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고했어...

-수능을 보는 아들에게...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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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고3이 되어 수능을 보게 되네...

어찌 시간이 흘렀는지 몰라 도둑맞은 듯한 시간을 훑어보네.

도둑맞은 것은 아닌데 무심히도 흘렀다 싶네.

연년의 장애가 있는 동생 때문에 어찌 보면 묻혀버린 형님의 시간들.

나름 열심히 챙기고팠는데 쉽지만은 않았던 현실들.

불쑥 미안한 마음에 토닥토닥 글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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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법 제정 이후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아

시청에 발달장애인 정책 7대 요구안을 전달하고

22일간의 천막농성을 할 때도 아들이 밟혔었다.

특별히 해주는 것은 없었지만 늦은 야간자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녀석을 태우러 가거나, 오는 녀석을 안아주는 것으로 마음을

전했었는데 그조차도 여의치 않았던 시간들.

그 시간조차도 동생을 데리고 엄마 없는 자리를 메우며

백팔배를 함께 했던 나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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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작은 녀석의 생일과 우리의 결혼기념일이 같은 날 겹치는

우연을 만났었다.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 덕분에 시월의 마지막날이 특별한 날이 된

아내를 위해 케이크와 샴페인을 사 온 남편을 맞아주지 못한 나...!!!

(천막 농성 이후 몸이 과부하가 걸렸는지 그냥 드러눕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다가온 결혼기념일과 아들의 생일을 겸한 케이크와 국화 꽃다발.

11시 야간자습을 마친 아들을 기다려 그렇게 우린 우리의 기념일과

아들의 생일을 함께 축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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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지막 야간자습을 마친 아들을 데리러 학교에 갔었다.

지옥 같았던 야간자습을 마치는 친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고...

어떤 친구는 불을 껐다켰다 하면서 카운트다운까지 했다고 한다.

그랬구나... 그랬겠구나....

아들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뱉어낸 말이다.

"정말 고생 많았네. 수고했어, 아들~~"

더 긴말을 하면 잔소리가 될까 봐 그렇게 아들을 토닥여줬다.


갑자기 실력이 늘지는 않겠지만 내일 수능 잘 보길 바래.

지인분들의 관심과 선물에 부담이 간다는 아들...

열심히 교무실 청소를 했다고 받은 선행상을 무심한 듯 툭 던져놓는 아들.

엄마가 없어도 동생 데리고 백팔배를 하는 아들,

무심한 듯 엄마의 일을 보듬어주고 이해하는 아들...

정말 그동안 수고 많았어.

내일 수능 잘 치르고 우리 약속했던 공연 보러 가자.

아들, 파이팅~~!!!

사랑해.


20161113_150813.jpg 갑사에서 만난 소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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