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꽃 향기와 이글거리는 여름

-태안 백합꽃축제장에서...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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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조금 더 유연해짐을 느끼곤 한다.

억지로 안 되는 것에 대해선 기다릴 줄도 알고,

때론 포기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꼭 필요하다면 지속성을 가지고 버티어보기도 한다.

여전히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일기가 아닐까 한다.

라디오에서 받은 초대권을 활용할 기회가 딱 하루인데...

지독히 더운 날씨가 눈동자를 흔들리게 한다.

더구나 고3 아들이 자신의 생일날에 꼭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과감히 행동하면 된다.

그렇게 우린 태안 백합꽃축제장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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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더울 거란 예보에 나름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태안에 도착하니 상상 이상의 기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로 내리꽂는 햇살의 농도가 최고조였다.

그렇다고 애써 달려온 곳에서 뒷걸음질 칠 이유는 없었기에

우린 당연하게 입장을 했다.

주차장도 한산했고, 축제장도 한산했다.

분명한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엄청난 더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정말 대단한 더위였다.

눈앞으로 펼쳐진 백합꽃을 보면서도 과감하게 발걸음이 내디뎌지지 않음은

일기가 우리의 관람에 갑의 역할을 함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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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았다면 풍경이 훨씬 아름다웠으리라.

날씨가 조금만 덜 더웠다면 풍경이 더 잘 들어왔으리라.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이곳까지 왔으니 아쉬움을 덜 남기기 위한 발걸음이 있었을 뿐.

넓게 펼쳐진 꽃축제장은 그늘을 만나기도 어려웠고

꽃들조차도 지나친 태양의 간섭에 나름 지쳐있었다.

조금이나마 열심히 준비한 분들의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

최대한 열심히 보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발걸음만큼은 여유를 가지고 최대한 천천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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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쳐진 꽃들의 향연.

유난히 향이 진하기로 유명한 백합꽃~~

이렇듯 뻥 뚫린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무딘 바람에도

백합 향기는 코끝으로 스며들에 자신들과의 만남을 일깨워줬다.

꽃들도 너무 지쳤는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엔 지친 모습이었다.

그들이 안타까워 바라보고 있는데....

이렇게 시든 꽃을 보려고 비싼 입장료를 내고 왔다며

화를 내시는 관람객님....

차마 뭐라 할 수는 없었지만 더위만큼이나 찐득한 감정의 앙금이 묻어나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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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던 백합.

그래도 내겐 다양한 백합꽃 중에 단연 흰 백합이 최고다.

어려서의 추억도 더불어 날 수 있으니 좋다.

아직도 친정 뒤꼍에 올곧게 대를 올려 피는 흰 백합이 눈에 선했다.

다행히 이들은 초록이 사이에 고개를 적당히 묻고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을 담는 나 역시도 성근 나무 그늘이 있어

그들을 담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흰 백합, 초록이, 그리고 파아란 하늘과 흰구름.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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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백합꽃 축제는 지난 2008년 이후 처음 오는 것 같았다.

나름 기대를 하고 왔는데 엄청난 폭염에 비굴하게 무릎을 꿇은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을 살려 잠시 쉬고 다시 돌아보기를 반복했다.

이곳에 와서 안 정보이지만 이 자리에서 그대로 밤에 빛 축제를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갈등이 생겼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쉬움이 남을 듯한데....

LED 등으로 칭칭 둘려 싸인 것들을 보니 절로 호기심이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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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태양에 비해 더위를 살짝 피할 곳은 없었다.

어딜 가나 끈끈이보다 더 끈끈한 강한 더위가

덕지덕지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원 터널은 그런 의미에서 그늘도 조금은 만들어지고

아들이 생각을 다듬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 함께 걸었다.

많은 이들의 소원이 햇살의 열기에 노출되어 진정한 드라이를 하고 있었다.

아들은 무엇을 어떻게 기원했을까.

나도 아들의 마음처럼 그리 될 수 있길 기원했다.


앙칼진 더위에 이미 반은 패잔병이 되어

우리는 주변을 돌다가 멈추길 반복하면서 걸었다.

가만 보면 하늘도 참 어여쁘다.

시야에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 꽃 풍경도 좋다.

다만 지나침은 모자람만도 못하다고 넘치는 태양의 열기에

소심한 우리를 발견할 뿐이다.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은 밤에 찾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야간행을 다짐하고

더위를 삭힐 겸 밖으로 나왔다.


아, 진정한 더위 맛을 알게 해 준 태안의 백합꽃축제장....

잠시 기다리렴,

너의 또 다른 모습을 보러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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