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거의 없는 일요일~!!!
남편이 우연히 봤다고 한 음성의 정크아트갤러리로 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렀다.
사실은 2주 전에 그곳에 가기 위해 시도했다가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그냥 돌아왔던 아픈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보자마자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남편의 말에 포기할 수 없어 남편에게 다시 제안을 했었던 것이다.
지난번엔 시간이 늦기도했기에 이번엔 서둘러 아침부터 출발을 했다.
과연 어떤 곳일까?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지 않는 남편,
컴퓨터를 통해서 가는 길을 검색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찾아가는 사람.
그러나 결국 인근에 이르러서 남편은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좁은 길로 접어드니 드디어 보이는 정크아트갤러리~~!!
그러나 생각 이외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작업장임을 알게 되었다.
들어서는 순간 내가 보았던 영화의 캐릭터들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
현생으로 재현되고 있음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울 큰아들이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가 이렇게 눈앞에 있다니...
영화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다양한 캐릭터들이
어쩜 이리도 멋지게 재현되고 있는지...
더 감동적인 것은 이들을 만든 재료가 폐품을 이용한 것들이란 것....
고철과 폐타이어가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훅한 더위에 잠시 늘어졌던 몸이 일순 긴장을 하며
호기심 가득한 그들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업장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가만 보니 이들의 무게가 장난이 아닐듯한데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인지
그저 감탄과 놀라움으로 그들을 담고 보기에 바빴다.
이들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는 구상 자체가 처음엔 신기했다가
그 과정을 생각하니 보통의 힘과 노력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역시 '예술가는 달라'로 결론이 지어졌다.
그냥 버려질 것들이 이렇게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음에
감탄과 창의성에 '역시'라는 박수를 치게 되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사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작업장,
개를 유난히 무서워하는 아들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유난히 아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짖어대는 개들 때문에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이곳을 둘러봐도 좋을지 물음표가 생길 정돌 정적이
감돌던 곳에 주인인듯한 분이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우리에게 안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덕분에 더위에 찌든 몸을 잠시 식힐 수도 있었고
좀 더 아기자기한 안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런 호사도 누릴 수 있다니...
작품이 얼마나 섬세하고 아름다운지 발길을 떼기 어려웠다.
산자락에 있어서인지 굉장히 친환경적인 곳이라 생각했는데
마치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남편과 아들이 한 곳을 쳐다보고 있길래
가보니 뱀 한 마리가 천천히 자리를 이동하고 있었다...
작가분은 손님과 함께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더 이상의
인연을 만들지 못했다.
조금 시간이 허락한다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듣고
싶었는데...
검색을 통해 찾아왔다니 고맙다는 간단한 인사로 더 이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안의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작품들이 어찌나 많은지 하나하나를 다시 돌아보고픈 마음이었다.
어쩜 이리도 정교한지...
그 강한 철이 어떻게 이렇게 재해석된 캐릭터로 탄생을 했는지...
작품 하나하나의 이름을 떠올리며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았다.
내 추억 속에 있었던 로봇 태권브이, 깡통로봇, 톰과 제리, 둘리...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까지...
특히 가장 내 가슴을 울렸던 것은 갤러리 뒷산에 있었던 녹슨 철골....
내가 엄청 좋아하는 [어린 왕자]에서 나온듯한 비상착륙을 연상케 하는
위의 철골이었다.
이름도 모르겠다.
그냥 조종사가 이 근처 어딘가에서 머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 철골이
어찌나 나를 당기던지.. 인증샷을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지난해 말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어린 왕자]와의 인연이
더욱 그렇게 나를 당겼는지도 모른다.
작업장 주변을 돌다 보니 정말 많은 재료들이 놓여있었다.
혹시나 하고 하나를 들어보려고 하다가 깜짝 놀랐다.
힘이라면 나름 있다고 생각했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이용해 저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다니...
이렇게 무거운 것들을 적절하게 이용해 섬세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작가를 그려보니 더욱 감동이 진하게 밀려왔다.
그냥 휙 둘러보기에 송구한 마음까지 들었다.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쉴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냥 작업장이었다.
그러나 감히 내가 보았던 감동을 전하고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창작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음성에 갈 때 꼭 한 번 들려보시길...
이들을 돌아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환골탈태'였다.
쓰레기들의 멋진 제2의 인생이 펼쳐지고 있는 곳.
작가의 손끝이 아니었으면 그냥 버려졌을 그들이 이렇게 재탄생되어 있었다.
찾느라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그만큼 값을 했다고 생각한다.
돌아오면서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처럼 버려진 것들을 이용해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이 손으로 함부로 버리는 일만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남편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왔는데 정작 감동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오히려 나였음을 감히 고백한다.
아들이 충분히 즐기고 행복해했으면 바랬는데 개소리에 놀란 아들은
마음이 살짝 뜬듯해 아쉬움이 컸다.
초록과 어우러진 환골탈태의 멋진 갤러리...
소중한 인연 하나 가슴에 담고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환골탈태 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