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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싱그런 청춘들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
-여름을 온몸으로 맞는 청춘들
by
최명진
Jul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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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쁘게 매달린 방울토마토를 보니 주말농장을 하던 때가 떠오른다.
처음엔 7평에서 시작해 나중엔 14평으로 평수를 늘려서 몰입했었다.
먹거리에 대한 욕구보다는 자폐성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애정을 느끼길 바라면서 그들의 성장을 보여주고픈 마음이었다.
물론 그에 따른 먹거리의 수확은 또 다른 즐거움이기는 했다.
5년 동안 나는 그렇게 아들과 수시로 주말농장에 갔으며
내 농작물들이 우리의 사랑과 관심으로 무럭무럭 자라길 기원하곤 했다.
주말농장에 심었던 것들을 돌아보니 고추, 가지,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감자, 고구마, 당근, 상추, 열무, 옥수수, 땅콩, 분꽃, 박, 해바라기 등이 있었다.
대부분 주말농장에 심는 것들이 대동소이했던 것들은 일단 키우기 쉬운 것이
우선이 아니었나 싶다. 농약을 칠 생각이 별로 없었기에 벌레에 강한 것,
별다른 관심 없어도 잘 자라는 것들을 중심으로 키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은 기본 비료가 되었음을 안다.
특히 이 즈음이면 장맛비로 인해 잡초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올라 소중한 내 농작물들을 치이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모과
감
일그러진 모과....
그때 주말농장을 하면서 생각했다.
얼마나 관심을 주고 애정을 주어야 제대로 된 먹거리를 취할 수 있는 걸까?
사실 시장에 가면 저렴하게 많은 양을 살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토록
시간을 투자하고 사랑과 관심을 주어 얻을 수 있음을 체득하는 것 자체가
인생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경험하지 않으면 쉽게 돈 얼마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주말농장을 하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일곤 했다.
그만큼 우리가 간단히 취하는 것들은 누군가의 끊임없는 관심의 손길이 있은 후에
얻는 결실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취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고, 열심히 관심을 주었지만 수확이
쉽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고구마와 감자 같은 경우는 처음에 비닐만 제대로 깔면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 것들이었다. 가지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고추나 파프리카는 잘 자라는 듯하다가도 병이 들면 그대로 사라지는...
방울토마토도 처음엔 잘 자라다가 장맛 기간이 오면 터지거나 썩어버리는 경우가 있어
결실의 순간에 아쉬움을 토로하게 한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이 시장에서 깔끔하게 우리에게 오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가꾸어 우리에게 오는 것일까?
역으로 농약이나 약품이 없으면 얼마나 가능한 것일까를 생각하곤 했다.
벌레에 취약한 자두
사과
이제 나는 더 이상 주말농장을 하지 않는다.
아들의 중학교 입학과 더불어 일과가 달라지면서 그렇게 안녕을 고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들이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심었던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종묘사에서 씨앗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거두는 것까지
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그렇게 가꾸고 거두는 체험을 했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해바라기가 피기 시작하면 아들은 해바라기에게
다가가 질투가 날 정도로 해바라기를 했던 모습이다.
어찌나 사랑스럽게 바라보는지... 해바라기랑 말이 통하면 그 비결이 뭔지를
묻고픈 심정이었다.
그리고 아들에게서 배웠다. 그들도 사랑의 감정이 있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자폐성 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들이 모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요, 무지이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표현을 한다. 때로는 엄마인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눈길조차도 주지 않을 정도로 싸늘하고, 기분이 좋을 땐 애교가 철철 넘친다.
우리가 때론 그들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하면서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쉽게 판단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작은 감정의 변화도 조심히 살피고 기다려야 한다.
한낮의 기온은 딱히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욕을 상실케 하는 힘이 있다.
그 와중에도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무럭무럭 커가는 열매들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다. 내가 너무 나약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모과 같은 경우는 못생김의 대명사이기는 하지만 어여쁘고 매끈한 것들도 많다.
얼마큼 사랑과 관심을 받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정말 벌레도 쉽게 먹는데
저렇게 깨끗하게 자라기까지는 누군가의 손길이 많이 미쳤으리라 생각이 든다.
세상에 저절로 이뤄지는 것들이 없음을 그들을 통해서 배운다.
사계절 내내 먹는 과일로 치면 사과가 내겐 단연 으뜸이다.
저장이 되기 때문에 6월까지는 저장사과를 먹고, 7월이 되면 풋내와 떫은내가
확 끼치는 아오리 사과를 시작으로 내 사과 사랑은 이어진다.
정갈하게 성장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또 생각한다.
이들이 이렇게 자라기까지는 그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의지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들에게 적절한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가능함을.
그들의 건강한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그들과 그들이 있도록 만들어 준 누군가에게도...
그들의 청춘시절을 보면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 같다.
그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 어른의 몫이 아니던가.
얼마큼 하고 있는가? 그 환경은 어떤까? 충분히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인가?
따가운 햇살과 바람과 비는 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지나친 영향력이 끼칠 때 그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쳐 주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 아니던가.
싱싱하게 잘 매달려 있는 열매를 보다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져서 누군가의
발에 짓밟힌 그들을 보기도 한다.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우리 어른들의 몫을 생각한다. 잘 하고 있나???
엄마가 주셨던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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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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