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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함께여서 행복한 시간
-더위야, 물렀거라.. [옛터]에서
by
최명진
Aug 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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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다리를 내려놓는 순간 다리가 익는 느낌이었다는 날.
아들과 잠시 데이트를 하고 오겠다며 나갔던 남편이
바로 퇴각해 집으로 들어오던 날.
그래 봤자 집은 이미 엄청난 찜질 솥인 걸.
어쩜 운전을 하는 사람보다, 음식 하는 사람보다
더 피곤하고 더위를 타는 사람은 운전자의 옆에 앉은 사람,
음식 하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가만있는 것이 무엇이 어려우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어진 역할이 없을 때가 더 주변의 환경에 민감해질 때가 많기에
문득 든 생각이다. 더불어 나의 경험이기도 하다.
낮동안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당면해서 해야 할 것들은
어차피 일을 목전에 앞두고 해야 한다. 이것이 순리이고 이치이다.
준비를 하면서도 기온이 너무 높아서 쉬 음식이 상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냉장고에 넣을 수는 없는 일.
마지막으로 울 시아버님 가장 좋아하셨다는 잡채까지 하고 나니
거의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
크지 않은 집이 이토록 비좁아보일 수가...
사이사이에 끼어서 겨우 절을 하고 제사를 마쳤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동서와 나는 알아서 마무리 작업을 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시간은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우리 피서 가요~~!!"
나는 외쳤다.
집안의 온도가 이미 열대야를 모두가 실감할 정도였기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아들의 제안으로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옛터.
아들의 표현에 의하면 갈수록 마음이 더 가는 곳이라고 했다.
나 역시도 그러했기에 서방님네와 아주버님께 의견을 묻고
이미 더위에 잠식당한 집을 빠져나왔다.
기온이 30도가 넘고 있었다...!!!
차를 달리면서 난 외쳤다.
"에어컨 부탁해요~~!! 피부가 숨을 쉬고 싶대요..."
열대의 더운 바람을 옮겨놓는 듯한 선풍기 바람에 이미 질식 일보직전인
내 상태를 알고 있기에 남편은 얼른 에어컨을 켜주었다.
차를 달려 상소동에 들어서면서 남편은 자연스럽게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와~ 대단해. 기온 차이가 이렇게 나다니.... 여긴 27도야."
피부로 느껴지는 기온이 달랐다.
"정말이네... 너무 좋다...."
차창으로 스미는 바람을 맞으며 난 즐겁게 외쳤다.
옛터에 들어서면서 안으로 들어갈 것인지 밖에서 있을 것인지를 묻자
모두 안을 선택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막혔던 숨통을 열어줬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우린 이어서 앉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시원한 세이크와 눈꽃빙수를, 나는 피부가 차도로 시원한 곳이니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네 녀석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주문되어 나온 빙수를 먹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너무 시원해 빙수를 먹기가 어렵다고 해서 온도를 살짝 높여달라 주문을 했다.
들어오기 전까지는 더위에 헥헥거렸던 우리들이었는데...ㅎㅎㅎ
나가는 순간 조금 더 있다 나올껄하고 후회를 할 것 같아
우린 여유롭게 앉아서 쉬었다.
하루 중 가장 여유롭게 앉아있는 시간이 된 나에게
그곳은 최고의 휴식장소였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있으니
부러울 것이 없었다.
다만 누구보다 빨리 딸기 세이크를 흡입한 아들이 나가고 싶다고
제안을 했기에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마침 들어오면서 보았던 밖의 의자에 잠시 앉았다 가자고 제안했다.
예전엔 양쪽으로 모닥불을 피웠었는데
이번에 보니 한쪽은 모닥불이 하늘의 달을 부르고 있고,
다른 한쪽은 장작 위로 양초등을 올렸다.
어머나~~
참 좋은 생각이다 싶었다.
분위기 제대로 내고 더위도 살짝 피할 수 있는 아이디어~~!!
장작 위로 높이를 달리해 놓인 양초등이 참 아름다웠다.
정갈하기도 하고, 때맞춰 흐르는 라이브의 선율이
불빛과 하늘의 달빛을 춤추게 하고 있었다.
얼마나 좋은가.
이번 추석에 오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서방님네.
상황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근무가 예정이 되었다고 한다.
일을 하는 사람도 어렵고, 특별 방학으로 연휴가 길어진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아쉬울 추석 연휴가 될 것 같다.
고3 아들도 이 여유가 싫지는 않단다. ㅎ
싫지 않은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겠지...
다만 어쩔 수 없는 마음의 부담은 있겠지만.
운치 있는 분위기를 배경으로 가족사진도 찍고
둥실 떠오른 하늘의 달을 보면서 음악에 맞춰
박자도 맞추고...
공기가 좋아서인가.
유난히 하늘의 달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
때맞춰 흐르는 코나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란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며 주변을 산책했다.
이지러지기 시작한 달과 더불어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
언제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헤일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도 하늘의 별을 보라고 얘기하고 우린 그렇게
눈에 들어온 카시오페아를 찾기도 했다.
하늘엔 밝은 달과 별이
우리가 있는 곳에는 청사초롱과 모닥불, 다양한 등들이
우리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시간은 흐른다.
우리를 어렵게 하는 더위도 시간의 흐름에 흘러갈 것이다.
옛터는 이미 초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도록 시원했다.
모기도 없어 밖에 앉아 있는데도 분위기를 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할 사람들을 위해 다시 출발.
30도에서 상소동 입구에선 27도, 옛터는 23도~~!!!
우린 다시 기온을 거슬러 30도를 넘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시원한 공기를 흡입한 피부는 조금의 여유를 찾으며
깊어가는 밤을 맞았다.
기일 덕분에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의 만남도 이와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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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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