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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아들과 엄마의 세상만나기
헐~~~ 선풍기도 누진세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by
최명진
Aug 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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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시간은 아깝지만 막상 주어진 시간에 대해서 충실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주어진 일정을 따라 휘적휘적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하루가
휙 지나가 어둠이 내리는 밤이 되니 아쉬움이 그득이다.
특히나 막바지 늦더위가 주는 시간은 애증을 동반한다.
흐르는 시간은 아까우나 이 지긋한 더위만큼은 빨리 흘러가
피부가 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바보... 그토록 시간을 아쉬워하면서 더위에 정신을 저당 잡히다니...
스스로를 책망하다가도 오죽하면 그러랴 스스로를 위로하는 하루하루.
서울에 올라갔다.
몇 안 되는 사람이 모여야 하는 양육지원 가이드북 집필진 회의~!!
창원에서 경기에서 대전에서 오는 사람들.
지난번엔 대전에서 회의를 했고, 이번은 서울이다.
나야 어느 곳이든 중간지점이니 상관이 없지만
다른 분들은 두어 시간의 회의를 위해 온전히 하루를 투자해야 한다.
일단은 내가 사는 곳이 중간지점에 교통편도 좋으니 감사하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이동하기로 했다.
서울로 가는 날 아침은 조금 바람이 있어 괜찮겠거니 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덮쳐오는 후텁한 바람.
다시 더위에 바짝 긴장을 해야 했다.
회의를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오니 퇴근시간.
지하철을 탈까 하다가 그냥 지하상가를 통해 걷기로 했다.
모처럼만에 주어진 여유를 혼자서 온전히 누려보고 싶었다.
지하상가를 따가가면서 아이쇼핑을 하다 보면 집에 이르지 않던가.
더구나 지하상가를 따라 걸으면 더위는 잊을 수 있다.
쇼핑도 하고, 더위도 식히고, 자연스럽게 운동까지... 일석삼조다.
그냥 걸었다.
다가올 가을을 맞이하는 옷들이 걸려있었다.
그냥 시간의 흐름을 느낌만도 좋았다.
목척교에 이르러 잠시 멈췄다.
분수에서 물이 하늘을 향해 간절한 그리움을 토하고 있었다.
살짝 흐린 하늘은 이 시간대의 따가운 햇살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냥 서서 어둠이 서서히 내리는 시내 풍경을 바라보았다.
화려하지 않지만 점점이 빛의 영역이 사라지는 풍경을 바라봄은
지나치게 화려한 색들로 인해 피로해진 눈을 편안하게 해 주고 있었다.
그것으로 좋았다.
살풋한 바람에 작은 움직임을 보이는 수크렁을 보니 또한 반갑다.
그들이 마치 가을의 전령사라도 된냥 반가웠다.
지하상가를 빠져나오니 현실이었다.
열대야를 예고하는 후텁한 바람이 다시 내 몸을 휙 감싸며 지나갔다.
더구나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내 곁을 스치는 차들에게서 나오는
바람은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대전역에서보다 더 낮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은 금방이라도
속울음을 토해낼 듯 은근한 위협을 보내고 있었다.
집으로 다가올수록 바람도 잦아져 후텁한 아파트 기온이 숨을
고르게 하였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혹시?
집으로 돌아와 시원한 물 한잔으로 더위를 삭이고 있는 등 뒤로
갑자기 "쏴~~~"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묵직하게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와~~ 엄청난 소나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실내 현재 온도는 여전히 32도.
경이로운 밤이었다.
올해처럼 선풍기를 밤새 틀어놓고 산 적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다.
더구나 방의 후텁함이 무서워 거실로 잠자리를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선풍기의 더운 열기라도 없다면 잠을 이루는 자체도 무리가 왔던 올여름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어쨌거나 소나기가 내렸다는 것은 처서를 지나면서 가을이 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오늘도 집으로 들어오면서 우편함에 있는 우편물을 습관처럼 꺼내 들었다.
관리비 고지서가 들어있었다.
올해 유난한 더위와 열대야 때문에 모두가 걱정하는 전기요금.
과연 우리는 얼마나 나왔을까?
조금 더 나오긴 해도 엄청나게 더 나오지는 않겠지.
우리 집엔 전기요금 누진세의 주범인 에어컨이 없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궁금한 마음에 고지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내 눈으로 들어온 납기 내의 합계금액이 25만 원이 넘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다시 확인을 하는데도 금액엔 변함이 없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일까????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나는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와
찬찬히 고지서를 살펴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많은 요금을 만들었지?
퇴근하면서 직원이 자신의 집이 이번에 20만 원이 넘는
전기요금이 나왔다고 했는데.
평소 5만 원 정도였던 전기요금이 네 배가 넘게 나왔다고 했는데
도대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이해할 수 없으나 눈에 굵은 글씨체로 들어온 금액은 변함이 없었다.
마침 나보다 먼저 퇴근한 남편에게
"이번에 관리비가 엄청 나왔어. 헐~~~"
나의 얘기에 깜짝 놀란 남편이 내 손에 든 고지서를 낚아채서 보았다.
"그러게, 무슨 일이지..."
나도 남편과 더불어 고지서를 붙잡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납부금액 세부사항을 보다가 헉~~ 하고 소리를 치고 말았다.
미납액과 미납 연체료에 금액이 부과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에공... 또 이런 실수를 하다니....
해마다 7월 말이면 장애학생을 위한 계절학교를 시작하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잊곤 하는데 이번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낸다고 들고 다녔던 것 같은데... 결국 내지 않고 8월을 맞았나 보다.
"다행이네....
선풍기밖에 없는 집에 웬 요금폭탄인가 하고 깜짝 놀랐네.
밤새 선풍기 틀었다고 이렇게 나올 수는 없을 텐데 하면서도 순간
금액을 보면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혹시나 했던 내가 바보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곧 드는 자책감. 갈수록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그럼 그렇지. 우리 같은 집이 이렇게 나오면 문제가 있는 거지.
평소보다 두 배가 나온 관리비 합계에 화들짝 놀랐던 잠시의 순간...ㅋㅋㅋ
어쩜 잠시지만 이렇듯 발칙한 생각을 했을꼬.
여전히 실내온도는 32도를 가리키고 있는데 순간 더위가 사라진듯한...
조금 더 정신 차리고 살아야겄다...ㅎㅎㅎ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리는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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