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의 하루

-부모 휴식지원에 함께 하다...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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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광화문 농성장에 다녀오면서 걱정이 되었다.

일기예보에 전국이 비가 올 확률이 컸기 때문이다.

하필 장애부모 휴식지원 여행을 떠나는 날의 일기가 그럴까.

부디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에 눈을 떴다.

감사하게도 내 눈엔 빗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다... 우리의 여행지인 여수도 또한 이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사무실에 도착하니 함께 하기로 한 어머님들이 모두 와 계셨다.

과반이 넘도록 처음 보는 얼굴.

거기에 연세가 제법 있어 보이시는 것을 보니 성인기 장애자녀를 두신

분들임이 분명하다.

자녀를 가족에게 맡기고 나올 수 있음 자체로 들뜬 목소리.

하루를 함께 할 분들이니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춘기 소녀처럼 들뜬 목소리, 기대가 부푼 목소리를 들으며

최선을 다해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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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감사하게도 대전은 출발하는데 오히려 햇살이 비춰 일기예보가

무색했고, 다행히도 우리의 목적지인 여수도 흐릴 뿐 비가 내리지 않았다.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이번 여행을 계획한 선생님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착하여 여수게장백반으로 점심을 먹었다.

사실 발라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맛난 게장앞에선 그 게으름을 내려놓고 맛나게 먹었다.


자녀들과 함께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힐링이 되었다는 어머님들.

특히 자녀가 성인기인 분들의 표정은 다시 사춘기를 만난 소녀 같았다.

까르르 쏟아지는 미소는 프로그램을 계획한 입장에선 가장 감사한 모습이었다.

혹여라도 낯설어하는 어머님들이 계실까 싶어 함께 한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연신 챙기고 에너지 빵빵한 낭랑한 언어로 꼼꼼히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처음 보는 어머님 조차도 선생님들의 활달한 모습에서 절로 에너지가 얻어진다며

열심히 함께 하시는 선생님들을 칭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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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거리가 있으니 많은 곳을 가기엔 무리가 있어 간단하게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오동도에 가서 둘러보는 것으로 했다.

사실 이렇게 떠난 어머님들에겐 그곳이 어딘들 좋지 않을까 싶었다.

출발하자마자 차 안에서 왜 1박 2일의 일정이 아닌지에 대해서 물으며

이왕 나왔으니 1박 2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시기도 했다.

어렵게 자녀를 떼놓고 나왔는데 오늘 하루 만에 들어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어머님들....

자녀를 키우면서 처음으로 이렇게 나오셨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가슴이 싸하게 시렸다.


비장애 자녀 같으면 이미 부모 품을 훌쩍 떠나 자신들의 생활에 여념이 없어

가끔 얼굴 보여주는 것을 커다란 효도로 여길 나이인데...

당신들의 자녀는 여전히 엄마가 곁에 있어야 하고 누군가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우니 이 얼마나 큰 무게인가.

그러면서도 1박 2일을 외치는 어머님들이 외친 또 하나의 공통된 목소리가

바로 선물을 살 수 있는 매장이었다.

자신이 이렇게 나올 수 있도록 집에서 장애자녀를 돌보는 가족에게

감사를 표현해야 혹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나올 수 있지 않겠나며

웃으시는 어머님들을 보니 자꾸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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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공포증이 있어 케이블카를 타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어머니가 계셔

걱정을 했는데 무사히 잘 타고 내리셨다.

괜찮으시냐고 물으니 아들도 없고 혼자 이렇게 왔는데 언제 타겠느냐며

용기를 내서 타니 나름 괜찮으셨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집에 남은 자녀가 점심을 먹었는지 확인 전화를 하시는 어머님들.

몸은 떼었어도 마음은 여전히 샴쌍둥이처럼 붙어있는 어머님들.

언제쯤 홀가분하게 서로가 떨어져 맘껏 웃을 수 있을지...

나는 당연한 여행이 왜 이분들에겐 그토록 평생의 소원이 되어야 하는지...


밖의 풍경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다가도 다시 자녀를 걱정하는 엄마들 덕분에

난 마음에 비가 내렸다가 미소가 번졌다가 주책없이 변덕을 부려야 했다.

그분들도 여행을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함께가 대부분이고, 또한 그러기에 나름의 제약성을 수용하며 다니다 보니

여행이 여행답지 않다는 얘기.

집에서든 풍경 좋은 밖에서든 늘 시선은 장애자녀에 머물러 있으니

어디 풍경인들 제대로 눈에 들어오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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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들의 한결같은 걱정은 자녀의 미래.

이미 성인기를 맞으신 분들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계셨다.

그저 내 몸이 건강해서 최대한 자녀랑 오래 함께 하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하려고 하셨다.

사회적 지원이 되면, 그 시간을 온전히 가족이 부담하지 않아도 되도록

힘써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나이가 드신 그분들은 그 희망도 와 닿지 않는가 보다.

남은 생도 오로지 자녀분을 위해 쏟겠다고 하신다.


발달장애인법이 제정이 되어 시행되고 있다고,

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법안에 있는 지원제도들이 원활히 지원되도록

예산이 수반되어야 함을 말씀드렸다.

그 예산이 제대로 책정이 되어 지원되도록 하는 것 역시도 부모의 몫임을...

법은 늘 나름의 목적과 정당성을 담고 만들어지지만

그 시행에 있어선 늘 물음표를 달고 있음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언제까지 환갑을 앞둔 엄마가 자녀를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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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떠나 왔으니 엄마들에게 오늘 주어진 숙제는 주어진 시간

최대한 즐기는 것이라고 나는 연거푸 말씀드렸다.

함께 수다도 떨고, 가족이랑 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각종 포즈를 취하며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여수 바다에 펼쳐졌다.

게다가 카톡방을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만들어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려드리니

너무도 즐거워하셨다.

자신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어찌나 소녀처럼 즐거워하시는지...


점프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선생님을 보더니 몇몇 어머님들이

그 포즈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얼른 그분들의 모습을 순간포착으로 담아 톡방에 올려드리니

어머님이 너무도 즐거워하신다.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쓰시겠다면 함빡 웃으셨다.

그러면서도 이 나이에 누군가가 주책이라고 할까 봐 걱정이 된다는 어머님...

충분히 좋으니 그냥 올리시고 앞으로도 그렇게 즐기며 사시길 바란다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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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유난히 못 견디는 나이기에 날씨가 걱정이 되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하늘은 낮은 먹구름이 깔릴 뿐 우리가 떠날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더불어 바다와 숲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서 생각보다

여행을 하기엔 너무도 좋은 날씨였다.

어머님들의 마음을 헤아려 여수조차도 그 날씨를 맞췄다고...

정말 여수의 날씨에 절로 감사의 마음이 들어 고마운 맘을 허공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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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가 다 되어 우린 다시 대전에 도착했다.

1박 2일을 외쳤던 어머님들은 어디로 가고 다시 자신의 둥지로

서둘러 가면서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 어머님들.

손에 손에 든 선물 박스에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그렇게

대롱대롱 매달려 가고 있었다.

별 탈 없이 잘 다녀와서 좋고, 행복해하는 어머님들 얼굴을 봐서 좋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막내 격인 엄마의 미소를 보니 더욱 좋았다.

한 번도 이렇게 혼자 떠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엄마.

이런 여행이 있다고 주말부부를 하는 남편에게 말하니 모든 일 제치고

다녀오라고 했단다.

떠난 자체로도 너무 좋았다는 그 엄마의 수줍은 미소가 내내 남는다.

다음엔 1박 2일에 도전해보라고 나는 말했다

.

자녀를 두고 떠날 수 없는 어머님들을 위해서는 따로 1박 2일의 여행을

자녀와 같이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1박 2일을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혼자 떠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들을 보니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절로 쌓인다.

엄마는 엄마로서의 역할이 있는 것인데 장애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은

스스로 슈퍼맘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관념을 갖게 하는 이 현실이 싫다.

그냥 좋은 엄마로 충분히 남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간절히 원한다.

인권보호를 위해, 권리를 위해, 자녀가 살아갈 환경을 위해

부모들이 목청 터져라 외치지 않아도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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