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에 스미는 햇살처럼...

-운보의 집에서...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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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일주일 간 제주도로 교육을 가게 되었다.

청주공항까지 태워다 주었으면 하는 부탁...

거부할 일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남편의 제안을 듣자마자 떠오른 곳이 있었고

핑계 김에 찾으리라는 계획이 그려졌으니까...

남편을 공항에서 배웅하고 나는 그렇게 아들과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설렘이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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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참 좋았다.

햇살은 부시도록 스며들었고

바람은 그렇게 흐르는 땀방울을 간지럽게 어루만져주었다.

네비를 따라 도착한 곳에서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 넘 보고팠다...!!!

운보의 집~!!!

눈으로 가득 들어온 한옥의 우아함이 내 미소를

꾸덕꾸덕 거두어 툇마루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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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이처럼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툇마루의 추억이 없는 아들은 이 느낌을 알까?

정갈한 툇마루에 운보의 손길처럼 드리워진 그림자...

차마 이곳을 떠나지 못한 운보의 작품 같았다.

드리워진 그림자에 홀딱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아지매...

그래, 이 다사로운 풍경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바라봄만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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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불러 툇마루에 앉혔다.

그리고 스미는 햇살을 맞도록 우린 그렇게 앉아있었다.

엄마의 무릎이 그립다.

그 무릎을 베개 삼아서 오후의 낮잠을 즐겨도 좋겠다.

좋은 책 한 권 펼쳐서 유유자적 만나고 싶다.

눈을 감으니 그려지는 풍경과 나의 현실...

안내 책자를 좋은 책처럼 품고 그렇게 잠시 앉아 있었다.

햇살도 그런 내 맘을 안다는 듯 내 피부에 스며 살포시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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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로 자리를 옮겨 가니 풍경이 더 단아하다.

예전보다 한결 정돈된 느낌이다.

내 눈에 띈 것은 방명록 앞에 놓인 명자꽃 가지...

일부러 꺾은 것은 아니겠지...

작은 투명 잔이 마치 자신의 원래 집인 것처럼 어우러짐이 사랑스럽다.

그리고...

운보의 일필휘지가 느껴지는 커다란 붓....

그는 떠났지만 그 힘이 느껴져 차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 느낌이 또한 그리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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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아들과 운보 내외가 함께 있는 산소까지 찾았다.

그 아래로 보이는 아름다운 봄 풍경.

절로 감탄이 인다.

1993년이던가...

운보의 팔순 기념 전시회가 서울의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다.

제법 많은 작품과, 작품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때문에

마치 감전된 사람처럼 붙박이가 되었던 나를 다시 만난 느낌이다.

이런 추억이 없는 아들은 내 곁에서 폴짝폴짝 자신의 시간을 가꾼다.

어느 순간 툇마루의 햇살처럼 이 사랑스러운 풍경을 기억할 수 있기를...

툇마루에 스민 햇살처럼 내 사랑이 아들에게 스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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