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을 거닐다

-깊고 푸른 달밤의 산책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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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하늘에 둥실 떠오른 달.

깊고 푸른 심연의 바다에

오롯이 심호흡으로 마음 다잡는

잠 못 드는 아지매 눈으로 퐁당 빠졌다.

빠진 것은 달인데

심쿵 해 마음 흔들리는 것은 아지매라...

달도 그녀도 무죄...

단지 깊은 인연의 강물만 무심히 흐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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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심연의 밤을 밝히는 등불.

잠 못 드는 누군가의 마음에도 등불이 되었다.

달밤, 달밤, 달밤....

윤. 오. 영.... 달밤.... 방망이 깎던 노인....

누구지?

기억 저편에 침잠되었던 추억이 부표처럼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였나?

국어 교과서에서 만났지.

그 인연으로 심연의 밤에 휘영청 달이 떠오르면

까닭 없이 윤오영의 수필 [달밤]을 떠올렸지.

더불어 [방망이 깎던 노인]까지.

교육의 중요함을 알겠네.

나도 모르게 인연의 힘에 강하게 이끌려

각인되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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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어두운 밤을 가르며 길을 가는 나그네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어주는 달빛.

그랬었지...

아버님 제사 때면 늘 이지러지는 달을 만났다.

어느 해였던가.

제사를 우리 집으로 모시기 전,

시골로 제사 음식 만들어 휘적휘적 가던 밤.

사람 소리 잠든 밤에 나를 이끌던 그 휘영한 달빛.

태양의 강렬함은 없으나 마음 깊이 새긴 편지라도 읽을 수 있을 것처럼

그 환한 달빛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지.

당신의 기일을 찾아오는 자식을 맞이하는 아버님 마음이

또한 이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지.

어젯밤도 나도 모르게 그 시골의 휘영한 달빛을 떠올렸어.

뵙지는 못했지만 자식 맞는 자애로운 아버님을 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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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1_171826.jpg 작년 대청호미술관에서 만난 우은정작가의 작품..[절대 고독에 대한.]...





그리고

우은정 작가...

작년에 대청호미술관에서 그분의 작품을 만나면서

깊은 달밤의 처연한 나그네가 되었었지.

무궁화처럼 통째로 떨어져 버린 마음을 어찌할까.

아무도 모르게 혼자 간직하고팠던 소중한 비밀 하나를

작가에게 들켜버린 느낌이었어...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 마음을 읽힌 게 이토록 사무치게 고마울 줄이아.

손재주 없어 그려내지 못한 심상을 그려준 작가님 덕분에

환한 낮에 달밤을 거니는 나그네가 되었지.

[절. 대. 고. 독. 에. 대. 한]...!!!!


도심에 살면서 어느 순간 그를 잠시 잊었어.

달빛이 아니라도 충분히 밝은 인위적인 가로등이

달빛의 역할을 다 해주고 있었으니까.

어느 곳을 가도 너무 많은 가로등에 달을 잊었었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가로등이 주황빛, 은빛으로 어둠을 밝혀줘도

달빛이 주는 그 은은함과 너그러움을 느낄 수 없었어.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데도 느끼는 갈증,

우물에서 갓 떠올린 시원한 물이 주는 해갈의 느낌을

음료가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달빛도 그런 것 같아.

나를 밝혀주는 것이 달빛인지 가로등 불빛인지

어느 순간 그것이 그리 중요해지지 않았지...

고개를 들어 대지를 은은히 밝히는 달빛을 바라봐.

그리고 심호흡을 해봐. 달빛이 주는 감성을 흡입해 봐...


때론 우리네 사랑이 달빛과 같았으면 좋겠어.

태양처럼 뜨거워 화상을 당할지 모르는 위험함보다

은은한 은근과 끈기로 함께하는 사랑이길.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적당히 사랑하는 이의 결점을 조금은 덮어주면서

다가서기에 진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 포용의 밝기로 사랑하길.

쫓기는 생활에 한 점 안식처처럼

툭 떨궈진 마음 애써 주워 담지 않아도 좋을 시간.

달밤이 주는 위로와 위안을

사랑하는 이의 마음인 양 편안하게 안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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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1_000827.jpg 옛터의 하늘에 둥실 떠오른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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