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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드디어 칡꽃을 만났다.
-7월을 당당히 맞이하는 칡꽃
by
최명진
Jul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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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달리다 무심히 바라본 초록의 풍경에
약방의 감초처럼 꼭 끼어있는 이가 있으니 바로 칡이다.
그의 생명력은 어찌나 강한지 어느 곳이든 타고 오르는 데
최고로 적정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길가든 산이든, 들이든 가리지 않는다.
뿌리를 내린 곳에서 어떤 형태로든 당당히 존재하는 칡...!!!
어렸을 땐 칡의 줄기와 뿌리가 내 기억에 가장 크게 남아있다.
줄기는 산에서 나무를 해서 가져올 때 나무를 묶는 데
사용이 되었었다.
겨울방학 동안 볏짚을 이용해 열심히 새끼를 꼬기도 했지만
혹간은 칡 줄기를 이용해 나무를 얼기설기 엮어오기도 했다.
새끼줄이 부족할 때 현장에서 바로 득템 할 수 있는 좋은 것이 바로 칡 줄기였다.
낫으로 툭~~ 줄기를 쳐서 끊으면 나뭇단을 묶어 너끈히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때 당시로는 참으로 유용한 칡 줄기였다.
칡 줄기를 끊으려고 잡아당기다 보면 가끔은 칡뿌리까지 득템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법 굵은 칡뿌리는 오빠들이 담당하여 캐기도 했다.
먹거리가 많지 않았던 때여서인지 흙을 툭툭 털고 가져간 낫으로
칡뿌리를 동강 내 입으로 쭈욱 찢어 먹으면 어찌나 맛나던지...
가끔 등산을 갈 때마다 만나는 칡즙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지는 이유는 그 추억의 뿌리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남편의 술 해장용으로 주로 쓰이는 칡즙~!!ㅎㅎ
때론 그 칡 줄기는 나무에 걸쳐 타잔줄이 되기도 했다.
타잔놀이가 하고팠던 나는 집 앞 소나무에 칡줄기를 올려서 단단히 묶은 다음
당당하게 "아~~~ 아아아 아~~!!"
하고 타잔처럼 소리를 지르며 출발했다가 곧바로 끊어진 칡 줄기 덕분에
골에 처박히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툭~ 하고 끊어졌던 칡 줄기가 미워서 발로 밟아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왜 간간히 그 추억이 떠올라 미소를 짓는지...
세월이 흘러 칡과의 또 다른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은 아들의 장애 때문이었다.
엉덩이에 가시가 박힌 듯 한시도 착석하기가 어려웠던 아들의 장애에
칡순과 오이를 요구르트에 갈아 먹이면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겨울에 산에 올라 그들을 뜯어왔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아들의 그 특성을 잠재우고 싶었던 엄마 마음...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던 이웃의 언니는 당신이 산에 갈 때마다
여린 칡순을 따모아서 내게 전해주기도 했었다.
아들에게 그것이 효과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모르겠다'이다.
다만 그만큼 절박했던 엄마 마음을 그들이 조금은 다독여줬음은 인정한다.
이제는 세월이 흐를 만큼 흘러 현실에 이르렀다.
산만함의 극치를 달렸던 아들이 꽃을 좋아하는 바람에
함께 꽃 책을 탐닉하는 덕분에 나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이름을 정확히 알려줘야겠다는 심정으로
아들과 함께 열심히 동식물 도감을 보면서 그동안 그냥 내게는
'꽃'이거나 '식물'이었던 것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 것도 그때쯤이 아니었나 싶다.
아들의 어린이집 시절과 초등학교 6년 시절은 아들과의 꽃만남으로 채워졌었으니까...
이제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예전처럼 꽃을 보면 자동으로 멈출 정도로 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덕분에 나의 꽃 책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줄었고, 그 자리를 일이 차지해 버렸다.
지나치다 여전히 꽃이 있으면 멈춤을 하긴 하지만 그 꽃을 부르는 데는
어려움이 생겼다. 설단 현상이 생긴 것이다.
분명 아들과 열심히 책을 보며 이름을 익히고 불러줬던 꽃인데...
그럼에도 그들을 만날 때마다 아들과 쪼그리고 앉아 그들을 불러줬던 때가 떠오른다.
꽃사랑이 사람사랑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랐지만 여전히 아들의 사람 적응력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깊은 관심을 보인 사람에겐 나름의 애정을 보내는
아들이다.
돌이켜보면 아들이 꽃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단히 감사한 정서가 아닌가 싶다.
친정아버지의 꽃사랑이 울 아들에게까지 이어진 것일까?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나고 자랐고, 또래 친구들보다 더 많은 농사일을 하면서
더 많이 식물들을 만난 인연은 장애 아들 덕분에 꽃사랑으로 꽃을 피웠다.
그냥 지나치는 꽃들 조차도 인사를 하지 않으면 그들이 서운해할까 봐
잠시 멈춤을 습관으로 삼고 살아가는 감성쟁이 아지매가 되었다.
7,8월의 찜통더위에 당당히 꽃을 피우는 칡꽃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내 추억을 알알이 채워가는 칡꽃과의 만남~~
더위에 약한 내게 응원을 보내는 듯한 당당한 칡꽃~!!
그 마음으로 올여름도 당당히 견뎌보자.
함께 만난 싸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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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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