 손끝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장미가
어린 나의 눈에는 마술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렇게 난 아버지의 예술혼을 사랑했었던 것 같다.
아버지를 통해 꽃과 그림에 대한 감수성을 배웠고
사춘기 이후 난 최명진 글. 그림이라고 표지에 쓴 뒤
백지 위에 나만의 만화와 소설을 쓰곤 했다.
당신에게서 배웠던 그 감성으로...
당신에게서 배웠던 방법으로 책을 엮는 것까지...
그리고 순정만화의 캐릭터를 그리면서 난 또 그렇게 행복했었다.
당신이 그림과 서예 작품을 완성하고 가만 바라보는 것처럼
나 또한 내가 그렸던 그림과 글을 그렇게 바라보곤 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외모는 100% 엄마를 닮았다고.
엄마는 말씀하신다.
하는 것은 꼭 아버지와 같다고.
그래서 난 정확히 아버지와 엄마의 자식임이 증명되었다....!!!
이젠 야간자습을 끝내고 돌아와 순정만화 그림을 몰래 그리던 내 앞에는
야간자습을 끝내고 돌아와 글을 쓰고 싶다는 아들이 있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지만
여전히 장미를 보면 아버지가 떠오르고 그 향에 눈을 지그시 감곤 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보이셨던 그 사랑을 그들을 통해 확인을 한다.
순정만화를 그리던 감성쟁이는 현실을 치열하게 사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가 되었고
그녀의 피를 받은 아들은 아빠의 외형과 엄마의 감성으로
예전의 나를 비춰주곤 한다.
시간은 이렇듯 무심히 흘렀는데 시간의 흐름에도 여전한 것은
사월과 오월의 [장미]라는 노래가 아닐까 싶다.
여전히 곱게 핀 장미를 보면 이 노래가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읊조리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당신을 무심결에 그리며 당신의 손끝을 닮은 나의 분신을
오늘도 나는 그렇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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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장미꽃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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