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만약에 말이야...)

-영화 [부산행]을 보면서...

by 최명진


영화의 자막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하나 둘 움직여 자리를 빠져나갔다.

차마~~

일어나는데 시간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서 그냥 앉아있었다.

이미 비어버린 팝콘통과 음료통을 정리해서 서 있는 아들을 향해

'잠깐만'을 작게 말한 뒤 그냥 앉아있었다.

현실로 돌아왔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만약에 말이야,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나는 어디쯤에 있었을까 싶었다.




어쩌다 보니 대전역을 자주 이용하는 나.

영화 중에서 대전역에 정차를 하고 좀비들에 의해 습격을 받는 장면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영화가 끝나고 두 아들과 주차장으로 나오는데 등골이 오싹했다.

혹시 내 시야에 들지 않았던 좀비가 급습을 하면 어쩌나.

영화관 들어가기 전에 만났던 노숙인(주차장 인근에 누워 잠이 들어있었다)은

아직 있는지 하면서 주변을 둘레둘레 둘러보게 되었다.

다행히 노숙인은 어딘가로 가서 없었고 그 자리를 어둠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어둠은 그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던데...


차를 빼서 대전역을 바로 앞에 두고 우회전을 하는데 다시 영화 장면이

우리를 급습했다.

"대전역이 습격당했었잖아... 바로 저곳이잖아..."

내 말에 겁 많은 큰아들도 소름이 돋는다고 말을 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차를 타고 대전역 반대편으로 달려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영화가 주는 허구성은 때론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조금만 돌이켜보면

현실 대입이 가능한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더구나 다양한 인간군상을 생각하면 허구라는 것이 주는 의미는 자못 큰 것 같다.

조금만 현실화하면 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 그 의미를...




두 시간 가까이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산행 열차에 탑승을 했고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다.

좀비의 확산으로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 기차 안.

어떤 상황인지 상황 파악할 시간도 없이 급습한 공포와 잔혹한 장면.

어쩜 상황에 놀라 입을 떡 벌리고 보이는 상황을 넋 놓고 보다가

그냥 당해버릴 내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내 아이와 함께라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살기 위해 내달렸을까 싶기도 하다.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주인공 부녀, 출산을 앞둔 부부, 야구부 커플, 그리고

무엇보다 잔잔하게 내게 남았던 두 노인...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기관사까지.

처음엔 제한된 공간 안에서의 환경 때문인지 [설국열차]를 떠올렸었다.

설국열차 밖으로 나가는 것을 꿈꾸지 못했던 그 환경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로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절박함을 안은 부산행 열차.

그 어느 곳도 안전함을 보장하지 못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남아있을 뿐.




딸아이 생일에 엄마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부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정의의 사나이 부부,

끝까지 친구를 위해 내달린 야구부 커플,

평생을 다른 이에게 퍼주다가 결국 좀비가 되어버린 노인 두 분.

권력을 이용해 자신만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냈던 기관사,

공포의 상황에서 더불어 살아나기 위한 그들의 단합...

누군가가 '세월호'를 떠올린 이유를 알겠다...




'만약에 말이야... 네가 이런 상황이라면 넌 어떻게 할 거니?'

차마...

생존의 문 하나에서 나의 결정은?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지나치도록 조용한 주변과 어둠이 오히려 더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이런 평온 속에서 우리는 서로와 서로를 지키고 함께하는,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우리의 생활습관이 몸에 배지 않는다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가장 이기적이면서도 자신조차도 살아남기 어려운

이기적인 선택을 하지 않겠는가.


'역지사지'란 말을 잘 활용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 나.

영화를 보면서 내내 떠오른 말이 'If~'와 '차마'란 것이었다.

누군가가 겪는 어려움의 상황을 내게 대입한다면 차마 그냥 지나치지 않을 텐데...

그 누군가가 나라면 차마 외면하지 않을 텐데...

목숨을 걸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감염되었다는 왜곡으로 사람들을 동요시켜

또다른 아비규환을 조장하는 사람과 사람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문을 열어주었던 그 할머니의 선택이 왜 그리도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지...

좀비로 변하기 전 이성적 판단이 가능할 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들의 선택이 또한 깊이 새겨지는...

지켜주지 못해 좀비가 된 여친을 차마 밀어내지 못하는 야구부 에이스까지.


무척 더운 밤이었다.

평점과 완성도를 떠나서 한 번 정도 볼만한 영화란 생각을 한다.

그냥 영화로서 보아도 좋고,

우리의 이기심에 물음표 하나 던져놓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덕분에 열대야를 느낄 밤에 오싹한 소름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아들의 표현에 의하면 너무 긴장하고 봐서 피로가 밀려온다는 말도 공감이 갔다.

계단의 불빛에도 흠칫 발걸음을 멈추는 나.

영화를 통해 관조적으로 우리의 삶을 돌아봄도 좋을 것이다.




두 아들과 함께 방학 기념으로 보았던 영화 [부산행]~!!!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60722065954_0_crop.jpeg 아들이 그린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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