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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영화 [서프러제트]와 페미니즘을 통해 본 보편적 권리에 대한 소고
by
최명진
Jul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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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딸이 있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주인공 모드 와츠가 남편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녀가 서프러제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질문이었다.
주어진 삶을 저항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살아왔던 그녀에게
위의 질문은 그녀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만든 가장 절박한 질문이었다.
서프러제트~!!!
무슨 뜻일까?
검색을 하니 '전투적인 개혁자( 여성 참정권 운동가)'라고 나온다.
아~~!!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내겐 익숙치 않은 단어.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 단어였다.
"우리가 폭력을 쓰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이 유일하게 이해하는
말이기 때문이에요."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에서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오후에 중학교 일반교사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갔었다.
마침 내가 읽고 있었던 조효제의 [인권의 문법]이라는 책과
저녁에 만날 영화 [서프러제트]의 상관관계를 어슴프레 알게 된 나는
교육대상자 선생님들 모두가 여성이었기에 여성의 참정권에 대해서
잠깐 언급을 했었다.
우리에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보편성'이란 단어가 가지고 있는
당연한 것으로 주어진 권리들이 우리의 것이 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더불어 장애인권 역시 그러함을...
누군가의 절박함과 피맺힌 절규가 없었다면 지금이 없었음을
영화와 책과 나의 경험으로 전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난 1912년 영국 런던과 2006년 이후의 장애계 현실을
오버랩시키면서 생각의 주파수를 돌려야 했다.
여성의 참정권과 장애인권과의 떼래야 뗄 수 없는 공감대를 보았기 때문이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보편적 인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조금 달라졌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이 보편적 인권의 길이 아닌가 싶다.
돌을 던져 창을 깨뜨리는 그녀들, 발달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숙농성을 하던 장애부모들, 장애인당사자들은
어쩜 시대를 달리 한 거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절박한 사람들이 차마 뱉어내지 못했던 부당함에 대해서
피 끓는 절규를 해야만 이슈화가 되는 현실...
낙수물이 바위를 뚫듯 그렇게 사회는 변화되어 오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모스 와츠를 보면서 아들의 장애를 통해 겪게 된
엄청난 충격과 편견의 시선에 한없이 쪼그라들었던 나를 발견했다.
차마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지냈던 나였는데,
아들의 장애는 그것이 바르게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줬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적 편견과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는 환경과 여건이 주는 우울과 죄책감에 빠져 그렇게 사라졌을 것이다.
장애를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그에 따른 모든 것들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질 수 없음을 확인하고 얼마나 절망하고 울었던가.
모스 와츠가 남편에게 던진 말,
'우리에게 딸이 있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는 내게
"우리에게 장애가 있는 자녀가 있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로
대치하여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
그게 나의 삶이라면....!!!
영화를 보고 돌아와 나는 조효제의 [인권의 문법]에서 페미니즘 부분을 펼쳤다.
영화와 이 글이 주는 맥락이 이토록 가슴에 사무칠 줄이야...
"국가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조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한 행위가
묵인된 것은 종교계, 기업계, 심지어 인권운동가들조차 인권문제가
공적 영역에 한정된 문제라는 왜곡된 인권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180P
"페미니즘은 역사적으로 두 가지 평등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첫째, 시간상 '탈젠더화'에 근거한 평등 개념이 먼저 나왔다....
양성평등이 최고의 목표다.
둘째, 차이를 인정하는 평등 개념. 이 입장은 육체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남성과 여성은 각기 고유한
권리를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평등해지되 '서로 다르게 평등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젠더의 차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적 정체성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고
자유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자는 데 목적이 있다.
욕구의 차이와 권리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적극적 평등 이론은 오늘날
여성의 영역을 넘어 모든 약자(소수자) 영역으로 -장애인, 이주노동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이민족- 확장되었고 '차이의 정치' 또는 '정체성의 정치'라는
담론을 만들어 낼 정도로 발전했다....
... 페미니즘이 근래 들어 보편적 인권 이론에 가장 크게 기여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보편적 인권이 또다시 반성하고, 원래의 취지에 근접한 '진짜' 보편인권 쪽으로
한발 더 나아갈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194p
"... 경험을 강조하는 페미니즘 인권이론의 핵심 메시자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남성중심적 인권이론으로는 절대로 포착하기 어려운 여성의 권리침해 경험을
성공적으로 이론화했기 때문이다. 일반인권이론은 페미니즘의 비판을
인권의 개념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성의 경험과 견해를 무시하는 것이 다른 모든 종류의 '주변적 이슈'를
경시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의 인권 비판은 이론과 운동이 함께 진행되었다...
"페미니즘에서 나온 이런 '운동형 인권 이론'은 몇 가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서로 다른 경험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치. 사회. 문화의 변화가능성과
인권개념의 변화가능성을 동시에 인정하는 이론이다.
둘째, 유연한 '포용'전략을 택함으로써 기존의 추상적 인권이론보다 외부의 비판에
강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실용성이 있으며, 인권이론가들에게
유용한 영감을 제공해 주는 이론이 되었다.
셋째, 오늘의 페미니즘은 현대의 모든 '이즘' 중에서 잠재적으로 가장 급진적인
이념이다...
-199~200p
[인권의 문법]이란 책의 내용이 이처럼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서프러제트]와 내 장애계 현장경험을 통해
교육에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는 순간 모든 것들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 가장 큰 독으로 다가왔을 때엔
대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음을 뒤늦게 알게 될 것이다.
위에 인용한 글을 장애와 연관시켜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가 어려울 때 가장 쉬운 방법이 '역지사지'가 아니던가.
물론 가슴이 차가운 사람은 역지사지 또한 쉽지 않겠지만...
우리의 권리 중에 '참정권'이 주는 엄청난 권리를 새롭게 각인하는 날이었다.
이토록 목숨을 걸고, 절박하게 쟁취한 참정권에 대해서 우리는 어찌하고 있는가.
당연한 권리를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난주에 만난 장애 당사자분들에게도 말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는 우리가 되었음 좋겠다.
세상에 저절로 얻어진 것이 무엇을 있으랴.
보편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보편이 보편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내게 주어진 정당하고 당당한 권리인 참정권~!!!
그 소중한 권리를 제대로 알고 행사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위의 그림들은 장애가 있는 내 아들이 그린 UN아동권리협약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 [서프러제트]란 영화는 민주노총대전본부,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충남인권연대,
공공연구노동조합, 정의당대전시당의 공동상영회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아들과 모처럼만에 함께 본 의미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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