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간의 기억들을 돌아보다...

-발달장애인 생존권 쟁취 대전시청 천막농성을 마치며...

by 최명진
20161009_195145.jpg
20161010_104918.jpg
20161011_101503.jpg 회원 아버님의 발명품...덕분에 환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9월 28일,

대전시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생존권 쟁취를 위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2015년 11월 21일,

발달장애 부모들이 그토록 소원하던 발달장애인법이 시행이 되었지만

법은 법으로만 남아있을 뿐, 당사자와 가족들에게는 여전히

차갑기만 한 현실 속에서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녀들을 키우기도 녹록지 않은 부모들이 시청으로 모여서

발달장애인법에 의거한 7대 정책 요구안을 가지고 요구가 들어질 때까지

농성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요구안을 시에 보내고 회신을 받은 지 여러 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기에 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법에 있는 당연한 권리를 찾는 것이 이토록 힘이 들단 말인가?

순간에 사라지는 자녀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부모들이,

신체는 건강하지만 자신의 요구를, 표현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장애로 인해서

늘 어려움에 봉착하는 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부모들이 그렇게 시청에 모였었다.

자녀들이 학교에나 가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부모들에게

그나마의 휴식은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시청에서 보내야만 했다.

법이 있기 이전엔 법적 근거를 요구했고, 법이 만들어진 이후엔

예산을 이유로 늘 뒤로 밀려야 했던 권리들이었다...


3주가 넘는 시간을 시청 앞의 천막농성장에서 노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기본적으로 장애자녀의 미래를 위해 간절함을 전하기 위해 온 부모님들,

시청으로 출퇴근을 하는 공무원들,

지나치는 시민들, 각종 사안을 가지고 아침마다 일인시위를 하시는

시민사회단체 여려 분들, 그리고 담당자~!!!

그리 편안한 만남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발달장애자녀들의 삶에 대해서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더 많은 이해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20161011_081931.jpg
20161011_110242.jpg
20161011_142132.jpg 감동의 도가니로 이끌었던 곤드레밥~!!!


22일간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그래도 역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엔 소통이 최고 소중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담당자들과 몇 차례의 협의회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요구안이 지나친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한 당당한 권리임을 확인시켰고,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법은 앞서가고 있는데 현실은 주춤주춤...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의 문제임을 확인했다.

어떤 문제도 사람을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해 그 의미를 확인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시간은

무엇보다 의미로웠던 것 같다. 그러나 요원한 현실의 문제들....


그 시간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천막농성장을 찾아주신 많은 부모님들을 떠올려본다.

참으로 감사하면서도 가슴이 뭉클한 분들이다.

누구보다도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길 간절히 바란 부모님들,

그 법에 의한 정책과 지원이 간절히 필요한 부모님들이 아침, 점심, 저녁을

가르지 않고 시시때때로 찾아주셨다.

그만큼 그분들에겐 절박함이 가득이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가재도구를 모두 털어오신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천막에서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물심양면 챙겨주셨던 분들이다.

덕분에 그 시간 동안 건강을 유지하며 함께 할 수 있었다.


20161019_085700.jpg
20161014_160234.jpg
20161014_160303.jpg
20161014_161129.jpg
20161015_111516.jpg


어떤 분은 전기기 없는 천막을 위해 발달장애자녀와 함께 하기 위해 만드신

자신의 발명품을 기꺼이 가져오시기도 했다.

그 아버님 덕분에 우린 전기가 없이도 커다란 보조배터리 통으로 핸드폰 충전도 하고

불을 켤 수도 있었다.

발달장애자녀와 캠핑을 위해 고안하셨다는 그 통 덕분에 우린 밤을 밝힐 수 있었다.

채 끼니를 채우지 못한 날 , 배가 고프다는 내 말 한마디에

김도 채 빠지지 않은 압력밥솥을 박스에 통째로 넣어서 가져오신 어머님.

세상 그 어떤 밥도 이처럼 맛있을까?

곤드레밥이 그토록 맛이 있음을 난 그때 알았다.

참으로 고마우면서도 우리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10월을 시청에서 보내면서 내 유일한 이동반경은 시청 청사 안을 오가는

정도였다. 시청에서의 가을을 덕분에 나름 만났고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시려오기도 했다.

청사 안에서 있는 전시회는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잠시 만끽했고

밖의 풍경 역시도 그렇게 망중한으로 만났다.

참으로 아름다운 10월을 그냥 천막에서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

출근길 피켓팅을 시작으로 11시 일일 집회로 이어지는 시간들.

그리고 천막을 찾아주시는 분들께 정책요구안을 전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지나가는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물어주심이 무엇보다 감사했다.


20161015_164850.jpg
20161019_100741.jpg
20161017_090310.jpg
20161019_055643.jpg
20161019_055631.jpg 농성장의 새벽~!!!
20161017_233534.jpg 시청의 한밤중.... 달빛과 소나무의 조화가 처연하다..
20161018_055610.jpg


휴일이면 엄마가 있는 천막으로 온 아들~!!

그 아들이 천막을 찾아준 다른 엄마의 아이와 아주 간결하지만

기본적인 소통을 한다.

어찌나 어여쁜지...

물론 아들이 먼저 다가서지는 않았다.

귀여운 동생이 오빠를 향해 귤을 나눠주기도 하고, 장난을 걸면서

아들은 어색하지만 반가운 얼굴로 응대를 했다.

저렇게 어우러져 지내면 되련만...

현실은 왜 그리도 어렵고 딱딱하기만 한지...


여러 차례의 협의회와 협의회를 위한 미팅을 하면서

우리의 요구안이 가시화되던 22일이 되던 날.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찾아준 중증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부모님들이

우리를 힘껏 안아주셨다.

비록 이것이 시작임을 알고 있지만 시장님의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더불어 현실화시킬 수 있는 협의팀까지 꾸린 상황이니

나름 기쁨이 컸다.

아름다운 유종의미를 거두기 위해 23일 차가 되던 날,

난 시장님께 손편지를 써서 드렸다.

발달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와 그 가족의 마음을 담아서...


참으로 감사한 것은 천막농성을 마치는 보고대회를 하고 난 오후,

시장님께서 예산 관련 의지를 보이신 것이었다.

보고대회 전에 만난 시장님은 말씀하셨다.

발달장애인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고 있다고...

그리고 그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또한 말씀하셨었다.

22일 동안 시청 천막농성장에서 보내며 시청의 24시간을 보았다.

여명의 아침부터 어둠이 내리는 심야까지...

그러면서 생각했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움직이겠다고...

더 이상 발달장애자녀로 인해 세상을 등지는 부모님들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햇살이 부신 아침이다.

비가 오고 난 후의 햇살은 더욱 눈부시고 찬란하다.

23일간의 천막농성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모든 것이 새롭다.

집에 온 것을 환영해주는 가족들을 보니 더욱 뭉클함이...

비 온 후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23일간의 농성으로 얻은 성과가 제대로 실현되도록 해야 할 숙제가

남겨졌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는 아침이다.



20161016_220523.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