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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에 담은 심상
정적과 무위의 시간들
-고흥 우도에서의 행복한 시간
by
최명진
Dec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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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이 열리면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아들은 하루의 여행을, 나는 따뜻한 남녘을 주문했었는데
남편이 제안한 곳은 바로 고흥의 우도였다.
전 주에 서산의 간월도를 다녀왔었는데 그곳보다 규모가 크고
물이 차기 전에 다시 나와야 한다는 말에 끌렸던 것 같다.
제법 찬 기운에 옷을 든든히 입고 우리는 미지의 우도를 향해 출발했다.
우와~~!!!
길이 열린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약 1.5km의 바닷길이 열려있었다. 우리가 오기 전에 물이 빠지고
제법 다순 햇살에 바닷길이 말라가고 있었다.
서해에서는 굴이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곳에서는 갯벌에 굴들이 삐쭉삐쭉 나와 있어서 이채로웠다.
정적의 바다에 쏟아지는 햇살과 그 햇살을 반사하는 갯벌...
드러난 바닥에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 배조차도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가만 귀기울이면 들리는 바다생명들의 속삭임이...
섬은 참으로 아담했다.
그냥 길을 따라 달리면 금방 일주를 할 수 있는 곳.
여유롭게 그냥 발품을 팔면 좋으련만 가는 시간이 제법 걸려
그냥 차로 주변을 돌기로 했다.
우리가 들어올 때 몇 대의 차가 들어오는 것 같았는데 그 차들은 어디에 있을까?
천천히 달리는 우리 앞으로 어떤 차도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여유롭게 차를 달리며 주변의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우리 사는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꽃이 우리를 반겼다.
부신 햇살을 향한 꽃들의 손짓조차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우도에서 또 다른 작은 섬으로 향하는 길이 나 있었다.
반가워 호기심에 얼른 길을 따라갔지만 끝내 앞에 보이는 섬에는 가지 못했다.
가는 길은 있으나 바닷물에 쓸렸는지 끊겨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갯벌에서는 할머님들이 작업을 하고 계셨다.
이렇게 사람을 보는구나. 원래 있는 바다의 풍경처럼 어우러진 풍경.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말소리 외엔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늘 우리 귀에 익숙한 차 달리는 소리, 많은 사람들... 이곳엔 없었다.
섬 전체를 일단 한 바퀴 돈 다음에 우린 이 섬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를 향해
올라갔다. 경사도 있고, 햇살이 따스해 걸어서 가기로 했다.
마치 우리가 사는 곳의 가을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렇게 경사길을 오르는 쾌감은 오랜만이라는 아들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올라가는 길은 행복으로 향하는 길을 오르는 느낌이었다.
이마에 살짝 스치는 땀방울조차도 반가웠다.
아들과 함께 전망대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어쩜 이리도 정적이 흐를까?
어쩜 이리도 사람의 소리가 드물까.
늘 눈을 뜨던 감던 만났던 다양한 소리와 복잡한 풍경이 이곳엔 없었다.
이 고즈넉한 풍경과 정적이 이토록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구나.
마치 달리던 시간을 멈춘 채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바다와 부신 햇살과 억새와 나무가 주는 풍경.
너무 감사해 담고 또 담아보았다...
드디어 우리 눈에 비친 마을 풍경.
그리고 보인 작은 교회~!!!
교회에 가보고 싶다는 아들과 함께 교회가 있는 쪽으로 가니
목사님이신 듯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낯선 이방인에게 관심을 보여주신 분은 이 교회의 목사님이셨다.
이곳에 오신지 5년이 되었고 아직 신도수는 많지 않으시다고....
이곳의 생활을 얘기해주시는 목사님.
덕분에 이 우도란 섬에 대해서 더 들을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시 오라는 정겨운 말씀을 뒤로하고 길을 따라 내려왔다.
남편의 정보에 의하면 이곳에 분교가 있다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목사님께 혹시나 하고 물었고 우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폐교가 될 뻔했는데 학생 한 명이 입학을 했고 선생님 한 분이 함께 하고 계시다는...
예전엔 제법 많은 학생이 있었겠지.
학교의 나이를 가늠케 하는 엄청난 둘레의 운동장 나무와 이승복 동상과 놀이기구~~!!
먼지 쌓인 그네에 올라 모처럼만에 신나게 그네를 타는 형제를 보니
나도 모르게 추억에 젖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길이 열리면 나갈 수는 있지만 물때 시간이 다르니 분교를 폐교할 수 없었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귓전에서 맴돌았다.
여섯 시간 정도 물길을 열린다는 목사님의 말씀.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확인시키는 말씀이시기도 했다.
음식점도 없어 점심을 먹을 수도 없었던 시간이었지만
혹시나 하고 준비해 간 간식으로 시장기를 달래며 그 시간을 즐겼다.
그래도 마냥 좋았던 시간이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아직 바닷길은 여유롭게 햇살과 조우를 하고 있었지만
더 늦추면 안 될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기며 우도를 빠져나왔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곳엔 150여 명의 주민이 산다고 한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바다와 함께 하는 분들이 살고 계실 것이다.
참으로 고요하고 정겹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그곳이 너무 좋았다.
혹여 다음에 간다 해도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즐기고만 오리라.
온갖 소음으로 시달린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싶다면
자연이 준 기회대로 물길이 열릴 때 그곳에 가도 좋으리라.
잠시 멈춘 듯한 시간 속에서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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