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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섹시한 밤의 다른 얼굴
-태안빛축제
by
최명진
Aug 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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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농담처럼 말하는 '섹시하다'라는 말을
나는 '새까맣고 시커멓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한다.
내 피부도 또한 그러하고 밤도 또한 그러하니
그러한 공통점으로 가끔은 밤이 주는 어둠이
때론 황송하도록 고맙기도 하다.
눈에게 자유를 주는 밤의 배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 억지로 보려 하지 않고
두 눈 질끈 감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는 어둠...
태안의 빛축제장의 또 다른 얼굴을 보러 왔다.
낮엔 구름조차도 인색할 정도로 쨍했던 날씨였는데
그 얼굴을 볼 수 없는 밤이 되자 땅위의 인위적인 것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빛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지만 지나치게 인위적인 화려함은
늘 물음표를 달곤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빛축제에 매료되다니...
어둠이 내리니 제왕의 자리가 바뀐 듯하다.
낮엔 눈이 제왕이었다면 밤엔 귀가 제왕이 되는 시간.
보이는 것보다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러한 내 마음을 아는지 귀에 꽂히는 아름다운 목소리~~~
바로 가수 수와진의 공연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였다.
낮에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돌며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았었다.
기회가 되면 한 컷 사진을 찍고자 하였지만 쉬 끝날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여서 아쉬움을 남기고 자리를 떴는데...
이렇게 밤 공연을 위해서 오셨었나보다.
덕분에 모기에게 마지못해 헌납한 다리의 가려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혹여라도 밤에 축제장에 오시는 분이 있다면 반드시 긴 옷을 입고 오라고
꼭 권하고 싶다. 잠시만 발걸음을 멈춰도 벌 떼처럼 달려들어
흡혈을 하는 모기 덕분에 밤의 아름다움을 보기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빛은 대단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 밤의 주인이 되어
화려함을 내뿜게 하는 마력~~
게다가 무척 화려하기까지 하다.
낮에 보았을 땐 속박 그 이상을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는데
밤이 되자 그들을 속박하던 것들이 어둠을 통해 빛을 얻자
반역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수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순간에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는 데는 그만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특히나 마음에 든 장면은 역시 물과 어우러진 풍경.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싶어 하는 누군가처럼
그 화려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여유를 만끽하는 풍경.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그러한 풍경에 눈길이 간다.
아마도 살아온 내 삶에 대한 반추를 하고픈 마음이
이렇게 풍경에도 이입이 되는 모양이다.
같은 듯 다른 풍경....
내 마음도 또한 그러할까?
내친김에 아들과 흡혈을 감당하기로 하고 그렇게 걸었다.
특히나 붉은빛의 LED 조화는 시선을 당기기에 좋은 흡입력이 있었다.
물론 그 화려함은 내내 보기엔 눈의 피로를 불러오겠지만
이렇게 이곳저곳에서 찾아온 방문객에겐 또 다른 즐거움 이리라.
밤이 선물한 휴식의 시간을 반납한 채 주인에 의해 이렇게 끌려와
빛의 호사를 당하고 있는 나의 눈~!!!
나름 주고받은 것이 있으니 그다지 손해 나는 협상은 아닌 듯싶다.
이채로운 풍경에 즐거움이 있었다.
소원 터널에 다시 들어갔다.
낮과는 다른 모습....
불이 켜진 소원 터널의 소원지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소원을 적어놓은 이들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빛을 밝힌 터널에 들어선 것 자체로도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나비에 눈이 갔다.
환생을 떠올리게 하는 나비~~!
고3의 내 아들에게 내년이 비상의 시간이 되길...
어둠을 강탈한 화려한 빛축제와 모기들의 흡혈.
그리고 휴식을 취하러 간 태양 덕분에 얻게 된 밤의 축제~!!!
아들도 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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