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돌아왔네...

-고창 청보리밭과 노대통령 서거 8주기

by 최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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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못한 길이 아름답고,

가지 못한 곳에 대한 미련은 더욱 큰 그리움을 낳는다.

그런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고창의 청보리밭이었다.

감사하게도 남편이 뜬금없이

"고창 청보리밭에 갈까?"
했다.

늘 가고 싶었지만 멀다는 이유로 마다하던 사람이 웬일일까?

마음 바뀌기 전에 준비를 했다.

"아마 청보리밭이 아니라 누우런 밭일걸..."

투덜대면서도 기분 좋게 떠난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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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너른 들판을 꽉 채운 보리를 보는데

문득 떠오르는 분.... 노무현 전 대통령님~~~

추억을 따라가다 보니 만나게 된 그 보리밭...

그래, 그런 추억이 있었구나...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우리 가족은 지리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장터목 산장을 예약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백무동 계곡 인근의 가장 친환경적인 민박집을 잡아 일박을 했었다.

지리산 가는 길에 들은 노대통령님의 서거 소식...

차마 믿을 수 없었지만 확인을 시켜주는 뉴스.

착잡함을 금할 수 없었지만 내친걸음을 지속하기로 했다.

늦은 밤에 민박집에 도착하고 새우잠을 잔 뒤 새벽 4시 30분에 기상.

그렇게 우린 장터목 산장을 거쳐 천왕봉에 올랐고,

그토록 내가 가고팠던 새석평전에 갔었다.

서거하신 분의 명복을 천왕봉에서 빌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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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온전히 산행으로 채우고 돌아오는 길.

이미 푸른빛보다는 누우런 빛이 더 강해진 보리밭이 눈에 들어왔다.

김해로 가는 버스들인지 줄지어 가는 버스들을 보면서

누우런 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눈물을 쏟았었다.

그 누우런 보리밭이 더욱 내게 각인된 이유는 펄럭이던 노랑 끈일 것이다.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 조문을 하고 돌아와선 다시 주르르 흐르는 눈물.

너른 들판의 보리밭에 가슴이 에이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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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온 우리에게 보여주는 신록의 계절에 만나는 누우런 들판.

참 이색적이란 생각을 하며 감성에 푹 빠져있는데 푸드덕 내 발로 떨어지는 것...

발을 내려다보니 어린 아기 참새.

아직 날기가 익숙지 않으니 푸드덕거리다 다기 주저앉는 모습.

모처럼만에 가까이에서 보는 참새인지라 귀한 인연을 담고는

보리밭 한편에 내려주고 왔다. (참새집을 찾을 수 없었다.)

엄마는 잘 만났겠지...

어린 참새처럼 좀더 고려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들이 분명 우리 사회에도 있다.

어린 참새를 보면서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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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푸르렀을 때 왔더라면 또한 장관이었으리라.

그런데 신록 속에 자신만의 색을 펼치는 누우런 보리도 참 매력적이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청보리~!!!

햇살 좋은 곳의 보리는 탐스러운 노란색을 보이고 있었지만

해를 덜 만난 음지의 보리는 아직도 청춘이었다.

볕의 위대한 역할을 보는 순간이다.

환경의 소중함을 보는 순간이었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위정자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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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분의 한 마디를 가슴에 새기며 시작하련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바람에 나부끼던 노란 물결, 그리고 촛불....

오늘 하루 종일 내 곁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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