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이 땡기는

-엄마표 개떡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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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라고 묻는다면 당신의 대답은?

대부분 바로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사람보다는

잠시 생각하다 그런 것 같다고 말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사실 사는 게 힘들다면서도 막상 행복에 대해서 물어보면

희망사항까지 담아서 행복에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나 역시도 불행하다고 말을 해본 적은 거의 없다.

좀 힘들지만 나름 행복한 것에 대해 각인을 시키는 습성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 행복 중의 큰 요인을 말하라고 한다면 부모님의 구존이다.

친정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시고, 여전히 내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있음이

늘 감사하고 눈물 나도록 행복하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울적할 때

훌쩍 떠나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게 늘 여분의 식량처럼 든든하다.

아버지의 꽃사랑과 문학사랑은 내 감성의 피를 돌게 하셨고,

엄마의 현실적 감각과 언변은 내 삶을 살아가는데 적절한 영양소가 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하기까지는 나름 거부했던 적도 많았고, 원망도 많았었다.

다행히 삶을 살아가면서 부모님에 대한 진중한 무게를 경험한 후론

그분들의 삶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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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즈음에 친정집에 가면 나는 은근 기대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엄마표 개떡'이다.

허다한 많은 맛난 것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난 엄마표 개떡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딱히 엄청난 영양이 있거나 엄청 맛난 것은 아닐진대도 말이다.

밀가루를 물에 개어 충분히 강낭콩을 넣고, 식소다와 뉴슈가를 가미해

호박잎을 깔고 쪄내는 것이 전부인데도 엄마표 개떡을 앞서는 것을 찾지 못했다.

예전엔 막걸리로 부풀리기도 했는데 이젠 엄마도 귀찮으셔서 그것을

생략한지는 좀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엄마 손에서 태어난 개떡은 내게 최고의 별식이다.


엄마가 밀가루가 필요하다고 할 때 난 쾌재를 불렀었다.

느낌이 틀리지만 않다면 엄마는 나를 위해 개떡을 쪄주시려고

밀가루를 주문하셨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친정집에 들어서니 엄마는 제법 많은 양의 강낭콩을 까고 계셨다.

아들에게 강낭콩 까는 것을 체험하라고 하고 엄마와 나는 그렇게 개떡을 찌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섰다.

내가 하는 일은? 그냥 여전히 엄마가 개떡 반죽 개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다.

엄마의 요청으로 바가지에 하나 그득 강낭콩을 담아오니 엄마는 아낌없이

강낭콩을 밀가루 반죽에 투하하셨다.

그리고 충분히 뜸이 들도록 가스불에 올리고 수다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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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자작하게 내리는 바깥 풍경을 보면서 이러저러한 얘기를 한다.

엄마의 언변은 예나 제나 여전하시다.

재미있다.

가끔은 너무 구체적이어서 놀라울 때도 있다.

수다가 무르익을 무렵 충분히 뜸이 든 솥을 내려 뚜껑을 여니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예전에는 채반 위에 호박잎을 깔고 쪘었는데...

그때만큼의 그림은 아니지만 여전히 맛난 개떡의 향기~~!!

강낭콩 익은 맛난 냄새가 콧속으로 가득 들어왔다.

칼로 쓱쓱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진 개떡을 냉큼 입으로 넣었다.

뜨겁지만 이맛이다 싶었다.


넓적한 쟁반에 담긴 개떡을 옹기종기 모여 앉아 먹었다.

새색시처럼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먹는 개떡은 역시 최고였다.

이러한 풍경에 익숙지 않은 남편은 두어 개를 먹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난 가져갈 개떡을 쪄주신다는 엄마의 말씀에 말 잘 듣는 강아지마냥

옆에 앉아서 엄마의 심부름을 했다.

다시 솥을 올리고 거실에 나가셨던 엄마가 한소리 하셨다.

"강낭콩 도둑맞은 줄 알았다....ㅎㅎ"

강낭콩 듬뿍 넣는 것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아낌없이 강낭콩을 투하했더니

푹 비어버린 강낭콩 그릇을 보시고 하신 말씀이셨다.

"그러게요, 개떡 몇 번 해 먹으면 강낭콩 품귀현상 오겠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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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소다가 얼마큼 들어갔느냐에 따라서 개떡의 색이 달라진다.

조금 넣으면 색이 희고, 더 넣으면 갈색빛이 돌면서 맛갈져 보인다.

마지막 솥의 개떡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맛나게 쪄졌다.

엄마는 언제든 해먹을 수 있으니 다 담아가라고 하셨다.

미안한 마음에 몇 개를 남겼으나 엄마 아버지의 강한 요청(?)에 의해

봉지 가득 개떡을 담아왔다. 어찌나 흐뭇한지...

난 역시 개떡 마니아다.


친정집에서 가져온 개떡은 냉동실에서 얌전히 대기 중이다.

조각 몇 개씩을 꺼내어 녹여먹으면 엄마 냄새가 난다.

마치 엄마가 맛나게 먹고 있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개떡을 맛나게 먹다가 생각한다.

나중에 울 아들들은 엄마표 음식으로 무엇을 떠올릴까?

딱히 특징적으로 해준 것이 없는데 어쩌나 싶다.

내가 엄마표 개떡을 평생을 거쳐 곱씹는 것처럼 내 아들들도

엄마표를 떠올릴 무언가가 있어야 할 텐데...

갑자기 미안해졌다. ㅎ


사실 임신했을 때도 엄마표 개떡이 먹고파서 주말이면 친정집을 가고 했는데...

어쩜 두 아들 녀석도 뱃속에서부터 외할머니의 개떡을 맛보았을 텐데

녀석들은 강낭콩도 그렇고 옛날식 개떡이 낯선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쉽다.

덕분에 가져온 엄마표 개떡은 내 전유물로 천천히 먹는 묘미가 있다.

조금 있으면 갈 아들의 치료실에도 몇 조각 가져갈 것이다.

녀석이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나는 독서와 더불어 개떡을 맛나게 먹고 있겠지...

어쨌거나 하늘이 낮게 내리운 오늘은 역시 개떡이 제대로 땡기는 날이다.

늘 추억하며 먹을 수 있는 개떡을 쪄주시는 엄마가 있어 참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다.


울 아들들에게도 개떡과 같은 추억이 물씬 녹아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픈

어설픈 엄마는 오늘도 꿈을 꾼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아들들에게 고스란히 잘 내려주기를...

개떡이 땡기는 날,

내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한 날,

그 마음이 마음으로써 마음으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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