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소중한 아침을 맞는 소고

by 최명진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새롭고 경이롭다.

눈 뜨면 보이는 익숙한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며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을 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

얼마나 경이로운 아침을 많이 맞이했는가?

기억에 남는 낯선 곳의 아침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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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덕분에 우린 일 년에 한 번씩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곤 한다.

아주 낯설지는 않은 곳이 되었지만(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그래도 그 아침이 주는 싱그러움은 내 집에서 맞는 아침과는

확실히 차별성이 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은 이 아침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휘적휘적

아침을 맞으러 밖으로 나왔다.

아, 이 신선한 아침 냄새~~

눈을 평화롭게 만드는 초록들의 손짓이 마냥 향기롭다.



20150823_071439.jpg 개망초~
20150823_071616.jpg 호박과 가로등


계절이 바뀌는 즈음이어서인가.

아침이슬이 풀잎마다, 나무마다 대롱대롱 맺혔다.

그들의 조화가 사랑스럽다.

육중한 몸을 최대한 접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어쩜 이리도 앙증맞고 정갈할 수 있을까?

아주 작은 것이라도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보일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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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허브찜질방 주변의 풍경은 내 어린 시절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지런하신 노부부가 밭에서 열심히 주어진 아침을 보내고 계신다.

그 앞으로 영롱한 이슬 머금은 강아지풀이 아침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이름조차도 아련한 풀들이 어여쁘게 자신도 봐달라고 손짓을 한다.

아들과 한창 꽃과 들꽃에 관한 책을 보았을 때 익혔던 그들인데

관심이 멀어지니 그들의 이름도 그저 '잡초'에 지나지 않음을....

이름을 불러줄 수 없는 미안함을 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대신한다.


20150823_072157.jpg 노란 장미


20150823_072225.jpg 너무도 반가운 칡꽃



부스스 아침을 턴 남편이 어느 순간 뒤에 와있다.

남편과 두 아들이 없는 이역의 아침을 즐긴다.

"열심히 즐기자.... 언제 이런 여유를 찾을 수 있겠어..."

남편의 마음도 내 마음과 같은가 보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곳 양평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거니와

혹 온다 해도 오늘의 아침이 그때의 아침과는 분명 다를 것이리니...

주어진 이 아침이 영롱하고 소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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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을 벌려 최대한 깊은 심호흡을 해본다.

이 아침을 내내 담아둘 수는 없겠지만 그 향기로운 추억만큼은

뇌리에 남기고 싶다.

그래서 가끔 지치고 힘들 때, 조금은 색 바랜 그 아침을 꺼내어

메마른 그날의 에너지로 삼고 싶다.

아침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소중했다.

다시 아들들을 향해 가는 우리 부부의 뒤로 아침 햇살에 초롱초롱 빛나는

이슬 머금은 풀꽃들이 배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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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3_072728.jpg 닭의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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