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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아들~~ 기억나니?
-유림공원 산책
by
최명진
Jun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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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 휴일이면 늘 생각을 한다.
'오늘은 어디에 가지?'
누군가는 이런 내 말을 듣고 팔자가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맨날 어딘가를 갈 궁리를 하니 얼마나 팔자가 좋으냐고...
사실, 난 팔자가 좋은 사람이기는 하다.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잘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누구든 자신이 듣고 싶은 부분만 들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앞뒤면을 바라보면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을까?
덩치 큰 녀석이 언제쯤이면 바깥구경을 할 수 있을까 엄마만 바라보고 있는데
궁리하지 않는 엄마가 어디있겠는가...
같은 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가기를 원한다.
익숙한 곳은 재미도 없고 호기심도 없다.
물론 같은 곳이라도 사계절이 다르고, 날씨에 따라 다르니 그것과는
별개의 익숙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보고자 하면 늘 익숙한 곳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안목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늘 새로울 수 없으니 익숙함으로 휴식도 취하고 여유도 부릴 수 있으니까.
그래서 늘 아들과 어딘가를 갈 때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한다.
너무 익숙하면 따로 놀고, 재미도 없으니까.
적어도 나갔을 때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니까.
아들과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어 번을 갔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유림공원에 갔다.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충남대학교에서 곰두리 영어학교를 해서 다녔었다.
일주일에 두 번을 그렇게 갔었다.
학교에서 하교하자마자 복잡한 시내를 가로질러 한 시간여를 가서
아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영어를 공부할 수 있었다.
말이 좋아 공부지, 사실 영어강사가 영어에 관심이 있는 장애학생을
가르친다고 해서 열 일을 제치고 선택했던 곳이었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기회만 주어지면 미친듯이 내달리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충남대학교를 갔다가 돌아오면서 아들과 들렸던 곳이 유림공원이었다.
산만하고 눈 맞춤이 어려운 아들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아들이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맘껏 보면서 함께하면 좋겠다 싶었다.
아들은 그 산만함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보기도 하고 향도 맡으면서
그렇게 우리의 소통을 이어나가곤 했다.
함께 걷기가 어려운 아들은 처음엔 함께 걷다가도 어느 순간 앞으로 휙
내달리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호흡 가다듬기를 했었다.
봄의 벚꽃이 참으로 아름다웠고 가을의 국화도 참으로 향기로웠다.
아들이랑 그냥 걸었다.
예전 같으면 그대로 내달려 이름을 몇 번을 불렀을 것이다.
여전히 산만하고 겅중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만 눈앞에서 사라지는 일은 줄었다.
분수가 켜지면 그대로 내달려 옷을 흠뻑 적시던 녀석이었는데....
분수가 켜지지도 않았지만 이제 아들은 분수로 몸을 날리지 않는다.
몸을 날리기엔 자신이 많이 컸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조차도 감사하고 사랑스럽다.
다만 이정도 나이면 친구랑 함께 할 길을 엄마랑 함께 하는 것이 다른 이에게
낯설어 보일 것이다. 특히 엄마를 연인처럼 바라보는 그 시선은...
이렇다 할 꽃들이 우리를 맞지는 않았다.
나름의 휴지기랄까?
그럼에도 오후의 햇살은 쨍한데 비해서 바람이 있어서 좋았다.
곰두리 영어학교 추억도 얘기하고 피어있는 꽃도 보면서 우린 걸었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 했던 장소에 가면 그곳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고,
무엇 때문에 왔는지를 얘기할 수 있는 단서가 되어서 참 좋다.
아들의 기억 저편에 있던 추억을 꺼내기에 장소만큼 좋은 곳이 없다.
다만 우리들 스스로가 그들의 저장고에 있는 추억을 꺼내는 방법을
모를 때가 많다는 것...!!!
엄청 많은 말을 하거나 깊이 있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입을 다물고 그냥 걷기도 한다.
놀이터가 있던 것을 기억하고 발걸음이 빨라진 아들을 불렀다.
아들이 무엇을 타러 가는지를 알고 있기에...
꼬맹이들이 놀고 있는데 덩치 큰 형님이 가면 그들이 놀랄까 봐
아들을 부르니 아들도 내 맘을 알고 돌아온다.
덩치가 커지고 나이를 먹으니 가서 할 것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냥 산책을 하고 돌아보는 것 외에는.
유림공원~~!!
아들의 영어공부를 위해서 2년 반을 다녔던 곳이다.
유일하게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선생님도 좋아서 아들도 즐겨 왔던 곳이기도 했다.
덕분에 난 유림공원의 사계를 2년 반을 보는 기회를 맞기도 했다.
모처럼만에 온 유림공원....
일주일에 몇 번을 올 때는 마냥 친근했는데 오랜 이웃을 만난 것 마냥
만남이 좋으면서도 서먹했다.
등 뒤로 지는 해 그림자를 맞으며 우린 그렇게 돌아왔다.
다음엔 꽃이 환하게 피었을 때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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