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까?

-둔산선사유적지에서 만난 담쟁이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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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 관련 일이 있어서 오전에 둔산동에 가게 되었다.

엄청난 길치인 나는 만의 하나의 실수에 대비해 내비게이션을 켜고 갔고,

생각보다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생각해서 일찍 출발도 하였거니와

어쩌다 보니 10시 30분을 10시로 보았기에 생긴 생각지 못한 여유였다.

덕분에 생긴 자투리 시간을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약속 장소가 '둔산선사유적지' 부근임을 확인하고

잠시의 여유로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고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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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유적지로 향하는 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담쟁이였다.

신. 구가 공존하는 공간의 담벼락에 악착같이 줄기를 뻗어 싱싱한 잎으로

담을 덮은 담쟁이...

문득 그의 생명력을 예찬했던 예전의 내 글이 떠올랐다.

더불어 그의 엄청난 생명력에 조금은 소름이 돋는다 했던 어떤 분의 글도

떠올랐다.

보는 이의 심상이 어쨌거나 그들은 열심히 영역을 확장하여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였고, 햇살에 그들의 잎이 빛나고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보면 절로 폰으로 담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왜 담고 있을까?'

사진은 담는 이의 심상을 담는다는데 나는 왜 담고 있을까?

그들의 악착같은 삶을 때론 부러워하기도 하고,

때론 그렇게 악착스러움이 숨통을 막는 듯 답답하기도 한데 말이다.

어쨌거나 그들이 돌담에 어우러진 모습은 나름 멋스럽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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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걷다.



선사유적지 인근에 연리지 일정이 있어 갔다가

여유 시간에

선사유적지에 가보았다.

옛날과 현재가 공존하는 곳.

그곳에서 내가 스친 사람은

어르신 한 분,

아장아장 걷는 아기와 나온 두 명의 엄마,

운동하러 나온 아주머니 한 분...


한적한 풍경보다 내 눈에

더 들어온 풍경은 담쟁이~!!!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들의 촘촘함이 숨 막히다고 해야 하나.

분명한 것은

그들은 그들의 삶을 충실하게 살고 있다는 것...!!!


내게 주어진 일에 대해 생각하며 걷다가

문득

내 눈을 확 당긴 담쟁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나를 발견~~


결국...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구나~~!!!



2016. .6. 19 명진이의 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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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는 늘 나에게 두 가지의 질문을 주곤 한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

징글징글하게 악착같은 모습....

어느 것도 담쟁이의 모습이 아닌 것은 없다.

다만 그것을 보고 있는 내 마음이 변덕쟁이처럼 그렇게

그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할 뿐이다.

말라버린 잎을 보면 안타깝고, 점박이가 박힌 잎을 보면

아프겠구나 싶어 또 안타깝고...

그럼에도 싱싱하게 잘 자라 담벼락을 덮은 모습을 보면

그들의 의지에 박수를 쳐주고 싶기도 한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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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30여분 남짓한 시간.

아무 말 없이 그냥 걸었을 뿐인데 잡상이 내 머릿속을 온통 덮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이 침묵의 시간이 좋았다.

곧 간단한 발표지만 그 발표를 위한 내 마음이 이토록 복잡하였단 말인가.

언제든 그렇겠지만 긴장이 주는 깊은 침묵은 꽤 심도 깊은 잡상을 이끌어낸다.

처음엔 그냥 걸었다.

그리고 발자국마다 찍히는 잡상이 나를 덤벙덤벙 따라오고

따라오는 발자국에 나는 상념 하나를 더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지나친 긴장도 좋지 않음이요,

지나친 방관도 또한 좋지 않음을...

중용을 늘 말하지만 그 중용이란 것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중간을 가늠할 수 없으니 미련한 나는 발자국마다 물을표를 더할 뿐이다.

감사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는 것이다.

상념에 삶을 생각하도록 해 준 담쟁이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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