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토피아의 6월 풍경

-대청호 방축골의 6월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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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부터 잘 지내왔던 여고 후배,

그녀와는 인연이 계속 이어지려는지 그래도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안타까운 것은 가까이 있으나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

그녀와 나의 일정이 반대여서 점심 한 끼 먹기도 쉽지 않았다.

이곳 대전으로 이사 와서 벌써 10년째인데

여전히 우리는 시골에 살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얼굴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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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에 후배가 시간이 될 듯하다고 했다.

토요일만큼은 아들을 위해 시간을 비워두는데

그 아들이 친구들과의 약속을 만들어 그 시간이 비어버린 것이다.

지난번에도 시간을 맞추려다 결국 맞추지 못해 만남을 잇지 못했기에

토요일의 시간을 만남의 시간으로 갖자고 얘길 했었다.

나 역시도 토요일 '피플 퍼스트'에 아들을 데려다주고 시간이 되어

우린 그렇게 어려운 만남을 드디어 가지게 되었다.


날씨가 제법 더워 어찌할까 하다가 내 상념이 깊어질 때

가는 대청호 방축골을 제안했다.

후배 역시 이곳에 간 적이 없어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풍경을 보며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 간단하게 먹거리를 사서

그렇게 우린 방축골에 도착했다.

3월의 신비로움에 초록의 빛이 더해져서 싱그런 6월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늘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우린 그렇게 점심 겸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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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으로 펼쳐진 풍경에 후배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누군가에게 말로써 털어버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면서 생각을 다듬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다며...

그런데 정작 자신은 이런 기회조차도 만들지 못하며 살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누구에게나 삶이 여유롭지는 않지만 후배의 삶 자체도 참으로 바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혹 오늘처럼 이렇게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오자고 말을 했다.


미동도 하지 않는 수면,

그 위로 여유롭게 유영하는 하늘의 풍경이 참으로 좋았다.

머얼리 보이는 나의 유토피아도 잘 있는 것 같았다.

두 개의 돌탑과 한 그루의 버드나무...

그 역시도 바람에 몸을 맡겨 나부끼며 찾아온 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햇살이 너무 따가워 차마 그곳에 가지는 못하고 멀찍이 앉아서

풍경을 바라만 보는데도 가슴이 뭉클하다.

역시 나의 유토피아 앓이는 진행 중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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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쉬고 있던 우리에게도

안녕의 시간이 돌아왔다.

햇살이 돌아 우리에게 정확히 내리쬐기 시작했고

그 햇살을 먼저 받은 신발 끝은 화로에 덥혀진 쇠처럼 뜨거워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젠 현실의 시간,

가까이 있는 팡시온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꽃님이네가 없어진 후 제법 자리를 넓혀 이곳에 오는

손님을 모두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에어컨의 시원함이 우리를 현실로 인도하고 있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를 찾으려 하니

모두가 다 차 있는 상황이었다.

어쩌나, 더위를 좀 식히고자 왔는데...

야외 테라스도 멋지긴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원한 곳.

단체석이 비어있음을 보고 손님이 오시기 전에 잠시 사용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후 그렇게 우린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어차피 오래 머물 시간도 없었다.

둘 다 아들들의 일정이 끝나가는 시간.

그렇다면 우리의 즐거운 데이트도 마칠 시간이라는 의미...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후배에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번개 데이트를 즐기자고 제안했다.

어쩌다 보니 약속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어려웠기에...

문을 열고 나오니 우리를 이곳에 쫓듯 보내온 더위가 다시 느껴지는 시간.

그럼에도 이미 시원함을 맛본 덕인지 싫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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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토피아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그리고 상상 속에만 있지도 않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이지만 그들이 나처럼 유토피아를 말하지는 않으리라.

모든 것은 마음이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김성호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나요]란 노래가

생각난다. 그녀의 천사 역시도 군중 속에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뿐....

마음에 유토피아 하나를 심어 놓는 일. 진정한 위안이 필요할 때 그렇게

찾을 수 있음 자체가 유토피아가 아닐까 싶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나의 유토피아도 초록을 더해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 자체도 참으로 위안이 된다.

사계를 서로 다른 옷을 입으며 아름답게 보여주는 곳.

그곳에 갈 수 있음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더불어 좋은 사람과 나눌 수 있으니 두 배의 행복이 아닐까.

다음에 갈 때까지 안녕, 나의 유토피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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