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렌즈에 담은 심상
탐스러운 결실
-예산 사과를 만나다.
by
최명진
Sep 6. 2016
아래로
난 과일을 좋아한다.
그중에 특히 사과를 좋아한다.
어느 해부터 몇 해 동안은 사계절을 내내 사과를 곁에 두고 산 적도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덜 먹는 것 같다...
초여름의 푸릇푸릇하고 떫은맛이 일품인 아오리 사과에서부터
늦은 시기에 출하되는 부사까지...
어떤 사과라도 좋다.
푸석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맛난 사과를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내게 있어 사과는 예산사과가 최고였다.
어린 시절 농사를 지으면서 엄마는 틈틈이 이른 아침 비둘기호를 타고
예산에 가서 사과 따기를 돕곤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돌아오는 엄마의 머리엔 다섯 명의 자식을 위한
파과가 대야에 담겨 한 몸처럼 딸려오곤 했다.
어린 마음에 엄마의 고단함보다 늘 엄마가 이고 온 대야에 시선이 다 쏠렸다.
때깔 좋은 정품은 아니었지만 맛은 최고였다.
까치가 쪼고 간 것은 가장 맛있는 사과라는 엄마의 말씀,
짐승도 맛있는 것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들어서인지 유난히 새에 쪼인 사과는 당도가 최고였다.
당진에서 부모교육 의뢰가 있어 갔었다.
출발할 땐 엄청난 비바람에 도착이 급선무였다.
다행히 전날 숙직을 마친 남편이 운전을 해주었기에 가능했었다.
부모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남편이 혹 들리고 싶은 곳이 있냐고 해서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말했던 곳이 '예산'이었다.
예산의 [옛이야기 축제]에 여러 번 왔었다.
그때쯤이면 붉게 익어가는 사과가 어찌나 내 마음을 흔들던지...
의좋은 형제의 이야기도 좋고, 사과가 익어가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기에
시간만 되면 예산을 들리는 습관이 있다.
올해는 이렇게 사과를 먼저 본다.
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사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도 우연히 보았다.
아~~ 저렇게 글이 새겨지는구나...
나의 소원은???
습관처럼 난 파과는 아니지만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작은 사과를 한 박스 샀다.
여전히 과실이 굵고 좋은 사과를 사는 것은 내겐 어렵다.
그럼에도 사과 좋아하는 나는 질보다 양으로 사과를 사곤 한다.
조금 흠이 있으면 어떻고, 작으면 어떠랴. 맛만 좋으면 되지.
먹고픈 내 마음을 달래주기에는 그들도 내겐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과를 사자마자 곧바로 한 입을 베어 물었다.
이런~~
행복이 입안으로 사르르 녹아들었다.
아~~ 바로 이맛이야....!!!
어여쁘게 익어가는 사과를 담고 싶었다.
이런 내 맘을 탓하지 않고 담을 수 있도록 시간을 기다려주는 남편,
아침의 무참하던 비바람이 잦아든 낮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 아래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돌아가면 담을 수 없으니 열심히 담았다.
박스에 담긴 사과가 아니라 나무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어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던 나는 그렇게 행복하게 사과를 담았다.
보이지 않는 이의 수고로움에 이렇게까지 좋은 결실을 맺었으리라.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사과 박스를 주차해 놓은 차에 싣는데도 어렵다.
불현듯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던 우리 엄마가 스쳤다.
그 젊은 나이에 무슨 용기로 농사를 지으며, 누에를 치며,
그 와중에 사과 따기 부업까지 했는지...
그 용기는 어디에서 왔는지, 그 나이가 훨씬 지난 나는 왜 이러고 있는지...
자식들 주겠다고 파과 한 알이라도 더 담아오려고 악착을 떨었던 울 엄마.
이제 그 엄마는 온몸이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젊은 시절 고된 노동으로 지쳐버린 몸뚱이를 탓하며 지내고 계신다.
탐스러운 사과 앞에서 문득 멈춰지는 이유가 있다.
사과의 맛을 진정으로 알게 해 준 자식사랑의 아이콘인 엄마,
그 사과를 입에 배어 물면서 난 늘 엄마를 떠올린다.
그리고 사과하면 예산 사과지 하고 말씀하셨던 엄마의 말씀을
바로 옆에서 듣는 듯 새롭게 새기곤 한다.
올해 과일 작황은 좋아 보인다.
추석을 앞두고 빨갛게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를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엄마는 맛나 보이는 사과를 보며 자식을 떠올렸겠지...
난 맛난 사과를 먹으면서 울 엄마를 떠올린다.
올 추석엔 맛난 사과를 사가야겠다.
사진 찍는 나를 계속 지켜보았던 과수원집 강아지~!!!
keyword
자식사랑
사과
예산
1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최명진
취미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포토그래퍼
해바라기를 사랑하는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엄마의 세상 만나기
팔로워
1,060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남한강변의 아름다운 사찰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