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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내 허영엔 수혈이 필요하다
-수혈받고픈 책들과의 시간
by
최명진
Jul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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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
가끔 이런 질문을 해본다.
물론 그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내 삶의 방식을 다른 이들이 보는 관점을 통해 성찰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삶을 살든 다른 사람들이 내 삶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할 수 있어도
그들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가만 생각해보면 외모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도 참으로 크다.
작고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더
강단 있어 보이고 강해 보인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내가 보기엔 나처럼 무른 사람도 없다 싶고, 결단력 또한 부족하다 싶은데...
물론 장애가 있는 아들 덕분에 그런 나의 성향이 살짝 변화를 한 건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절대 말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일들을 구시렁거리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변화라면 변화이다.
중학교 때였던가.
유난히 더위에 약한 데다가 오랫동안 하는 아침 조회가 버거웠는지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던 기억이 있다.
풀린 다리를 가지고 겨우 양호실에 갔을 때 선생님들은 내게
덩치값을 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고등학교 때도 또한 그러한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차돌멩이처럼 단단해 보이는데 왜 그렇게 아프냐고 하셨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가된 나에 대해서 나 스스로가 적응을 해야 하는
기이한 현상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지금의 나이에 이르렀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그때 선생님들의 말씀을 곱씹으면서
나도 모르게 그 원인을 찾았다는 것이다.
덩치에 비해서 혈액이 부족하면 빈혈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내가 보이는 것에 비해 부실했던 점이 바로 피가 아니었나 싶었다.
몸에 맞는 피가 수혈이 된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하지 못했음을...
그리하여 보이는 내 모습보다 부실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어차피 보이는 내 모습을 내가 원하는 대로 보일 수 없으나
내실을 기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난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보이는 몸에 비해서 내실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5남매 중에 유일하게 한약도 먹고 영양제도 먹으며 자란 나인데
여전히 허덕거림은 역시 내면의 문제가 있었음이리라.
내 허영심은 책에 대한 욕심이기도 하다.
인지가 좋지 않아서, 인내심이 별로 없어서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
시간만 되면 책 서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누가 보면 마치 엄청난 책벌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다만 서핑을 하면서 그런 책들의 내용을 머릿속에 담고픈 욕구만큼은
진실이 아닌가 싶다. 실천력에 늘 막히는 현실이지만...
책에 대한 애정도 바이오리듬이 있나 보다.
대학 때 처음으로 용돈이라는 것을 받아서 내가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가
읽고픈 책과 듣고픈 테이프를 사는 것이었다.
용돈을 받아서 시골에서 올라오자마자 나는 그렇게 책을 사고 테이프를 샀었다.
너무 행복하고 소중해서 목록표를 만들어 각각에 붙여놓고 분실하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물론 빌려달라는 친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빌려주곤
받지 못해 어느 부분은 이가 빠진 번호도 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 책들을 결혼하여 이사 가면서 정리할 때 어찌나 갈등이 심했던지...
결국 그들을 복지관에 기증한다고 하곤 책을 사지 않겠다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내 허영엔 불이 붙었고 남들처럼 비싼 전집을 사지는
못했지만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 서점을 통해서 한 권 두 권 마련하다 보니
다시 내 몸처럼 비대해진 공간을 보게 되었다.
문제는 처음의 의지와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장식용으로 꽂힌 책이
많이 있었고, 설혹 읽었다 하여도 내용 소화 부분에선 늘 물음표가 달렸다.
일을 핑계로 책을 잠시 멀리했었다가 올해 들어서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텅 빈 머리로 무언가를 하기엔 나 스스로에 대한 결핍이 컸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해서, 일을 통해서, 서핑을 통해서 내 눈에 들어오는 책들의 목록을
기록했다가 하나 둘 구입하는 재미에 빠진 것이다.
올해 연초 목표 중의 하나가 잠들기 전에 다만 몇 페이지라도 반드시 독서를 하자는
것이 있었기에 지금껏 지켜가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단 몇 페이지를 읽지도
않았는데도 기분만큼은 수혈을 받은 만큼 좋아졌다는 것이다.
꾸준히 이어가다 보니 몇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는 희열이 또한 생겼다.
일에 필요한 책들을 필수과목처럼 섞어서 읽으려 하니 어려워서 잠시 덮어두고
다른 책들을 읽었다가 읽기를 반복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내 책상엔 새로운 식구들이 자꾸 늘어가는데 읽는 속도는 비둘기 속도이니
KTX급 속도로 책을 구입하는 것을 자제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곤 한다. ㅎ
매일매일을 조금씩 읽어가다 보니 짧지만 잠은 잘 자는 것 같다.
매일매일을 조금씩 읽어가다 보니 읽은 책들이 늘어 마음이 행복하다.
작은 수혈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그 작은 수혈이 몸을 건강하게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이즈음이다.
벌써 상반기를 넘겼고, 7월도 반을 넘겼으니 지금처럼만 가도 좋겠다 싶다.
거창한 꿈은 시작도 전에 지치게 만들지만 작은 실천은 생각지 못한
기쁨과 행복을 줌을 배우고 있는 이즈음이다.
내 허영에 맞는 적절한 수혈이 이뤄지는 그날까지 무소의 뿔처럼 가는
내가 되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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