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종신서원을 한 수녀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미국으로 발령을 받아 가게 되었다.
사실 고등학교 이후로 만난 횟수는 손에 꼽지만,
(수녀 친구의 특성상 만남이 용이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도 우린 그냥 어제 만난 사람처럼 편했다.
어쩜 친구보다 친구의 가족을 내 가족처럼 만나왔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엔 미국이란다.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만남이 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친구가 미국으로 가기 전에 가볍게 여행을 제안했다.
안타깝게도 친구가 제안한 시기가 남편도 교육으로 출장을 간 기간이라
난 1+1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알지? 난 1+1이야...(장애가 있는 아들과 샴쌍둥이처럼 붙어있어야 하는 상황..)
"당연하지. 함께 가자..."
그렇게 주간의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가게 된 경주였다.
우리의 1박지는 친구의 남동생네 집.
일정을 마치고 늦게 도착한 경주에 친구와 언니, 어머님이 마중 나와주셨다.
아들 역시도 늘 나와 함께하기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아쉬운 대로 친구는 밤의 첨성대를 제안했고
우린 그렇게 주변을 산책을 했었다.
집으로 돌아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새벽...
아들도 생각 외로 편안하게 있어 수다가 가능했다.
아침엔 아파트 주변의 형산강 산책을 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산책은 정말로 즐거웠다.
다만 때 이른 더위에 따가운 햇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해
약간의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주인을 알 수 없는 옹기종기 모인 주말농장이 눈에 들어왔다.
올해는 보지 못하고 지나겠구나 싶었던 유채꽃을 보았다.
적절하게 불어주는 바람이 참으로 좋았다.
시간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친구의 남동생이 추천한 곳은 용담정.
조용하고 풍경이 좋아서 내가 좋아할 곳이라고 했다.
동학의 시발지가 된 곳이라고...
남동생의 추천은 정말 탁월했다.
사람들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들어가는 길이 정말 아름다웠다.
모처럼만에 새소리도 듣고 바람의 소리도 들었다.
아들도 기분이 좋은지 상쾌한 발걸음으로 함께 했다.
용담정에 걸터앉은 모습은 이번에 내가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이다.
시원한 바람맞으며 앞을 응시하는 모습이 어찌나 정겹고 사랑스러운지...
친구는 그렇게 아쉬운 짧은 여행을 뒤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친구가 떠난 날은 5월 4일~!!!
나도 모르게 친구가 날고 있을 하늘을 그냥 바라보았었다.
이런 내 맘을 알았나...
미국의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는 톡이 왔다.
세상은 참 좋아졌다.
친구는 멀리 떠났지만 이렇게 톡을 주고받을 수 있다니...
오늘 불현듯 친구가 떠올랐다.
잘 적응하고 있겠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요리 솜씨를 발휘하겠다면서
친구가 해 준 스파게티 3종 세트~!!
갈릭, 크림, 토마토 스파게티...
스파게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정말 열심히 먹었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최고의 맛이었다.
문득, 친구가 만들어준 스파게티를 먹던 사진을 보니
입안에 침이 고인다...
이 밤에 친구가 보고프다..
잘 지내고 있지? 보고프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