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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한여름의 들꽃수목원
-양평 들꽃수목원에서의 뜨거웠던 시간
by
최명진
Aug 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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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 여러 번 오면서 한 번은 가야겠다 한 곳이
양평의 들꽃수목원이었다.
작고 앙증맞은 꽃들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
어떤 꽃들이 있을까?
우리가 그냥 들꽃이라고 부르는 그들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을까?
2008년,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를 읽으면서
문득 우리가 들꽃이라 부르는 것들에 대한 미안함이 생겼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이름이 있을진대 우리는 그냥 들꽃, 또는
잡초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함.
마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그냥 장애인으로 통칭되는 아들의 현실처럼...
들꽃수목원의 큰 특징이라 하면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의 소재는 모두 철로 되어 있다.
견고하고 정교하다.
그러나 한여름에 그들을 만나기엔 거리감이 있었다.
어여뻐서 만지고 싶어도 만지는 순간
아스팔트에 얼결에 떨어진 계란이 반숙이 되는 상상을 하게 하는
엄청난 기온 속에서 그들은 나름 거리가 있었다.
우리가 농담처럼 하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이라고나 할까....
처음엔 반가운 마음에 다가갔다가 엉겁결에 뒷걸음질 치길 몇 번....
그냥 떨어져서 보기로 했다...ㅠㅠㅠ
한여름의 들꽃수목원은 많은 인내심을 요구했다.
정갈하게 잘 정돈된 주변과 관리된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엔
너무도 척박한 날씨...
찌는듯한 무더위 덕분에 우리의 모든 관람에 대한 욕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잠식당하는 느낌이었다.
어느 순간 우린 그늘을 찾았고, 바람이 드는 곳을 찾았다.
어느 곳을 가도 궁지에 몰린 느낌~~!!!
제법 큰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주변 탐색을 그치지 않은 나.
청춘의 시퍼런 탱자와 무궁화를 연상시키는 부용이 나를 달래주었다.
어느 곳을 가든 연못엔 연꽃을 볼 수 있었다.
한여름을 고고하게 지켜내는 진정한 꽃이 연꽃이 아닐까 싶었다.
색조차도 너무 고와서 더위 먹은 개처럼 헐떡이는 나를 멈추게 하는
마력을 발산했다. 앙증맞은 작살나무꽃도 반가웠다.
그늘을 찾아다니는 부모님과 아들...
들꽃수목원을 강력히 부르짖었던 나는 그 욕구를 확인이라도 하듯
그렇게 주변을 돌고 돌았다.
이렇게 어여쁜데...
다음에 오게 된다면 봄이나 가을이면 좋겠다...
조형물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다 뜨거운 열기에 화들짝 놀란 아들은
더 이상 조형물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들꽃수목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떠드렁 섬이었다.
작은 지하도를 연상케 하는 곳을 지나 만난 한적한 풍경.
이름조차도 떠드렁 섬이니 호기심이 급 발동했다.
너무 더워 사람들의 발소리조차도 낯선 곳에 혼자 심호흡을 하면서
발길을 내디뎠다.
습지를 연상케 하는 길이 인상적이었다.
비가 많다면 우포늪의 한 부분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고요와 정적이 흐르는 한낮의 이방인을 반갑게 맞아주는 달맞이꽃~~!!
오랜 친구를 만난냥 반가웠다.
마치 비밀의 정원에 들어서는 느낌이 드는 우거진 숲을 지나니
새롭게 펼쳐진 떠드렁 섬의 모습.
그런데...
마치 오즈의 마법사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나라에 갈 것 같은
길을 지나 내 눈에 뜨인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우거진 덩굴이었다.
처음엔 야생의 오이순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열매나 꽃도 없이 엄청난 생명력과 번식력을 자랑하며
주변의 나무를 숨 막히도록 칭칭 동여맨 그는 내가 아는 종이 아닌 듯싶었다.
처음엔 그의 엄청난 번식력에 어느 곳에서 난 만날 수 있는 칡덩굴을 연상하다가
나도 모르는 강력한 생명력에 소름이 돋았다.
넌, 도대체 누구니?????
아름다운 풍경을 잠식하는 또 다른 외래종인가.....
비밀의 정원처럼 느껴져 호기심에 들어갔던 떠드렁 섬.
호기심 충만해 발걸음 하나도 온 신경을 곤두세워 걷고 있는데
멀리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순간 나도 모르게 바짝 긴장을 했다.
이 뙤약볕이 강하게 내리는 시간에 누굴까?
다행히 그 주인공은 휴식을 마친 남편과 아들이었다.
마치 동화 속 비밀의 장소처럼 정이 가고
나만의 요새처럼 드나들고팠던 그곳을 몇 번을 돌아본 후
우린 함께 나왔다. 현실로 돌아온 동화 속 주인공처럼...
너무도 강렬하게 나무들을 잠식했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덩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떠드렁 섬에서 나오니 다시 강렬하게 온몸을 휘감는 열기.
옆에 계란이 있었다면 반드시 반숙이 되는지를 확인하고픈 열기.
그 열기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맺은 인연이니
인연의 발도장을 꾹꾹 찍으려고 하는 한 아주머니.
뜨거운 열기 속에 묵묵히 피어난 능소화, 익어가는 석류, 그리고
주변까지 향기롭게 향을 나누는 자비를 가진 로즈메리 꽃까지...
울 큰아들이 보면 활짝 웃었을 것 같은 해리포터를 떠올리게 하는 조형물까지.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롭다.
살짝 그늘진 쇠로 된 의자에 살포시 앉아 독서하는 아이가 보는 책을
들여다보았다.
'난 너에 대해서 알고 싶어...'
마음이 독서하는 소년에게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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