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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에 대한 단상
-발길이 닿은 곳에서 만난 그들
by
최명진
Jun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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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간디학교 옆에서 만난 오디~~
촌에서 나고 자란 나는 그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고향생각이 솔솔 나는 것들을 만나면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멈추어 그들을 담곤 한다.
다시 내게 그들과의 생활을 하라면 바로 '오케이~'를 외치지는
못하겠지만 추억의 산물로서의 그들은 늘 최고의 선물이다.
또래의 다른 친구들 보다 더 많이 그들을 만나며 자랐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론 여섯 살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우리 집은 누에를 쳤다.
다른 사람들은 꼬물꼬물 거리는 하얀 누에가 징그럽다고 말하지만
난 그 꼬물거리는 누에의 성장을 누구보다 열심히 보아왔던 까닭인지
마냥 귀엽기만 했다. 그들에게 입맞춤을 서슴없이 하곤 했다.
몇해 동안 나는 열심히 뽕잎을 따고, 뽕잎을 그들에게 주었다.
그렇게 만 한달을 넘게 열심히 그들을 키워 고치를 내보내면 그들은 우리에게
학자금으로 돌아왔기에 더욱 귀한 이들로 기억이 된다.
길고 긴 뽕나무 밭을 몇 날 며칠을 맸던 일,
뽕잎을 따면 하이얀 진액이 흘러나올 뿐 아니라 살갗에 닿는 순간
끈적끈적하게 얼룩을 만들어냈던 일,
그 와중에도 잘 익은 오디를 따먹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한밤중에 잠실(누에를 키우는 방)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3단의 잠박 위의
누에에게 뽕잎을 주던 일....
잠시 후면 어둠 속에서 사각사각 뽕잎을 갉아먹던 소리는 좋은 음악처럼
들려 귀를 기울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젠 아득한 추억으로 새겨진 뽕나무의 추억~!!
보리는 가장 어린 시절의 추억인 듯하다.
서리가 내리면 보리가 얼어 죽을까 봐 발로 밟아줬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나는 것은 역시 미숫가루~~!!
시원한 물에 미숫가루와 설탕을 넣고 잘 저어주면
아주 훌륭한 음료가 되었었다.
이상하게도 요즈음은 미숫가루를 먹어도 예전 맛이 나지 않으니
내 입맛이 변한 것일까.
지금까지도 우리의 생활에 같이 하는 부분은 보리차가 아닐까 싶다.
시골에서 부모님이 보리농사를 지어 볶아주신 것이 아직도 베란다에 있다.
보리와 현미, 율무, 옥수수를 볶아 주신 것을 유용하게 잘 끓여먹고 있다.
이 역시도 친정부모님이 계시니 누리는 호사가 아닐까 싶다.
안타까운 것은 쉽게 쉰다는 것...
그래도 그 고소한 맛은 거절할 수 없다.
앵두를 보면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가수 최헌의 [앵두]란 노래가
먼저 떠오른다. 노래를 즐기셨던 아버지 덕분에 노래를 참 많이 불렀던 것 같다.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그 입술. 떨어지는 앵두는 아니겠지요...'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난다.ㅋㅋ
지금 가사를 보면 어린아이가 부를 노래는 아닌 듯한데...
시골집의 뒤꼍에 앵두나무가 있었다.
초록색의 잎 사이사이로 다닥다닥 붙어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만 보아도
입에 침이 고이곤 했다.
형제가 많았기에 때론 먼저 선점을 하지 않으면 잘 익은 앵두를 놓치기도 했다.
바가지에 하나 가득 따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면 어느 순간 입안에 하나 가득
씨만 남아 있는 마술을 부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씨를 멀리까지 뱉는 시합을 벌이기도 했었다. ㅎㅎㅎ
지금도 여전히 앵두는 맛있다.
보석사에서 만난 보리수~~~
보리수를 보리수라 불러야 된다는 것은 대학 때에 알았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나무였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아니 책으로는 이미 배웠지만 우리가 시골에서 "뽀로수'라고 불렀던 것이
보리수였다는 것을 대학 때 알았기에 그때 매칭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가 어린 시절 먹던 열매 중에 가장 맛이 없었던 열매였다.
입안 가득 고이는 떫은맛이 먹기를 주저하게 하곤 했다.
요즘의 보리수와 달리 그때의 보리수는 더 작고 떫었다.
나중에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던 나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역시 '보리수'라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보리수 특유의 떫은맛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맛이 나서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보리수를 따서 입안에 넣으니 단맛보다 먼저 스치는 것이
바로 특유의 떫은맛이었다.
입안에 무언지 모를 것이 덕지덕지 들러붙는 느낌이 득도를 하는
부처님과 이어지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보리수의 제대로 된 이름을 알고 난 후 난 진심으로
보리수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곳을 가던 추억을 떠올리지 않는 것들이 있을까.
그럼에도 어린 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맛으로, 색으로, 향기로 느낄 수 있는
열매들은 또 다른 상념을 불러오곤 한다.
그냥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인사를 하게 되고 담게 된다.
그것이 내 기억의 저장고에 담긴 그들에 대한 내 사랑의 방식이다.
아마도 나이를 먹을수록 그 사랑은 더해갈 것 같다.
때가 되면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내 취향도
그들의 사랑에 대한 내 표현 방식이리라.
사랑스럽고 어여쁜 내 추억의 열매들이여.
금산 간디학교에서 만난 원추천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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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앵두나무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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