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을 낚는 감성쟁이 렌즈

-꽃지에서...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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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을 가든 한사코 작심하고 내리쬐는 햇살을 피할 곳은 없다.

여름이 주는 강렬한 태양에 버티는 방법은 어쩌면

그러려니 하고 수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순간에 했다.

덥다고 투덜거리면서 부채질의 횟수를 1단에서 3단으로 올린다고 한들

찰거머리처럼 들러붙는 더위를 떼어내지 못하지 않던가.

부산스러운 부채질을 멈추고 차라리 심호흡하며 정지해 있음이

오히려 안정적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오후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의 바다 풍경은

경이롭도록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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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빼곡한 꽃지에서 발을 담글 곳을 찾지 못했다.

이미 더위에 지친 우리의 세 남자는 그늘이 진 곳을 찾아

휴식에 들어갔고, 때를 놓칠세라 기회를 얻은 나는

자유의 날개를 달고 홀연 주변 산책에 나섰다.

어차피 앉아 있어도 흘릴 땀이라면 보고픈 풍경 담으면서 흘리리라.

꽃지의 오후 역시도 한산했다.

더위에 밀린 움직임들이 더뎌짐을 확인할 즈음

할배바위 사이로 가열찬 속도를 내며 들어오는 어선.

오수에 빠진 한낮 정적을 깨며 내게로 돌진하는 어선 한 척~!!

순간포착 감성쟁이는 혹여 그 순간을 놓칠세라

얼른 렌즈의 그물로 풍경을 낚았다.

일순 감도는 미소~~!!

그분들의 생활을 담는 내 손길이 거추장스럽게 여겨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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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의 할매바위 할배바위는 여유롭다.

누군가 들이대며 다가서지 않으니 오히려 두 개의 바위가

우리를 낚듯 구경하는 느낌이다.

한낮의 정적이 어색한지 간헐적으로 출몰하는 보트 한 척.

역광의 실루엣이 더위로 군더더기 진 내 기분을 훑어내는 느낌이다.

바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땐 친근감으로 만날 수 있고,

이렇듯 멀리서 바라볼 땐 여유로움을 만날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른 것이 없는 풍경이 주는 심상이다.

자신에게 꼿꼿이 렌즈를 들이대는 내게 기세 등등하게

어둠의 실루엣을 선물하는 작렬하는 태양.

그의 자긍심과 강렬함이 더위로 침잠된 마음을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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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각도를 달리하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이라도 이리 달라질 수 있음을.

빛의 마술에 빠져 휘둘리면서도 쾌재를 부르는 나는 누구인가.

어느 순간 휴식을 마치고 산책에 나선 아들이 두 발을 모으고

밀려오는 파도에 스멀스멀 모래 속으로 파고드는 발을 바라보고 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들은 바다와 함께 할 때, 물과 함께 할 때가

가장 정서적으로 안정된 느낌이 든다.

자폐성장애의 어색한 표정이 아닌 철학자 같은 진지함이 묻어난다.

그래서 난 바다가 좋다.

아들의 표정 어디에도 장애가 있음을 그려내지 않는 바다가 좋다.

아들의 표정이 바다가 아니어도 저리 진지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그나마도 바다가 있어서 찾아오면 난 아들의 행복을 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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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다로 향하고 있다.

그럴수록 수평선을 기점으로 오묘한 대조가 아름답다.

할매바위 할배바위가 그들의 잠수를 구경하고 있다.

늘 보는 풍경일 텐데도 어쩜 이리도 숙연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나도 모르게 호흡조차도 고르게 된다.

이왕 왔으면 석양을 제대로 담고 싶은 마음.

기다림이 익숙지 않은 나는 손꼬락을 꼬물거리며

내 간절한 기다림을 세고 있다.

풍경의 화룡정점을 찍듯 렌즈로 스며드는 갈매기 한 마리.

순간포착 감성쟁이는 습관처럼 그렇게 폰을 누르고 확인을 한다.

좋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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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더니 그들의 실루엣이

또 다른 꽃지의 풍경이 되어 녹아든다.

석양을 담으려는 사람들은 또 다른 나의 모델이 되어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점점 더 붉어지는 바다와 하늘.

둥근 해가 바다 위로 스며들듯 질펀한 물그림자를 보이는 순간.

절로 감탄이 인다.

역시나 오길 자~~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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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잠수할 태양을 차마 어쩌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는 나의 큰아들.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다 엄마의 렌즈 속에 담긴 풍경을 본다.

"엄마, 엄마가 멋진걸요... 역시 울 엄마예요."

아들의 말 한마디에 뜨거운 붉은 덩이를 삼킨 양 의기양양해진다.

구름 사이로 스몄다가 다시 마알간 얼굴 살포시 내밀기를 반복,

드디어 점으로 사라지는 석양.

내 마음도 한 점이 되어 포르르 풍경 속으로 이입된다.

그냥 늘 있을 석양의 풍경이 이처럼 경이로울 수 있을까.

고기를 낚는 어부가 아닌 석양을 낚는 어부가 된 감성쟁이.

감성쟁이 렌즈 속으로 아지매 미소가 쏘옥 스며들었다.

아, 좋구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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