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더욱 사랑스러운...

-닭의장풀, 개망초, 괭이밥, 익모초 등을 담다.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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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쨍하게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아들의 치료 보강이 있어 모처럼만에 복지관에 갔다.

아들은 선생님 따라 치료를 위해 들어가고

나는 텅 빈 듯한 복지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애당초 책 한 권과 음료를 가지고 독서를 하리라 생각했지만

주변의 초록을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그들의 사랑스러움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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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목이 우거진 곳을 향해 걸었다.

몸을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으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닭의장풀이었다.

7월이니 이들이 필 때도 되었구나 싶었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오는 여름이 두려워 그들이 오고 있음을

잊고 있었는데 존재감을 일깨우기라도 할냥

닭의장풀이 멋지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참으로 고고한 모습이다.

비록 작아서 그냥 지나칠 수 있겠으나

그의 모습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이리저리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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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장풀 옆에 새초롬하게 얼굴을 내민 이가 있으니 바로 괭이밥~!!!

노오란 꽃 한 송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목을 빼고 피어 있었다.

참으로 앙증맞은 모습이다.

어린아이의 귀여운 모습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땐 괭이밥을 뜯어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름 맛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괭이밥을 봤을 땐 먹었던 기억이 먼저였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작고 앙증맞은 꽃에 눈길이 갔고

하트 모양의 귀여운 잎에 더욱 마음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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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밥에 마음을 쓰고 있는 사이 개망초 사이로 날아든 이가 있었으니

작은 잠자리인지, 아님 다른 종인지 모르겠다.

다만 피식 웃음이 나왔던 것은 고 작은 개망초에 걸맞은 크기의

날것이 날아들어 꽃과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어쩜 이리도 어여쁜지...

초점을 맞추기 위해 심호흡을 하면서

모델이 나를 거부하지 않는 선까지 그들을 담았다.

목에선 땀 한 방울이 핑그르 돌아 떨어졌지만

그들을 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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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신 햇살이 다 싫은 것은 아닐까?

햇살에 금테를 두른 듯 반짝이는 것이 있었으니 강아지풀이었다.

강아지풀에 살포시 앉아서 일광욕을 즐기는 작은 벌레도

어여뻐 함께 담아보았다.

가을이면 강아지풀이 제대로 금빛을 내는 역광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때까진 싱그러운 강아지풀의 초록을 맘껏 담을 것이다.

강아지풀 꺾어서 친구를 간질이던 기억...

그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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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더불어 꽃 이름이 참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꽃들이 여럿 있다.

사실 익모초 꽃은 너무도 여리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러나 내게 익모초는 쓰디쓴 즙으로 먼저 기억이 되어 있어

그의 어여쁜 꽃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더위에 약한 나를 위해 엄마가 정성껏 짜 주었던 익모초 생즙~~~

목 넘김이 어렵지만 넘기기만 하면 귀한 약효를 발휘한다는 쓰디 쓴 생즙.

마치 자신을 책망하는 나를 위해 변명이라도 하는 듯

입을 벌려 무언가를 호소하는 느낌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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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귀한 몇 컷을 담은 것이 있다면 바로 날갯짓을 하는 그이다.

내 눈엔 작은 잠자리로 보이는데 이름을 제대로 몰라 부르질 못하겠다.

이름을 제대로 불러 존재감을 알리고 싶은데...

얕은 지식의 한계로 그를 숨 죽어 담은 것으로 일단 내 역할을 마감하려 한다.

전에 내린 비로 물방울 진 닭의장풀 위로 쉴 새 없이 날갯짓을 하는 그.

처음엔 저 작은 것이 내 폰에 잡힐까 싶었다가 그래도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담았는데 이렇게 성공을 했다.

참으로 흐뭇한 한 장면이다.


아들이 치료를 받는 그 한 시간 여를 나는 이렇게 혼자서 놀았다.

누군가와 인사를 할 사람도 없었고

복지관 야외의 모든 풍경이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침묵의 유혹을 던지는 시간...

자리를 옮겨 작고 앙증맞은 그들을 담는 시간은 참 행복했다.

성큼성큼 지나치면 절대 담지 못할 그들.

작지만 그들도 존재의 의미가 있으니 이렇게 이름도 부르고

그들을 담으면서 망중한을 즐겨본다.


잠시 잊었던 또르르 흘러내린 땀 한 방울을 그제서야 닦는 나...

이게 바로 감성쟁이의 망중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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